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5:02 (토)
바닷가재(Lobster)와 영생
바닷가재(Lobster)와 영생
  • 김제홍
  • 승인 2023.02.15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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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세계 수산물 교역시장의 거래량에서 새우(18%)가 압도적으로 1등이며, 다음으로 연어(15%), 다랑어(7.4%), 대구(4.4%), 오징어(4%)가 뒤따른다. 새우, 게, 바닷가재 등 3종류의 갑각류만 합쳐도 거래량의 23%가 넘는다.

코로나19의 위기 가운데, 지난 2020년에 1091억 달러로 추정되는 세계의 갑각류 시장은 2020~2027년의 분석기간 중 3%의 CAGR(복합연간 성장률)로 성장하여 2027년까지 1343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갑각류(甲殼類)는 2쌍의 더듬이가 있는 절지동물로 육상의 곤충처럼 탈피를 하는데, 어릴 때에는 빈번하게 탈피하지만, 성체가 되면 탈피를 하는 간격이 길어진다.

갑각류는 피에는 헤모시아닌(hemocyanin)이 들어있다. 헤모시아닌은 고등동물의 피에 있는 헤모글로빈(hemoglobin)에 비해 산소 운반 능력은 4분의 1 정도로 떨어진다. 그러나 헤모글로빈은 온도가 낮아지면 산소 운반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데에 비해 헤모시아닌은 온도가 낮아도 산소 운반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서 갑각류들은 저온의 바다에서 잘 적응할 수 있다. 헤모시아닌을 가진 혈액은 산소와 분리될 때 무색, 결합할 때는 엷은 청색을 띤다.

갑각류 중 바닷가재(Lobster)는 스토리가 많다. 과거 북미에서는 바닷가재가 너무 흔해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밭의 비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한때, 미국에서 바닷가재는 가난한 사람들이나 하인들이 먹는 음식이었고 죄수들에게는 질리도록 공급되었던 `가난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 고급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부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바닷가재는 늙어 죽지 않는다. 지구 생명체의 수명은 `텔로미어(telomere)`가 결정한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가닥의 양쪽 끝에 붙어 있는 꼬리로서, 염색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데 텔로미어가 짧아져 사라지면 생명체는 죽게된다. 바닷가재는 `텔로미어`를 `복구`하는 신기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즉 바닷가재의 세포에 있는 `텔로메라아제(telomerase)`라는 효소가 `텔로미어`를 짧아지지 않게 만들기 때문에 바닷가재는 사고로 죽는 경우만 아니면 절대로 `자연사`하지 않는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가장 오래 산 바닷가재는 200살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바닷가재가 `자연사`하진 않지만 `사고사`를 많이 당하기 때문이다. 바닷가재는 먹이사슬에서 낮은 쪽에 위치하고 있어 인간이나 물개, 대구 같은 포식자들에게 잡아 먹힌다. 특히 탈피 후 껍질이 연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

바닷가재는 노화되지 않고 평생 성장만 반복하기에 계속 탈피를 한다. 껍질은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몸집이 커지고 껍질도 단단해지고 무거워져서 탈피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며, 매년 10~15% 정도의 바닷가재들이 탈피하다 지쳐 죽거나 먹잇감이 된다고 한다. 또, 스스로 벗을 수 없을 만큼 자기 갑각이 단단해져서 아예 탈피를 포기하는데, 이렇게 되면 낡고 망가진 껍질이 세균으로 오염되어 질병으로 죽는다. 바닷가재를 잘 연구하면 인류의 노화를 막고 영생(immortality)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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