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3:52 (금)
성공하는 지도자와 실패하는 지도자
성공하는 지도자와 실패하는 지도자
  • 이헌동
  • 승인 2023.03.16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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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동    전 영운초등학교장
이헌동 전 영운초등학교장

역사적으로 존경을 받는 성공한 지도자가 있고 지탄을 받는 실패한 지도자가 있다. 지도자의 성공과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인물 그릇의 크기가 아닐까.

큰 그릇의 인물은 열린 자세로 편을 가르지 않고 포용하면서 유능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한다. 역사관이 정립되어 정체성을 지니고 지지자들만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아서 소탐대실하지 않고 전체를 위한 정치를 하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반드시 사과한다.

작은 그릇의 인물은 닫힌 자세로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만을 선택하여 지지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면서 내로남불한다. 그래서 큰 그릇의 인물은 담기지 않고 국민통합이 되지 못하면서 맹목적인 편 가르기가 성행한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도 지지자들만의 뜻을 따르고 사과하지 않는다.

지난 서울ㆍ부산시장 재선거 시 문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이 파기되는데도 다수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지지자들의 뜻만 따르면서 사과하지 않아서 작은 그릇의 인물로 판단되었다. 만약 그때 서울ㆍ부산시장 공천을 하지 않았다면 정치의 방향과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다.

국민만을 보고 국민통합의 정치를 하겠다 하고는 지지자를 위한 정치를 하고 추종자들만 등용하면서 반성할 줄 모르고 지인들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하지 않는 지금 대통령은 큰 그릇의 인물일까? 후안무치하고 막무가내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잘못을 고치지 않는 과이불개(過而不改)의 정치를 하는데 이것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지금 민주당의 대표는 큰 그릇의 인물일까? 필자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자"고 할 때 `큰 그릇의 인물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절처봉생이 될 수 있는데도 자신이 한 말을 뒤집고 소탐대실하면서 공멸의 길로 가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인근에 김해시와 김병곤 기념사업회가 세운 추모조형물이 있다. 김병곤은 지난 1953년 김해시 한림면에서 출생하여 1971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하였다.

1974년 6월 15일 유신독재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된 군사법정에서 사형을 구형받았다. 그러자 "재판장님 영광입니다. 유신치하에서 생명을 잃고 삶의 길을 빼앗긴 민중들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어 걱정하던 차에 이 젊은 목숨을 기꺼이 바칠 기회를 주시니 고마운 마음 이를 데 없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최후진술을 하였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 여섯 번째 투옥 중 얻은 병으로 1990년 돌아가셨다. 김병곤의 겸허한 품성과 깊은 인간애는 민주화를 위한 불굴의 의지로 승화되어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김병곤 열사가 지금의 야당 대표라면 어떻게 할까?

큰 그릇의 인물이셨던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마지막으로 남긴 글의 일부이다. 지면관계로 생략된 글이 많다.

"연일 제 가족과 측근들에 대한 의혹으로 나라가 어지럽습니다. 부끄럽고 민망합니다. 몰랐다고 모함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냐고 따져 묻지도 않겠습니다. `노무현` 답게 하겠습니다. 잘못이 있으면 누구든 벌을 받아야 하며,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저의 인생은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정치인이 되기 전 인간 `노무현`의 삶도 그랬습니다. 그 최초의 상대는 `가난`이라는 녀석이었던 것 같습니다. 집이 풍족하여 화기애애 식탁에 둘러앉아서 음식을 나눠 먹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 저의 꿈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세상엔 수없이 많은 `노무현`들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나라는 성장하는데, 가난은 왜 자식에게까지 대물림하게 되는가. 점차 사회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경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왜곡된 역사가, 도처에 널린 반칙과 특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저의 삶은 아시는 대로입니다. 인권변호사가 되었고, 국회의원이 되었고, 청문회에 나가 이름도 얻었고 그리고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늘 예전의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했습니다. 돈이 없고 힘이 없어 세상으로부터 매 맞고 짓밟히는 이들 편에 서고자 했습니다. 그 눈물을 멈추게 할 힘이 내게 없다면, 최소한 내 손등으로 닦아주기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들 `대세`니 `주류`니 하는 것에 우르르 몰려갈 때, 원칙을 지키며 버티려 했습니다. 그런 선택들을 한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언제까지 대결과 분열을 가르칠 것입니까. 언제까지 증오와 반목을 가르칠 것입니까. 언제까지 특권과 반칙을 가르칠 것입니까. 사실은 모두가 불안하고, 또 불행하지 않습니까.

2002년 저와 여러분이 함께 꾸었던 꿈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지키는 건… 이 길뿐 입니다. 너무 슬퍼하거나 미안해하지 않길 바랍니다. 누구를 원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의 운명입니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습니까.

이제 작별 인사하겠습니다. 대통령이었을 때보다 이 아름다운 나라의 국민이었음이 더 큰 영광이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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