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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의 법률문제
사실혼의 법률문제
  • 김주복
  • 승인 2023.02.15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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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산책김주복  변호사
법률산책 김주복 변호사

우리나라의 혼인제도는 법률혼주의에 따른다. 즉, 혼인신고를 한 경우만 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말이다. 이에 비해 `사실상 혼인생활을 하고 있지만, 혼인신고가 없어 법률상 혼인으로 인정되지 않는 부부관계`를 일컫는 `사실혼`은 법의 보호를 못 받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실혼이 법률혼에 준해 보호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실무상 사실혼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법률적 쟁점이 된다. 대법원은 `사실혼은 주관적으로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는 부부 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어야 하고, 단순히 동거ㆍ내연관계만으로는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한다(대법원 2000다52943판결, 2007도3952판결 등).

사실혼의 경우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 예를 들면 ①사실혼 부부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는 `혼인외의 출생자`가 되므로, 부가 친자식임을 인지한 경우가 아니면 자녀에 대한 친권ㆍ양육권을 모가 단독으로 행사한다. ②사실혼 상태의 배우자가 사망해도 상속권이 발생하지 않으며, 사망한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인이 한 명도 없는 경우에는 특별연고자로서 상속재산에 대한 분여권을 가질 수 있다(민법 제1057조의2). ③미성년자가 결혼하면 성년에 달한 것으로 보지만(성년의제, 민법 제826조의2), 사실혼은 성년의제가 인정되지 않는다. ④부동산실권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8조에 따르면 `부부` 간의 명의신탁을 허용하는데, 그 규정은 법률상 배우자에게만 적용되고,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는 제외된다(대법원 99두35판결).

그렇다면, 사실혼이 법률혼과 동일하게 취급되는 분야는 어디일까? ①부부간 동거의무, 부양의무, 협조의무(민법 제826조), 정조의무가 요구된다. ②혼인생활비용(민법 제833조), 일상가사대리권(민법 제827조), 일상 가사에 대한 연대책임(민법 제832조) 등이 인정된다. ③사실혼 관계가 파탄된 경우 유책배우자나 제3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 배우자에 대한 재산분할청구권(민법 제839조의2) 등이 인정돼, 부부가 결혼 전부터 가진 고유 재산과 결혼 중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인정돼 각자가 관리, 사용, 수익하며 귀속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부부의 공유로 추정된다(민법 제830조 및 제831조).

그 외에도 사실혼 배우자를 법률혼 배우자에 준하여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즉, ①사실혼의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일정한 요건에 따라 유족 자격이 인정돼 각종 보상금ㆍ보험금 등을 받을 수 있다. ②배우자의 명의로 주택을 임차해 살던 중 배우자가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 그 주택에서 가정 공동생활을 한 사실혼 배우자가 임차인으로 권리ㆍ의무를 승계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1항). 특히, 상속인이 있어도 그 상속인이 임차인의 사망한 당시에 그 주택에서 가정 공동생활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가정 공동생활을 하던 사실혼 상태의 배우자와 임차인의 2촌 이내의 친족이 공동으로 임차인의 권리ㆍ의무를 승계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2항). 또한, ④사실혼 상태인 경우에 배우자가 혼인신고에 협력하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사실상혼인관계존재확인청구를 할 수 있으며, 청구를 인용한 확정판결이 있으면 혼인신고를 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나목 및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72조). 설사 사실혼 관계에 있던 당사자가 사망했더라도, 생존 당사자는 사망을 안 날로부터 1년 내에 검사를 상대로 과거의 사실혼관계에 대한 존부확인청구를 할 수 있다(대법원 94므1447 판결). 이 소송에 의해 혼인신고가 이뤄지면 사실혼 배우자가 법률상 배우자가 돼 혼인외 출생자는 혼인 중의 출생자가 되고, 당사자가 사망하면 상속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사실혼이라도 법률상 혼인 관계에 있는 자가 제3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중혼적 사실혼`인 경우라면, 앞서 소개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중혼적사실혼의 경우에는 중혼적사실혼 관계 해소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나 재산분할 청구는 허용되지 않고(대법원 96므530판결), 법률상 배우자가 유족으로서 공무원연금법(또는 군인연금법)상 연금 수급권을 가지며 사실상 배우자는 공무원연금법에 의한 유족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대법원 93누1497 판결). 다만, 중혼적사실혼 관계일지라도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보호를 받을 수 있다(대법원 2010두9631 판결). 이러한 사실혼은 혼인신고, 당사자 일방의 사망 등을 원인으로 소멸하는데, 사실혼이 해소되더라도 법률혼이 아니므로 가정법원의 이혼신고 등의 법적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자녀의 친권ㆍ양육자ㆍ양육사항은 부부가 합의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원에 그 지정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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