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0 03:50 (토)
`세계적 타악명인 김대환` 우주적 울림으로 돌아오다
`세계적 타악명인 김대환` 우주적 울림으로 돌아오다
  • 박경아 기자
  • 승인 2023.03.06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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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대환
서울서 `김대환 19주기` 추모 공연
기일인 3월 1일엔 매해 행사 열어
장사익 출연ㆍ오쿠라 "한국 아버지"
최이철ㆍ조용필과 `김트리오` 결성
꽁지머리에 할리 타며 `예술혼` 태워
`흑우(黑雨) 고(故) 김대환 19주기 추모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아리랑을 모드가 한 마음으로 부르고 있다.
`흑우(黑雨) 고(故) 김대환 19주기 추모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아리랑을 모두가 한 마음으로 부르고 있다.

`추운 겨울 지나고 봄이 오는 3월 1일, 19년 전 귀천하신 타악연주가 `김대환` 선생님을 기리며 펼치는 마당, 꽃 피는 봄처럼 따뜻한 무대입니다…. 2023 봄을 기다리며. 장사익 올림`

서울 한 공연장에서 19년을 이어오는 추모 공연이 열려, 삼일절을 뜨겁게 달궜다. 대치동에 있는 `한국문화의 집 코우스`에서는 지난 1일 `흑우(黑雨) 고(故) 김대환 19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다. 이날은 고 김대환 타악연주가의 기일이다.

김대환이 드럼을 치는 모습.
김대환이 드럼을 치는 모습.

`흑우추모공연`에는 소리꾼 장사익과 함께 트럼펫연주자 최선배, 기타리스트 김광석, 민족음악원 이광수 사물놀이패, 해금 명인 강은일, 거문고연주자 허윤정, 일본 인간문화재 오쿠라 쇼노스케, 요코자와 카즈야, 카가야 사나에, 배우 문희 등이 출연하고, 진행은 진옥섭 전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이 맡았다. 이렇듯 각자의 분야에서 획을 긋는 사람들이 `100% 노개런티`로 한 타악연주가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다는 소식에 "김대환 선생님이 도대체 누구기에 이토록 대단한 사람들이 모여 그를 추모하나?"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연장을 찾은 이들 중에는 소리꾼 장사익의 팬이 많았다. 흑우사랑 추모공연은 많은 음악인들이 정신적 아버지이자 스승인 고(故) 김대환 타악연주가를 기리기 위해, 매년 그의 기일인 3월 1일에 열어왔다. 지난 코로나 3년을 빼고는 매해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이날 흑우추모공연은 기이하고 힘이 넘치며 흥겨웠다. 추모제라 하면 보통 무거운 분위기를 떠올리지만, 고 김대환 타악연주가의 추모제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광수 사물놀이패가 힘차게 문을 연 공연은 진옥섭 전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의 재치 있는 사회로 웃음을 머금고 진행됐다. 독특하게 진행된 연주로, 동영상 속 망자의 북소리에 맞춘 해금 명인 강은일 교수의 즉흥 협주곡이 있다. 이 추모 공연의 메시지를 닮는 이 공연은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강력한 음악의 합치`를 보여줬다. 뒤풀이에서 김대환 타악연주가의 사모인 권명희 여사는 잊지 않고 `흑우추모공연`에 참여한 모든 예술인과 관객에게 감사를 표했다.

세계적인 타악연주가 고(故) 김대환이 열 손가락에 6개의 북채, 장구채, 드럼스틱 등을 끼워 북을 치는 모습.
세계적인 타악연주가 고(故) 김대환이 열 손가락에 6개의 북채, 장구채, 드럼스틱 등을 끼워 북을 치는 모습.

고 김대환(1933~2004)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타악연주가로, 열 손가락에 6개의 북채, 장구채, 드럼스틱 등을 끼워 북을 쳐 `타악의 명인`이라고 불렸다. 아호는 `黑雨`로, 1975년 한국그룹사운드협회 초대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타악연주가로 유명한 그의 발자취를 들여다보면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 가요의 획을 그은 신중현과 조용필이다. 공군 군악대에서 호른과 트롬본을 불던 그는 27세 군 제대 이후, 미 8군 쇼 무대에서 드럼 연주를 했다. 이때 신중현과 함께 클럽 데이트라는 `패키지 쇼`를 만들어 활동하며, 음악사적으로, 보컬 그룹으로 변화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이후 신중현이 처음 만든 록그룹 애드 훠(Add 4)에도 참여했다. 지난 1970년 신중현의 새 그룹 퀘션스에 합류한 그는 자유분방한 드럼 연주로 팬심을 사로잡았다. 이후, 1972년 조용필, 최이철 함께 록그룹 `김트리오`를 결성했다. 조용필이 기타와 김대환의 드럼, 세션으로 참여한 강태환의 색소폰 연주는 `앰프 키타 고고! 고고! 고고! 고고!`(아세아 ALS-0004)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흑우(黑雨) 고(故) 김대환 19주기 추모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아리랑을 모드가 한 마음으로 부르고 있다.
`흑우(黑雨) 고(故) 김대환 19주기 추모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아리랑을 모드가 한 마음으로 부르고 있다.

