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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포기에 관하여
상속 포기에 관하여
  • 김주복
  • 승인 2023.03.29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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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산책김주복   변호사
법률산책 김주복 변호사

민법에 의하면, 상속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개시되고,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권리 및 의무를 모두 포괄해 승계한다. 만약 상속인이 상속을 받고 싶지 않다면 `상속 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 포기 신고`를 해야 한다. 상속 포기 신고가 수리되면,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해 상속 포기의 효력이 발생하고(민법 제1042조), 포기자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된다(대법원 2003마988 결정 등 참조). 따라서 상속 포기의 신고가 아직 수리되지 않고 있는 동안에 포기자를 제외한 나머지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이루어진 상속재산분할 협의는, 추후에 상속 포기의 신고가 적법하게 수리되어 상속 포기의 효력(소급효)이 발생하게 됨으로써 애초부터 공동상속인의 자격을 가지는 사람들 전원이 협의를 이행한 것이 되어 유효하다. 이 경우 설사 포기자가 상속재산분할 협의에 참여하여 그 당사자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협의 내용이 그의 상속 포기를 전제로 하여서 포기자에게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마찬가지다. 또한, 상속의 포기는 채권자 취소소송(민법 제406조 제1항)에서 말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상속 개시를 `안 날`은 `피상속인의 사망을 안 날`이 될 것인데, 보통 피상속인의 사망을 상속인이 모를 리가 없기 때문에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부터 3개월이 기산될 것이지만, 가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피상속인의 사망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될 수도 있으므로 알게 된 날부터 3개월을 기산한다. 그런데, 만약 이 기간을 준수하지 않으면 `단순승인`으로 간주하여 피상속인의 권리 및 의무를 모두 포괄하여 승계되고, 주로 피상속인이 채무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단순승인으로 간주된 상속인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상속 포기 신고를 받은 법원이 세세하게 살피지 못하여 간혹 수리 결정을 해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향후 채권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상속 포기 기한을 준수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상속 포기 신고 수리를 다툰다면 자녀들은 채무 30억 원을 상속해야 할 위험에 빠지게 된다. 특히, 상속채권자는 상속인들이 사체검안서나 사망확인서를 발급받은 내역이나 안심상속원스톱 서비스를 신청한 내역 등을 근거로 `상속 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를 도과했다는 점을 증명하려 들기 때문에, 상속인들이 대처할 방법이 마땅찮다.

또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상속 포기 각서를 쓰더라도 법원에 별도의 상속 포기 신고를 하여 수리되지 않는 한 상속 포기 각서를 작성한 공동상속인도 여전히 상속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속 포기 각서는 단지 다른 상속인이 모든 상속재산을 가져가는 것에 이의 없이 동의한다는 의미일 뿐이고, 채권자의 동의가 없는 한 상속채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한편, 최근 대법원이 상속 포기와 관련해 종전판결을 변경한 바 있다. 즉, 공동상속인으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있었는데,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고 배우자가 한정승인을 한 경우,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는지, 아니면 배우자와 손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되는지에 관해, 종전 대법원 판결은 배우자와 손자녀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고 판단했으나, 이번 대법원 결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는 것으로 변경했다.

①민법 제1043조는 공동상속인 중에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 그 사람의 상속분이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된다고 정하고 있는바, 이때 `다른 상속인`에는 배우자도 포함되고,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면 상속분은 배우자에게 귀속된다고 봐야 한다. ②반면, 배우자와 자녀 모두가 상속을 포기하면 그때는 민법 제1043조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상속 포기의 소급효를 규정한 민법 제1042조에 따라 후순위 상속인으로서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상속인이 되고, 손자녀 이하 직계비속이 없다면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이 상속인이 된다고 봐야 한다. ③상속을 포기한 피상속인 자녀들은 피상속인의 채무가 자신은 물론 자신의 자녀에게도 승계되는 효과를 원천적으로 막을 목적으로 상속을 포기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손자ㆍ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보는 것은 당사자들의 기대와 의사에 반하고 사회 일반 법감정에도 반한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상속에서 배우자의 지위 및 이에 관한 민법 제1043조의 해석론을 명확하게 정립하였고, 이로 인해 상속에 따른 법률관계가 상속인들 의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간명하고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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