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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이야기
참치 이야기
  • 김제홍
  • 승인 2023.02.22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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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고등동물은 온혈동물(endotherms)과 냉혈동물(ectotherms)로 나누어진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중간 동물도 있다. 지난 2014년, 과학 저널인 `Nature` 지는 공룡이 보통의 파충류처럼 냉혈동물이 아니라 바늘두더지, 참치, 악상어(lamnid sharks), 장수거북 같은 중온동물(mesotherms)이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온동물은 내부에서 에너지를 태워 체온을 조절하지만, 포유류나 조류처럼 일정한 체온을 갖지는 않는다. 예컨대 참치의 경우, 체온이 주변의 물보다 20°C 정도 높지만, 심해의 차가운 물 속으로 잠수할 때는 대사율이 급속도로 떨어진다. 참치가 중온동물이라서 보통의 생선보다 훨씬 빨리 부패한다.

일본에서도 참치를 먹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고 참치가 고급 생선으로 취급된 것도 겨우 50년 전이다. 참치는 주로 먼바다에서 잡히는 데 냉동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았던 무렵, 잡아 오는 도중 완전히 부패해 냄새도 맡기 힘들 정도로 상했다. 그래서 참치는 식용이 아니라 밭의 비료로 쓰였다.

참치는 죽음과 동시에 체온이 50°C 까지 오르면서 색깔이 점차 흑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참치는 잡는 즉시 머리, 내장을 제거 후 영하 60°C 이하 저온에 냉동시켜 유통된다. 참고로, 근조직에 산소를 운반하는 주요 색소로서 근육이 붉은색을 띠게 하는 미오글로빈은 영하 30°C 에서도 쉽게 산화해 갈색의 메트미오글로빈으로 변하기 때문에 참치의 색깔을 붉게 유지하려면 그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19세기 말, 미국에서도 참치는 못 먹는 생선이었다. 참치가 식용으로 바뀐 것은 정어리 대신 참치로 통조림을 만들면서부터다. 19세기까지 미국 태평양 연안에서 풍부하게 잡히던 정어리 떼가 20세기로 넘어가면서 어획량이 줄어들자 통조림 회사들이 참치로 눈을 돌렸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참치는 그저 통조림용 생선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잡힌 참치의 99%가 통조림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1960년대 일본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일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에 주둔한 미군의 영향을 받아 스테이크가 인기를 끌어 스테이크를 대신할 생선으로 참치의 인기가 높아졌다. 또 다른 배경은 영하 60°C 까지 내려가는 냉동기술의 발전이다. 이때부터 일본에서 참치는 싸구려 생선에서 점차 고급 생선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참치가 유행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일본의 전자 산업과 항공 산업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난 1970~1980년대 일본 경제가 발전하면서 일본의 전자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일본 전자업계는 고가의 전자제품을 신속하게 수송하기 위해 화물기를 전세 내 미국으로 실어 날랐으나 돌아올 때는 화물칸이 텅 빈 채로 올 수는 없었다.

일본 기업들은 북미에서 헐값에 참치를 사 급속 냉동시킨 후 냉장 컨테이너에 싣고 돌아와 시장에 공급했다. 그리고 일본 정부의 노력으로 일식이나 스시(すし)가 세계화되면서 지금은 참치회가 고급 요리가 됐다. 일본 속담에 참치를 두고 "고양이도 건너뛰는(猫跨ぎ)" 생선이라고 했다. 생선을 좋아하는 고양이조차 외면하던 참치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고양이가 감히 넘보지도 못할 만큼 귀한 생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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