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0:29 (토)
돈 밝히는 자는 몰락의 잔을 든다
돈 밝히는 자는 몰락의 잔을 든다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3.03.28 20:4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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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향만리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돈을 지나치게 밝히는 사람을 낮잡아 돈벌레라 한다. 정치인은 돈의 쓰임새가 많아 손대면 안 될 돈 때문에 직을 내놓는 경우가 왕왕 있다. 정치인이 돈벌레가 되면 좋은 꼴을 볼 수 없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돈을 받거나, 높은 자리에 올라 사업상 편리를 봐주고 돈을 받는 경우는 흔하다. 현재 경남 한 국회의원도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이 될 위기에 처했다. 심지어 `정치인 누군들 돈을 받지 않았겠나`라며 높은 사람에게 눈을 돌린다.

중국 동진(東晉) 시대에 왕공(王恭)은 청렴하기로 소문이 나 많은 사람들이 "왕공은 큰일을 해낼 인물이다"며 칭찬했다. 그가 아버지를 따라 회계(會稽:저장 성)에서 수도 건강(建康:지금 난징)으로 이사를 갔다. 어느 날 친척인 왕침(王枕)이 찾아와 대자리 위에서 환담을 나누는데, 그 대자리가 마음에 들어 달라고 했다. 왕공은 선뜻 하나뿐인 그 대자리를 왕침에게 주었다. 왕공은 그 이후 풀로 엮은 자리에서 생활을 했다. 왕침은 그 소식을 듣고 왕침을 찾아가 대자리를 도로 주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왕공은 "나에게는 별무장물(따로 別, 없을 無, 남을 長, 물건 物)입니다"고 했다. 필요 이상으로 가지질 않는다는 뜻이다. 장물은 여분의 물건을 말한다.

돈의 유혹은 자리가 높을수록 자주 받게 돼 있다. 돈을 상자에 넣어 내미는 데야 어느 장사가 힘으로 밀어낼 수 있을까. 생각보다 어렵다. 돈은 묘한 관계에서 뇌물인지, 선의의 표시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다. 대장동 일당한테서 돈 냄새가 진동한다. 흘러넘치는 돈을 가늠할 수 없어 저수지에 넣고 펑펑 쓸 계획까지 세웠다. 대장동에서 돈은 넘치는데 돈 주인이 모호하고 돈의 최종 수혜자가 없다는 아이러니는 묘하다. 권력을 잡아 호의호식하려는 사람은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 권력을 돈 모으는 수단으로 삼는 게 문제다. 정치인은 필요 이상으로 돈을 가지려는 심성을 경계해야 한다.

인간이 돈을 추구하는 것은 안전을 향한 욕구의 발로다. 돈을 많이 가지면 자신은 안전할 수 있다는 심리가 떠받치고 있다. 안전하려는 욕구가 부딪혀 우리 삶을 돈 쟁탈전을 벌이는 정글 속으로 내몬다. 돈의 생명은 또한 지위에 대한 욕구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돈을 많이 가지면 지위 상승은 자연스레 이뤄진다고 본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은 돈벌레라는 소리를 들어도 어깨를 펴는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 더 열심히, 심지어 건강을 해치더라고, 일을 하라고 압박을 받는다. 우리 사회 구조가 부의 축적에 맞춰 돌아가고 있다. 심적으로 압박을 받아도 돈을 향한 열심을 거두기 힘들다. 폭주하는 기관차를 멈출 용기는 대부분 가지질 못한다.

정치인들이 돈을 필요 이상으로 가지지 않겠다는 자세를 견지하면 돈의 유혹을 받을 이유가 없다. 내가 성공한 자리에 올랐으니 돈을 더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돈을 좇는 만큼 다른 것을 잃어야 하는 게 이치다. 검은돈으로 관계를 엮어 정치 구조를 단단하게 구축하려는 거물들은 결국 돈의 배신에 직면한다. 대장동 일당의 돈 세계에서 하나하나 배신의 역사가 드러날 것이다. `여분의 물건`을 가지지 않겠다는 자세는 놔두고라도 더 탐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우리 정치인들에게 필요하다.

돈의 유혹을 쉽게 거부할 정치인은 드물다. 정치를 하려면 돈이 든다며 저수지를 만들려는 정치인은 반드시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명예와 돈을 동시에 탐하려는 정치인은 풀로 엮는 자리에 누워도 편안한 잠에 들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국회 의원이나 고위직 인사들은 늘 돈의 유혹이 따르게 마련인데, 누가 아무리 돈을 건네도 "별무장물이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더 가지려 하다가 잠 못 드는 밤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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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2023-11-20 17:02:17
술독에 빠진 사람들이 무슨 정치를?
술독에 빠진 사람들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친구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끼리끼리 모인다고 술 좋아하는 인간들은 술 좋아하는 인간들끼리 모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한 번 배신한 사람은 두 번 세 번도 배신할 수 있으며 권력자에 아부하는 정치인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자신의 출세만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뛴다는 사실이다.
총선을 몇 달 앞둔 지금 정치인들의 움직임을 보면 갈수록 태산이라고 정계를 떠나야 할 인간들이 오히려 큰소리치며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으니 어찌하면 좋겠냐는 것이다.
정치개혁은 정인들이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정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서서히 정치개혁이 이뤄진다는 사실로서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의 수준 높은 결과만을 기대할 뿐이다.

김성진 2023-10-14 15:58:54
많은 돈 비축한 정치인들.
대한민국 정치인들 돈이면 돈 권력이면 권력 하나만 선택하라. 돈 많은
인간들이 권력을 이용하여 돈을 더 축적하려 정계에 뛰어들지 말라는 것이다.
일생 공직생활을 한 인간들이 어떻게 해서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냐는 것이다.
어떻게 벌었든 법에 걸리지 않고 많이 축적되었으면 사회에 환원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조용히 물러나 살라는 것이다.
더 벌기 위하여 경거망동을 일삼는 인간들은 갈 곳은 딱 한군데밖에 없다는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