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7:31 (금)
불편한 진실과 편안한 거짓말
불편한 진실과 편안한 거짓말
  • 이광수
  • 승인 2023.03.26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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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방담이 광 수 소설가
춘추방담이 광 수 소설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수많은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 사건들의 연장선상에서 역사는 이어져 왔고 지구가 존재하는 한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우리들은 진실과 거짓의 괴리감을 무시로 느끼면서도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 무시하고 외면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작은 사건이 발단이 되어 역사의 수레바퀴가 뒤집히는 큰 사건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역사 속에 사라진 사건이나 현재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에서 노정되고 있는 진실과 거짓에는 항상 `불편한 진실과 편안한 거짓말`이 존재하고 있다. 진실은 말하기가 어렵지만 거짓은 말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진실을 사실대로 말하면 그에 따른 불이익과 탄압이 따른다. 그러나 거짓말은 `잠시 말실수했다.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변명하면 그만이다. 물론 약간의 비난은 감수해야 하지만, 내 이익이 크게 침해당하지 않는다며 그런 수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 정도로 여긴다. 조직사회에서 내부고발자가 겪는 탄압과 낙인피해가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그냥 숨기고 어물쩍 넘어가면 문제없을 일을 까발려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을 조직원들은 반기지 않는다. 다반사인 그런 일들에 대해 쉬쉬하며 뒷담화만 나눌 뿐 그러려니 하며 시끄럽게 하길 꺼려한다. 불편한 진실은 상당 부분 모순에 기초하고 있으며 특정조직의 명예나 흑역사에 대해 침묵하는 것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불편한 진실이라고 해서 숨기려고만 들면 당장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겠지만, 쉬쉬한 사실이 곪아 터진 후의 뒷수습은 불감당임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불편한 진실`에 대한 정의는 매우 복잡. 미묘하여 한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다. 위키백과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무언가의 사실이 있는데 당신이 그걸 말하려고 할 때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들고, 그 사실을 말하면 수치심이 들며 그 사실을 듣거나 아는 사람들도 불쾌해하며 쉬쉬한다면 그 사실은 불편한 진실이 된다.` 개략적인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불편한 진실`이라는 말은 미국의 제45대 부통령 앨 고어가 쓴 <불편한 진실>과 그가 강연에서 사용했던 슬라이드를 근거로 구겐하임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로 인해 널리 인구에 회자되었다. 이 책과 영화는 지구온난화의 불편한 진실을 고발한 것이다. 앨 고어 부통령은 지구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전 세계인에게 알린 공로로 200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그는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미국 민주당대통령후보로 출마했으나 조시 W 부시에게 득표수에서는 54만 표를 더 얻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271대 266으로 뒤져 패배했다. 승자독식이라는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 때문이다. 당시 보수파가 우세했던 연방대법원의 재검표중지 판결로 결국 그는 선거패배를 인정하고 깨끗이 승복했다. 한국이었다면 과연 이런 일이 용납되었겠는가. 이같이 석연찮은 대선 결과는 그가 말한 <불편한 진실>의 또 다른 진실이 되었으니 아이러니다. 앨 고어의 사례에서 보듯이 불편한 진실은 편안한 거짓말이 되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한일문제에서 불편한 진실과 편안한 거짓말을 상기해보자. 일제 강점 36년은 한국인에겐 씻을 수 없는 민족적 굴욕이자 한 맺힌 과거사이다. 비록 우리가 못나서 당한 치욕이지만 그들이 저지른 만행은 1965년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청산되었다는 일본과, 진정한 사과 없는 청산은 결코 청산이 아니라는 한국의 입장에는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양국 간의 문제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것은 바로 `불편한 진실과 편안한 거짓말의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사실이지만 말하기 불편한 과거사이기 때문에 사실대로 국민들에게 가르치고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사실을 인정하려니 수치심이 느껴지고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든다. 오히려 그들은 60년대 국민소득 100달러이던 후진국 한국이 GDP 세계10대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오로지 자신들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일청구권자금이 경제개발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서 한국경제가 크게 발전했는데 왜 자신들의 치부인 과거사로 계속 발목을 잡느냐는 식이다. 그래서 징용자 배상과 위안부 사죄도 못 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러시아 국민 80%가 지지하는 기현상도 그들의 무너진 자존심에 불을 붙인 푸틴의 장기집권 전략 때문이다. 소비에트연방 해체 후 중국의 급부상과 함께 세계 3등 국가로 전락한 러시아의 무너진 자존심을 자극한 불편한 진실일 뿐이다. `불편한 진실과 편안한 거짓말`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났거나 벌어지고 있는 모든 사건사고와 일들의 이면에 존재하고 있다. 이는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은 서로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다는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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