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7:25 (금)
제동 걸린 소줏값 인상… 물가 안정 시급하다
제동 걸린 소줏값 인상… 물가 안정 시급하다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3.03.01 20: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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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미로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소주 한 병에 6000원 시대가 온다`는 소식에 애주가는 물론 서민들이 화들짝 놀랐다. 전기료 인상에 이어 난방비, 버스비 등 물가인상이 잇따른 가운데 대중적인 술인 소줏값 인상 소식에 `한잔의 추억`을 열망하는 직장인 등은 추운 겨울 날씨만큼 가슴이 싸늘하게 했다. 온갖 요금 인상으로 주머니 사정은 말라가는데 시름을 달래줄 소줏값 인상은 우리를 심란하게 한다. 이번 주류 출고가 인상 논란은 앞서 정부가 주세 인상을 발표한 데다 업계에도 생산비 상승 문제가 이어지면서 인상 논란이 불거졌다. 주류 제조사에서 출고가를 인상하면 음식점과 주점 등에서 판매 가격을 더 큰 폭으로 올려 소주 1병을 6000원에 마시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소줏값 인상 소식으로 흔들리는 민심에 정부도 혼비백산이다. 급기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 주류제조업체에 압박을 가하며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추 장관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소주 등 국민이 정말 가까이 즐기는 그런 품목(의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 드린다"고 밝혔다. 정부는 소주 가격 인상과 관련해 우려가 커지자 제조사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소줏값 인상 요인을 점검하고 제조사의 주류 가격 인상 동향을 살펴본다는 것이다. 주류업계는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손을 드는 분위기이다.

정부의 압박 하루 만에 주류업계는 당분간 소주 가격 인상은 없다며 손을 들었다. 화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대형 주류업체들은 소줏값 인상 동결에 입을 맞추고 있다. 화이트진로는 지난달 27일 "최근 소주 가격 인상과 관련해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이로 인해 국민과 소비자, 자영업자들이 일부 혼선이 있으신 것 같다"며 배경을 설명하고 "당사는 당분간 소주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는 입장을 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올해 출고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소주 가격 인상 동결과 함께 맥주 가격 인상도 없을 전망이다. 오비맥주도 당분간 동결될 전망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4월 주세 인상에도 당분간 제품가격 인상계획은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정부가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잇따라 가지며 물가 인상 제어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다수 기업이 생산비 부담에도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분위기이다. 주류업계에 이어 풀무원샘물도 생수 가격 조정 계획을 갑자기 철회하며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풀무원샘물은 1일부터 생수 출고가를 4% 올릴 예정이었으나 이 계획을 철회했다. 유통사에도 공지했다고 한다. 풀무원샘물은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고자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는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 요구를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한국식품산업협회를 통해 식품업계와 간담회 등 접촉을 해왔다. 농식품부는 식품업계에 부당한 가격 인상 자제와 불가피하게 인상을 할 경우에도 인상 폭을 최소화로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우연하게도 풀무원 총괄 CEO가 현재 한국식품산업협회장직을 맡고 있어 풀무원이 가격 철회를 결정하게 되는 데 배경으로 작용하지 않았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소주 1병 6000원 시대는 당분간 오지 않겠지만 언제까지 인상을 늦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화이트진로는 소줏값 인상 동결 결정을 하면서도 "가격 인상 요인은 존재하고 있으나 현재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내린 조치이다"며 "모쪼록 힘든 경제 상황을 슬기롭게 넘길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해 인상 여지는 여전하다. 주요 주류 회사들이 나서 "출고가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는데도 정부가 소줏값 인상에 제동을 건 것은 식당, 주점 등에서는 벌써 소주 가격이 고공행진 국면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도심에서 이미 소주가격 6000원 시대가 현실화되는 분위기이다. 일선 식당들은 출고가 인상 여부가 결정되기도 전에 소줏값을 먼저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음식점 및 주점에서 팔리는 소주는 서울 청담, 압구정 등 강남 상권에서는 병(360㎖)당 7000원, 직장인이 많이 몰리는 도심 주요 상권에서는 6000원에 진입하는 추세이다.

소줏값 인상 동결은 다행이다. 그러나 대학가에는 1만 원짜리 안주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10년 넘게 1만 원 이하의 저렴한 안주를 팔아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의 아지트로 불리던 부산대 인근 주막에도 1만 원 이상의 안주가 점령했다. 소주 가격 인상이 겹치면 주막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하반기 물가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는 물가를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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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숙 2023-03-02 07:44:41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