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2:20 (금)
존재의 본질 17 진리만이 자유로 이끈다
존재의 본질 17 진리만이 자유로 이끈다
  • 도명스님
  • 승인 2023.03.20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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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정담도명스님    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신사정담도명스님 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출가 전 마음이 힘들 땐 책과 음악을 통해 위안을 받곤 했다. 좋은 음악은 뇌의 분별 작용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감성으로 스며들어 마음을 이완시켜 주는 좋은 치료제가 된다. 책은 그 속에 있는 주인공의 인생을 통해 간접체험을 경험하고 마음의 위안과 소중한 교훈을 얻기도 한다. 불안한 청춘이었던 당시, 의지할 무언가가 필요했고 인도의 영적 스승들은 한동안 나를 매료시켰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기 물음을 통해 구도자를 진리로 이끄는 아루나찰라의 성자 라마나 마하리쉬나, 봄베이의 거리에서 담배가게를 하며 세속에서 진리를 전한 `아이 엠 댓`의 주인공인 니사르가다타 마하라지의 가르침이 큰 도움이 됐다.

또 한 분은 `히말라야의 성자들`이란 책의 주인공인 스와미 라마였다. 이때 스와미란 수행자를 의미하며 라마는 그의 이름이다. 그는 어린 나이에 전생부터 깊은 인연이 있었던 스승을 만나 함께 수행했다. 그는 어려서 진리에 대한 많은 환상을 가졌고 스승이 자신에게 번뇌를 없애는 묘방과 특별한 깨달음을 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진리를 얻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가졌던 그는 여러 번 스승께 진리를 전수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스승은 "아직 때가 아니다"라며 제자의 간청을 들어 주지 않았다. 답답해하던 스와미 라마는 급기야 "스승님께서 진리를 전수해주시지 않으면 저는 오늘 떠날 것입니다!"라며 강수를 두었다. 그제서야 스승은 "알았다. 진리를 가르쳐 줄 터이니 나를 따라오너라"라고 했고 라마는 부푼 기대감을 안고 스승을 따라 길을 나섰다. 한참을 가다가 어느 마을 어귀에 있는 큰 나무 옆을 지날 즈음, 스승이 갑자기 나무를 안더니 "사람살려! 라마야. 나무귀신이 나를 죽이려 한다. 구해줘!"라며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너무나 갑작스런 일에 깜짝 놀란 라마는 스승을 나무로부터 떼어내려고 그의 허리춤을 잡고서 있는 힘껏 밖으로 당겼다. 그러나 스승을 나무에서 떼어내려 할 때마다 나무는 스승을 더욱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는 듯했다. 이렇게 한참을 씨름하다 기진맥진한 스와미 라마가 문득 나무에 붙들린 스승을 자세히 보니 나무가 스승을 붙들고 있는 게 아니라 스승이 나무를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스승님! 스승님이 나무를 붙잡고 있는 게 아닙니까!"라고 말하니 스승은 즉시 나무를 놓아 버리며 "번뇌와 깨달음도 이와 같다.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묶고 있기에 스스로 풀어야 한다. 깨달음도 누가 주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였다. 그 순간 스와미 라마는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았고 그날 저녁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 당나라 시대. 선종의 네 번째 조사(祖師) 도신(580~651) 스님은 3조 승찬 스님을 뵙고 "화상이시여. 자비를 베푸시어 해탈하는 법문을 일러주소서"라며 간청했다. 승찬 스님은 즉시 "누가 너를 묶었더냐?" "아무도 묶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무슨 해탈을 구하는가?"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도신은 즉시 깨달았다고 한다. 그때 도신의 나이 열네 살이었다. 전생부터 닦아온 높은 수준의 영혼들은 이처럼 `말끝에 크게 깨닫는`(言下大悟) 경우가 있다.

불교의 출발점은 자신의 한계상황인 괴로움(苦)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권위 있는 스승을 찾고 치열한 수행의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끝내, 모든 괴로움을 벗어나는 해탈에 이른다. 그런데 해탈이란 신이나 부처, 스승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는 자신의 무지로 스스로가 문제를 일으킨 것임을 알고 난 다음, 수행이란 수단을 통해 마음이 깨어나 생각과 습관을 바꾸면 괴로움으로부터 점차 벗어날 수 있다는 합리적 가르침이다.

요즘 사이비 종교와 교주들로 인해 개인의 심적, 물적 피해는 물론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이비(似而非)의 뜻은 `겉으로는 비슷하나 본질은 다른 가짜`를 말한다. 사이비 종교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구하는 마음`을 이용해 가스라이팅을 하거나 집단최면을 통해 그들을 세뇌시킨다.

사람들은 시장에서 물건 하나 사는데도 이리 살피고 저리 살펴 하자가 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그러나 자기 존재가 걸려있는 영혼의 문제에 있어서는 "누가 용하더라. 그분은 우리의 죄와 업을 다 없애주는 영험한 능력을 갖춘 분이야"라는 소문이 들리면 의심 없이 자신을 던진다. 순수함이 무조건 믿는 맹신이나 무지를 의미하진 않는다. 진정한 믿음은 믿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알 때 저절로 일어나는 자연스런 마음 현상이다.

누가 자기의 인생을 대신하고 자유를 주겠는가. 스스로 정신 차려 스스로 벗어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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