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2:33 (금)
280조 붓고 실패한 초저출산 반전, 새 판 짜야
280조 붓고 실패한 초저출산 반전, 새 판 짜야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3.03.2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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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미로김중걸 편집위원
안다미로 김중걸 편집위원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출생에 관한 통계 결과가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화두는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이다. `2022년 출생ㆍ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 중 첫째아가 15만 6000명으로 전체 출생아 23만 9000명 중 62.7%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출산 순위별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종전 최고치였던 2021년 56.8%를 웃돌며 처음으로 60%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출생아 중 첫째아는 2021년(14만 8000명)보다 5.5%(8000명) 늘었다. 2015년에 1.4%(3000명) 증가한 이후 7년 만의 반등이다. 그나마 첫째아 출산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등으로 미뤄왔던 출산이 이뤄진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그나마 첫째아 출산율이 높아졌으나 둘째아 출산이 급감했다는 통계결과에 또 한 번 출산율 제고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어 답답하다, 둘째아는 2021년 9만 1000명에서 2022년 7만 6000명으로 16.7%(1만 5000명), 셋째아 이상은 2만 1000명에서 1만 7000명으로 20.9%(4000명) 각각 급감했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는 전년보다 4.4%(1만 2000명) 줄었는데, 아이를 둘 이상 낳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전체 출생아 중 둘째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5%에서 30.5%로, 셋째아 이상은 8.2%에서 6.8%로 줄었다. 첫째아 비중은 2011년부터 12년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반해 둘째아 비중은 2015년부터, 셋째아 이상은 2018년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출산율 대책에 또 다른 대책 마련이 부상하고 있다.

그나마 첫째아라도 낳아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안타깝고 답답하다. 자녀를 2명 이상 낳지 않는 현실이 참 먹먹하다. 출산은 사랑하는 남녀 또는 결혼한 부부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다. 더 나아가 출산으로 인류가 세대를 이어갈 수 있다. 한마디로 종족 보존이다. 그런데도 어쩌다 아이 낳지 않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러다가 `하나만 낳아 잘 키르자`로 돌아서는 등 임신과 출산 문제는 지구상에서 최대의 현실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인구 절벽 위기는 범지구적인 문제다. 양육이 경제 위기와 맞물리면서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는 낳아야 된다는 의미로 첫째 아이는 출산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둘째아 출산은 현실적인 의미가 강해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 자녀를 2명 이상 낳지 않는 배경에는 육아에 대한 경제적 부담과 함께 출산 시기가 점점 늦어지는 경향 탓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의하면 미혼 자녀가 2명 이상인 다자녀 가구의 소득 대비 소비 지출의 비중은 월평균 60.4%이다. 이는 미혼 자녀가 1명이 가구(51.5%)보다 커 자녀가 많을수록 지출 부담이 컸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결혼을 하면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관념은 여전히 존재하나 보육 등에 따른 여러 비용 부담과 노후 안정화 등으로 자녀를 한 명을 낳은 데서 멈추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그 결과 18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 중 자녀가 1명인 가구의 비중이 2016년 38.8%에서 2021년 40.9%로 늘어나는 동안, 2자녀인 가구의 비중은 50.7%에서 48.9%로 절반 이하로 내려가는 등 다자녀 가구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2021년 기준 여성이 첫째아를 낳는 연령은 평균 32.6세로 1년 전보다 0.3세 늘었다. 1993년(26.2세) 이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16년간 약 280조 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 수는 20년 전의 반 토막인 25만 명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결혼 후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인식이 줄고 있다. 이 때문에 저출생 경향은 심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결혼 후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은 65.3%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보다 4.3%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13∼19세가 41.1%, 20대가 44.0%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이러한 인식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그간의 정책이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키는 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다양한 수요자 관점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체계적 성과 분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80조 원을 투입한 저출생 대응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저출산 대책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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