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2:37 (금)
날치 이야기
날치 이야기
  • 김제홍
  • 승인 2023.03.22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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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물고기 중 동갈치목(Beloniformes)의 어류들은 몸이 길고 둥근 비늘로 덮여 있는데, 6개 과에 민물과 바다에 서식하는 약 264종이 있다. 동갈치ㆍ꽁치ㆍ학꽁치ㆍ날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중 날치는 흥미있는 물고기이다. 날치는 공룡이 사라진 약 6500만 년 전 신생대 에오세(Eocene Epoch) 시기에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날치의 영어 정식 명칭은 exocoetidae이지만 flying fish로 많이 불리는 이유는,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날개처럼 생긴 긴 지느러미를 이용해 물을 박차고 나와 공중에서 상당한 거리를 날아가기 때문이다.

날치는 물에서 전속력으로 튀어나온 뒤 양쪽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를 활짝 편 채 글라이더처럼 활강하며 수십 미터를 날아갈 수 있다. 최고로 높이 난 기록은 6~7m이다. 날치의 몸통은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을 수 있도록 가늘고 긴 원통형이며 꼬리지느러미는 아래, 위의 두 가닥으로 분리돼 있는데 아래쪽 지느러미가 더 길게 생겼다. 이 꼬리지느러미가 비행의 핵심 기관인데, 꼬리지느러미 아랫부분으로 물을 박차고 뛰어오른다. 꼬리지느러미는 비행할 때 양력(揚力)의 발생과 좌우로의 방향 전환을 쉽게 하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갈 때 비행기의 랜딩기어 같은 역할을 한다.

날치는 조류처럼 날기에 유리하도록 진화했는데, 이를 수렴진화(收斂進化)라고 한다. 수렴진화는 계통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는 둘 이상의 생물이 적응의 결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현상을 말하는데, 박쥐와 새의 날개가 좋은 예다. 날치뼈를 현미경으로 보면 조류의 뼈처럼 골밀도가 낮아서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 뼈가 가볍다.

날치는 날기 위해 불필요한 무게를 줄여야 하므로 살에 지방비중이 작다. 그러나 날치의 살은 등푸른생선 특유의 강한 감칠맛을 가지고 매우 부드럽다. 실제로 먹어보면 고등어 비슷한 맛이 난다. 일본의 인기 음식 중 토비우오시오야키라는 `날치 소금구이`도 있다.

날치는 잘 날기 위해 항상 체중조절을 해야 하므로 위가 거의 없고 장이 다른 물고기들에 비해 짧아서 먹이를 먹으면 금방 소화시키고 빨리 배설하여 체내에서 음식물을 모아두는 시간을 최소화하는데, 이 역시 조류의 소화기관과 유사하다. 천적이 나타나면 비행 전에 매미가 소변을 보는 것처럼 똥을 싸고 점프를 한다.

날치는 표층 수온이 20~23℃인 바다에서 서식하는데 수온이 20℃에 미치지 못하면 근육의 활력이 떨어져 비행이 불가능해진다. 4월 중순 즈음 난류를 타고 날치들이 남해안 및 제주도 연근해에 올라오는데 운이 좋다면 낚시하다가 날치들이 나는 것을 볼 수도 있다.

날치가 알을 낳을 때 직경 2㎜ 정도의 동그란 알을 해초에 엄청나게 붙인다. 그래서 인도네시아같은 곳에서는 날치알을 얻기 위해서 사람들은 지푸라기 같은 발을 만들어 날치가 수초로 착각해서 알을 낳게끔 한다. 날치알은 한국의 초밥집이나 뷔페 등에 가면 흔히 볼 수 있고 알밥이나 볶음밥을 할 때도 주로 쓰이는데, 알의 직경 2㎜보다 더 작다고 생각되면 진짜 날치 알이 아니라 열빙어나 청어 알이 섞인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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