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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운전자 제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
노인 운전자 제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3.02.15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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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미로김중걸   편집위원
안다미로 김중걸 편집위원

노인 대중교통 무임승차 연령 상향 문제가 세대 간 갈등으로도 번지는 등 국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노인 무임승차로 촉발된 논란은 연금개혁과 청년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노인 문제 대두로 떠오르는 영화제목이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이다. 지난 2008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 각색상, 감독상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하고 2018년에 재개봉되기도 했다. 영화 줄거리는 200만 달러를 쥔 르웰린 모스(조슈 브롤린)와 그 가방을 찾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 그리고 그 뒤를 쫓는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 등 그들의 숨 막히사 추격전을 담았다. 영화에서 노인이 등장하지만 노인과 노인 정책 등과 관련한 내용을 찾기는 힘들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말을 조금 비약하자면 `모든 사람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미래에 보장된 사람, 나라의 일꾼 외에는 쓸모가 없다는 뜻으로 확장한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노인의 지혜 따위는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노인이 죽으면 마을에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은 옛 얘기다. 이 때문에 점점 노인을 공경할 이유는 없어지고 노인은 노인이 되지 않기 위한 적응을 강요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노인뿐만 아니라 작금의 세상에는 사람을 위한 세상은 없다는 말이 적당하다. 전쟁, 지진 등 자연재해 발생을 볼 때 사람ㆍ세상을 위한 대응과 대책은 부재하고 아비규환과 같은 정쟁만 가득하다.

최근 일고 있는 노인 대중교통 무임승차 연령 상향 문제와 함께 `고령 운전면허`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는 3만 329건, 부상자는 4만 8022명, 사망자는 769명으로 나타났다. 2015년 2만 3053건에서 4년 사이 1만 건이나 늘어난 것이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42.2%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만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경찰청 통계)는 2019년 333만 7165명(10.2%), 2020년 368만 2632명(11.1%), 2021년 401만 6538명(11.8%), 2022년 10월 기준으로 433만 7080명(12.7%)이다. 매년 30만 명 가량 급증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 치달으면서 오는 2025년에는 580만 명, 2040년에는 1844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 증가에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지난 2019년 5월 부처님 오신 날 양산 통도사 산문에서 발생한 고령 운전자(75) 교통사고는 엄청난 충격을 줬다. 모녀가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같은 해 5월 부산 해운대에서도 70대 운전자가 불법 좌회전을 하던 중 60대 운전자와 부딪히자 제동을 못해 내리막길을 가속해 초등학교 정문 앞 보행로를 걸어가던 모녀를 덮쳐 6세 아동이 숨졌다.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가 증가하자 지난 2018년 부산시가 전국 최초로 노인 운전면허증 반납제도를 시행했다. 현재 123개 시군구에서 시행 중이다.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면허증 반납은 지난 2019년 7만 3221명(반납률 2.2%), 2020년 7만 6002건(2.1%), 2021년 8만 3987명(2.1%), 2022년 10월 기준 7만 3976년(1.7%)으로 나타났다. 고령 노인의 운전면허증 반납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다수의 고령 운전자들은 면허증 반납 대신 재교육을 선택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의 면허증 기피 현상은 저조한 대중교통망 구축과 활성화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이 저조한 지역은 수도권 외곽이나 소도시, 농촌이라는 점을 볼 때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이래 최근 3년 동안 전국 버스터미널 18곳이 폐업했다고 한다. 그나마 운행하는 버스업체도 노선 감소로 이어지는 등 고령인구가 많이 사는 농어촌 지역의 교통 인프라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고령층 이동권 침해 또는 역차별 논란까지 빚고 있다. 충남 서천군의 100원 희망택시 등 농촌형 교통모델 사업 확대 등이 보편적 이동권 보장으로 확장해 노인은 물론 국민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면허증 반납 시 1회에 그치는 10만 원 교통카드 지원으로는 안 된다. 65세 이상 무임승차 연령 상향까지 겹치게 되면 영화제목처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일자리 문제로 고령 택시 운전자도 급증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 자격 유지 심사 등 고령 운전자제도가 단순히 연령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 노인이라고 해서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선진국과 같은 조건부 면허 등 신체기능에 따라 운전자격을 부여하는 등 고령 운전자 제도를 세밀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모두 노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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