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5:06 (토)
"`국제잠수함센터` 만들어 대중화 앞장서야죠"
"`국제잠수함센터` 만들어 대중화 앞장서야죠"
  • 박슬옹 기자
  • 승인 2023.02.20 2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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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잠수함연구소
세계잠수함 기록 대량 보유
휘장ㆍ부품 등 역사의 흔적
한국 사회 잠수함 산업 알려
학술연구 목적 박물관 설립
청소년 교육 등 공간 활용
"김해 국제적 가치 높일 것"
잠수함정 함모.
잠수함정 함모.

1983년 4월 2일, 이날은 대한민국 해군의 첫 국산 소형 잠수함 돌고래 051호정이 진수된 날이다.

그리고 7년 후 1990년 6월 1일 돌고래급 소형 잠수함으로 구성된 국내 최초의 잠수함 전대가 만들어졌다.

이제 한국에 잠수함이 도입된 지는 40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서는 잠수함에 대한 관심이 미미하다. 잠수함 오지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일평생을 바쳐 잠수함을 연구해온 사람이 있다. 전 해군 대령이자 현재 잠수함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최일 소장을 만나 잠수함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잠수함 외길 인생을 걸어온 최일 소장

최일 소장은 지난 1986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에 첫발을 디뎠다. 한국 최초의 잠수함 인수선발대원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으며, 독일로 파견을 나가 장보고급 잠수함 인수 교육을 수료해 국내에서 건조된 첫 번째 잠수함인 이천함(SS-062)에 초대 음탐관을 맡았다.

이후 잠수함 부서장, 부장, 잠수함 부대 작전참모 등의 직책을 거쳐 214급 잠수함의 첫 함정인 손원일함의 함장을 역임하고 제95대 잠수함전대장의 위치까지 오른 인물이다.

잠수함연구소.
잠수함연구소.

이 과정에서 독일의 연방언어학교와 지휘참모대학을 수료했으며, 경남대 대학원에서 6ㆍ25전쟁 연구와 관련한 내용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현재는 동아대학교 겸임교수직과 해군사관학교 초빙 강사로 활동하며 후학들을 양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렇게 한평생을 잠수함에만 몰두해온 최일 소장은 지난 2014년 해군 대령으로 전역했다. 이후 독일 잠수함 건조회사에서 이사로 5년을 지내고 현재는 한국에 잠수함을 대중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27일 김해시 관동동에 잠수함연구소를 개소하게 됐다.

잠수함연구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잠수함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1,2차 세계대전 잠수함전 기록 자료들.
잠수함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1,2차 세계대전 잠수함전 기록 자료들.

잠수함연구소에는 실제 잠수함은 없다. 대신 최대 규모의 세계 잠수함 기록물을 전시하고 있다. 최일 소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잠수함과 관련된 정보를 이만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자부한다. 이곳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에 걸쳐 기록된 잠수함전 관련 서적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2차 세계대전의 대서양 전투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잠수함전으로 기록돼 있다.

잠수함연구소는 이러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심층적인 고찰을 통해 잠수함과 관련한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잠수함연구소의 주된 목표는 잠수함과 관련 상식을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잠수함연구소는 잠수함에 흥미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로 자리 잡고자 한다.

최일 소장은 "한국은 잠수함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은 편이다. 아무래도 방산과 관련된 목적으로만 생각하는 선입견 때문이라고 본다. 잠수함의 기술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잠수함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였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최일 소장이 잠수함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이유이다.

잠수함연구소에 마련된 각종 잠수함 모델 모형.
잠수함연구소에 마련된 각종 잠수함 모델 모형.

실제로 외국에 경우 잠수함을 이용한 관광상품들이 인기가 높다. 잠수함 산업이 오직 방산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잠수함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최 소장은 한국에도 잠수함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 콘텐츠 등이 개발되길 바라고 있다.

현재 잠수함연구소는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운영하며 잠수함과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재밌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또, 홈페이지 개설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잠수함 사이버 전시관을 계획하고 있다.

잠수함연구소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

잠수함연구소에 마련된 각종 잠수함 모델 모형.
잠수함연구소에 마련된 각종 잠수함 모델 모형.

잠수함연구소에는 앞서 말했듯이 1, 2차 세계대전 등을 거쳐 기록된 수많은 잠수함전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과거에 사용했던, 현재에 사용 중인 다양한 잠수함 모형들을 볼 수 있다. 잠수함들은 국가별로 다른 형태를 띠고 있는데, 그중 눈여겨볼 점은 국가별로 잠수함의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최일 소장에 따르면 나라마다 잠수함의 색깔이 조금씩 다른 이유는 나라마다 바다의 색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잠수함의 가장 첫 번째 목표는 적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마다 바다의 색과 가장 비슷한 색을 골라 설계하게 됐으며, 잠수함의 색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고 한다.

이외에도 연구소에서는 국가별 잠수함 휘장, 잠수함 부품, 해군모, 기념 배지, 잠수함 부대 문양ㆍ기념품 등 잠수함과 관련된 다양한 역사적 흔적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잠수함연구소의 미래

국가별 잠수함 휘장.
국가별 잠수함 휘장.

잠수함연구소는 잠수함의 대중화에 앞장서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하지만 최일 소장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아직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한다. 최 소장이 원하는 최종 목표는 국제잠수함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이 국제잠수함 센터에서는 잠수함과 관련된 다양하고 폭넓은 학술연구가 이뤄질 것이며, 박물관 형식으로 잠수함을 전시하게 된다. 또한, 전 세계 잠수함들과 관련 전문 지식인들이 모여 각국의 잠수함의 문화를 교류하는 장이 될 것이다.

최 소장의 이러한 바람대로 국제잠수함센터가 김해에 지어지게 된다면, 인근에 위치한 부산, 창원, 거제 등 잠수함 인프라 도시들을 아우르는 김해시의 국제적 가치가 제고될 것이다. 최 소장은 이를 통해 김해시가 `국제적 가치를 가진 잠수함 사료를 보유한 국내 유일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그렇게 된다면 국내외의 방문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잠수함을 오직 방산에 국한된 기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광과 연관 지어 개발해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게 된다면 큰 인기를 끌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청소년 교육, 학습 등의 공간으로 활용돼 해군과 연계해 군 견학 및 취업의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김해의 다양한 문화들과 결합해 2차, 3차 적인 새로운 관광 상품을 개발할 수 있게 하는 것까지가 최 소장의 계획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실제 사용됐던 독일군 국기.
1차 세계대전 당시 실제 사용됐던 독일군 국기.

최일 소장은 "한국에서는 잠수함이 오직 군의 영역이라고 보고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잠수함이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국방의 영역으로 보안하고 있는 가림막을 조금 덜어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과 민간의 잠수함 지식과 자료의 순환을 통해 발전된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잠수함센터가 설립돼야 한다"며 "전 국민이 잠수함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대중적으로 잠수함과 관련된 문화를 즐기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소망을 밝혔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도 잠수함이 단지 전쟁을 위한 수단만으로 분류되지 않고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영역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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