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21:35 (화)
광기를 만드는 군중의 망상
광기를 만드는 군중의 망상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3.03.16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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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향만리류한열   편집국장
서향만리류한열 편집국장

역사의 흐름을 바꾼 광기는 어느 시대에나 나타났다. 거대한 광기가 이성과 공존하던 시대가 있었다는 시각은 틀리지 않다. 광기가 거세게 일어나면 왕조가 바뀌기도 하고 사회를 급격한 변화 속으로 휘몰아 갔다. 광기는 말 그대로 미친 기운이다. 미친 기운이 간혹 사회를 선한 방향으로 틀게 한다. 작품에 광기를 더하여 걸작이 나오는 사례는 자주 접할 수 있다. 광기를 부리며 인생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앞으로 치닫는 사람은 운명을 깰 수 있다. 광기는 한 나라뿐 아니라 한 대륙을 죽음의 땅으로 물들이기도 했다. 광기는 한 시대를 특징 지우는 강력한 요소다.

실제 광기를 역사적으로 분석한 책은 미셸 푸코가 펴낸 `광기의 역사`에서 만날 수 있다. 푸코는 광기를 폭력과 억압으로 대변한다. 광기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넣으면 광기가 더 도질 수 있다. 병원에서 폭력적인 치료를 한다면 더 미쳐 날뛸 수 있다. 우리 시대의 광기는 치료되어야 한다. 광기는 심리적, 의학적으로 치료를 할 수 있다. 광기를 몰아서 더 큰 광기에 물들도록 하는 권력이 문제일 뿐이다.

우리 정치판에 광기가 춤을 춘다고 분석하는 분석정치가가 많다. 야당에서 내세운 검찰의 광기는 듣기만 해도 섬뜩하다. 광기가 발흥하여 무고한 자를 단죄하면 우리 사회는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야당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을 대하는 검찰의 칼을 광인의 칼춤으로 보고 있다. 광인이 칼을 들고 설치면 옆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상처를 입거나 목숨을 버린다. 미친 자가 든 칼은 뺏는 게 상책이다. 광기가 검사한테서 뿜어나온다는 야당 대표의 말은 공포스럽다.

윌리엄 번스타인의 `군중의 망상`을 보면 수백 명이 공유하는 광기를 광신이라고 했다. 이어 수백만 명이 공유하는 광기는 `종교`라고 말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단순한 한 줄의 글을 확인할 수 있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정치적 팬덤을 만들어 상대를 무차별하게 공격하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제정신의 수준은 아니다. 군중의 광기는 역사의 교훈에 따르면 철저하게 상대를 먼지의 존재로도 보지 않는다. 편협한 정치 행태에서 일종의 얇은 광기를 본다고 하면 너무 나간 경우는 아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본 `나의 신이다`는 광기에 더해 군중의 망상까지 보게 된다.

왠지 정치인 입에서 광기가 나오고 군중의 망상이 종교를 통해 발현되는 우리 사회는 너무 허약하다. 인간 존재의 가벼움이 그대로 수용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더군다나 검찰의 칼을 광기로 규정한 야당의 행태에서 민중이 망상을 꿈꾸는 세상은 말 그대로 절망이다.

광기를 몰아내는 새로운 기운은 정치 리더의 결단에서 나올 수 있고, 망상에 물들지 않은 차가운 이성에서 생겨날 수 있다. 우리 사회을 움켜쥐고 있는 광기가 어쩌면 쉽게 치유될 수 있다는 점은 소망스럽다. 한두 사람의 정치 리더의 결단이 온 우주를 동원하는 일보다 더 어려울 때가 있기 때문에 염려가 더 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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