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4:35 (수)
위기 관리의 첫 번째, 정직
위기 관리의 첫 번째, 정직
  • 하성재
  • 승인 2023.02.13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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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재   김해시 정책특별보좌관<br>
하성재   김해시 정책특별보좌관

국내 한 보안 경비업체 직원이 지난 2007년 직원이 고객의 집에 침입해 강도질을 하고 여성을 성추행하려 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발생 초기에 이 업체는 사고를 일으킨 사람이 `전직 직원`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결국 거짓말이 들통나는 바람에 `직원은 사고를 일으키고 회사는 이를 거짓으로 둘러댄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이 업체 CEO는 사퇴했다. 

한 피자 업체는 지난 2009년 위기를 맞을 뻔 했으나, 신속한 대응으로 극복했다. 한 매장에서 두 명의 직원이 스틱 치즈를 자신의 코에 넣었다가 다시 샌드위치에 넣는 비위생적이고 역겨운 모습의 동영상을 제작, 유튜브에 올렸다. 동영상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고, 트위터를 통해 `이 업체 피자 못 먹겠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때 CEO가 즉시 개입했다. 2시간 만에 문제의 사원을 찾아냈고, 48시간 만에 해명과 사과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문제의 지점이 어디고, 그 종업원들은 누구였으며,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리고 이 업체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한 모든 사실을 대중에게 솔직하게 알렸다. 물론 `이런 영상이나 소문이 퍼지면 얼마나 퍼질까? 그렇게 큰 위기를 불러올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사례를 보면, 유튜브에 올린 문제의 영상을 2일 만에 25만 명, 3일 만에 100만 명이 봤다. 

위기는 재수 없는 일이 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나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기업의 위기 상황에서 기억해야 할 단 하나의 원칙과 기술을 `정직(正直)`으로 꼽는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돌발사태와 기업의 위기대응` 보고서에서는 위기의 상황에서는 사건 관련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야 하고, 핵심 수단으로서 은폐와 거짓말을 피해야 한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윤리적인 차원을 뛰어넘어서 매우 실질적인 차원에서 기업의 명성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지난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고 사례를 연구한 학자들에 의하면, 당시 사고는 한 조각의 부품인 `O-링`이라는 연료탱크 고무마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엔지니어들이 싼값으로 제작된 부품의 위험성을 알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매번 관료주의의 벽에 막혀 버렸고, 이미 10차례나 발사가 연기된 터에 더 이상 체면을 구길 수 없었던 NASA의 `높으신 분`들의 발사 명령 강행이 있었다는 점을 밝히면서, 두 가지 점을 분명히 했다. 첫째, `엔지니어 윤리학`이다.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조직을 핑계로 이를 방관한 전문가들의 사회적 책임이 면제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조직의 실패`(Organizational Failure)에서 원인을 찾는 견해이다. 중요한 정보가 조직 전체에 흐르지 못하고 한 사람이 결정권을 독점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폐단은 직업윤리나 조직의 실패로 국한해 볼 수 없다. 많은 인문학자들은 `정직성의 위기`(integrity crisis)라고 본다. `integrity`는 정직함, 성실함, 신실함, 고결함, 혹은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온전함 등으로 말할 수 있다. 이런 사건ㆍ사고들이 일어난 것은 사람들이 가시적인 목표 실적 결과 등에만 관심을 갖는 물량주의에 물들어 정작 중요한 `정직의 가치`에는 누구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바로 `integrity`의 회복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불행의 시작이 사소한 거짓말, 위선, 체면, 겉치레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하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알기만 알지 그것들로부터 벗어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풍요로운 그리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용기를 내야 한다. 단 한번의 용기가 자신의 삶을 자유롭고 건강하게 만들어줄 계기가 된다면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정직을 위한 회복의 용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리더의 정직의 용기가 다른 모든 이들이 정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리더의 진정한 모습이다. 

브래드 블랜튼의 저서 `정직의 즐거움`에는 정직을 위해 의식의 혁명을 일으키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면서, 철저한 정직성을 실천하는 순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넘어서라. 우리의 마음을 억압하고 있는 신념을 깨닫고 이를 넘어선다. 둘째, 자각 능력을 계발하라. 우리 자신과 문화의 무지를 벗고 과거의 제물로서 살지 않는다. 셋째, `정신수련+기획=창조`. 현재와 미래에 펼쳐질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진다. 끝으로 외로운 떠돌이가 되지 말라. 선한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라. 정직의 용기는 리더의 삶에 창조적 에너지를 제공하는 디딤돌이 되고 동시에 창조적 리더십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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