자유분방하고 직관적인 김대환의 `프리뮤직`은 1980년대 중반부터 일본을 비롯한 세계시장에서 주목받았다. 500여 회의 순회공연에서 기타리스트 김광석, 일본 타악기 장인 오쿠라 쇼노스케 등과 교류하며 무대에 올랐다. 타악연주가 김대환의 천재성은 무대 위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 1993년 독집 `흑경` 이후, 1994년 사운드스페이스를 통해 CD `흑우`를 발매했다. 이 앨범은 그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발표한 연주 음반이다. 특이한 점은 일본 시장에서 먼저 선보인 뒤, 한국에 역수입된 음반이란 것이다. 아호를 앨범명으로 쓴 이 음반은 지금도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의 타악기 연주는 악보를 벗어난 창의적 소통이다. 이런 미래지향적 성격은 그 시대 한국의 음악이 나아갈 바였고, 많은 이들이 이로 인해 놀라운 영감을 받았다.

김대환이 조용필(오른쪽) 등과 함께 결성한 록그룹 `김트리오`에서 연주하는 모습.
김대환이 조용필(오른쪽) 등과 함께 결성한 록그룹 `김트리오`에서 연주하는 모습.

`찔레꽃`의 아픔과 한을 노래로 승화시킨 가수 장사익은 김대환의 영향으로 노래에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회상한다. 장사익은 "음악은 박자와 음정이 있다. 이를 지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 틀이 음악의 한계가 됨을 깨닫는 이는 드물다. 김대환 선생님은 음악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우주적 소리를 추구하신 분이다. 오늘 이 자리에, 그를 그리워하고 추모하는 모든 이가, 음악적으로 그의 영향을 받았다. `흑우사랑 추모공연`은 김대환 선생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매년 올리는 헌정 공연이다"라며 공연의 성격을 밝혔다.

장사익은 흑우 추모 공연에서 처음 김대환 스승을 만난 날을 떠올리며 말했다. "나는 무명시절 노름마치였다. `노름마치`란 놀이판을 끝내는 사람을 말한다. 뒤풀이 맨 마지막에 노래를 부르고 난 후, 김대환 선생님이 나를 불러내어 `송아지`를 불러보라 했다. 송아지를 나름 열심히 불렀다고 생각했지만, 선생님은 다시, 음정ㆍ박자를 모두 무시하고 불러보라고 했다." 그때, 장사익은 음악의 한계를 깨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마음 가는 대로, 규격화된 음악의 본질을 깨닫는 것이 소리꾼 장사익으로의 첫걸음이 됐다. 장사익은 노래의 박자, 음정을 버리고 호흡이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면, 노래가 그만의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소리꾼 장사익, 일본 인간문화재 오쿠라 쇼노스케, 부토 예술가 카가야 사나에, 피리 예술가 요코자와 카즈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리꾼 장사익, 일본 인간문화재 오쿠라 쇼노스케, 부토 예술가 카가야 사나에, 피리 예술가 요코자와 카즈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리꾼 장사익은 "사람은 만나야 한다. 서로 부대껴야 한다. 나라, 이념과 같은 껍데기를 모두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사람으로 마음을 열고 만나면, 음악이 이들을 하나로 묶는다"라고 말했다.

천재 타악연주가 김대환의 영향력을 기리고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 중 기타리스트 김광석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김대환 타악연주가와 함께 일본 무대에 섰었다. "마음의 스승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본질에 접근하신 분이다. 그분의 연주를 들으면 타악기가 악기로서의 자리를 넘어 공간적, 우주적으로 지축이 흔드는 울림과 힘을 갖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광석 기타리스트는 "2년 동안 말을 금하고 기타에만 매달려 연주한 적이 있다. 내가 넘지 못하는, 뭔가를 느꼈기 때문이다. 한 날 선생님이 나에게 `연습 열심히 했구나`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때 울컥 눈물이 났다. 그것이 지금까지도 선생님과의 깊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흑우 추모 공연에는 일본의 인간문화재인 타악 명인 오쿠라 쇼노스케가 참여했다. 그는 코로나로 공연을 못 한 3년을 빼고는, 흑우 추모 공연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김대환 타악연주가를 `아버지`로 부르는 그는, 2023년 코로나가 잠잠해져 열리게 된 흑우 추모공연에 큰 반가움을 표했다. "코로나 시기에도 매년 김대환 선생님의 추모 모임을 일본에서 열었다.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이 3월 1일이면 그를 추모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환 타악연주가와는 프리드럼과 즉흥연주로 처음 음악적 교류를 하게 됐다. 북해부터 큐슈까지, 일본 전역과 중국,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를 다니며 공연을 펼쳤다. 김대환 타악연주가와 오쿠라 쇼노스케는 음악으로, 문화로 다방면에 교류하며 친해졌고, 무대 위에서 세계인이 하나 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 그는 개인과 나라와 문화를 넘어선 인간 본질의 감동을 끌어냈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또, 추모 공연에 일본의 부토(일본 전통 예술인 가부키와 노에서 변형된 전위 무용의 일종) 예술가 카가야 사나에와 피리예술가 요코자와 카즈야가 무대에 올랐다. 무대 끝자락에는 한국과 일본을 넘어선 모든 출연자들이 `아리랑`을 부르며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잊지 않고 이 자리를 찾은 김진묵 음악평론가는 김대환 타악연주가가 음악뿐 아니라 서예, 미서, 좌서, 음각 등 다양한 부분에 뛰어난 활동을 보였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쌀 한 톨에 반야심경 283자를 모두 새겨, 세계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다. 지난 2004년 3월 1일 급성 폐렴으로 투병하다 향년 72세 나이로 별세할 때까지, 꽁지머리에 할리 오토바이를 즐겨 타던 음악 천재 김대환의 삶은 음악을 향한 열정으로 빛났다. 고 김대환 타악연주가를 기리는 `흑우추모공연`은 앞으로도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열정으로 이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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