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7:06 (수)
수면과 게으름, 숙면에 목숨 걸어라
수면과 게으름, 숙면에 목숨 걸어라
  • 한승범
  • 승인 2023.02.08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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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범  한류연구소장
한승범 한류연구소장

"고등학교도 떨어진 놈이…" 친척에게 들었던 말이다. 당시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고,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지난 1982년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해이다. 고입 재수를 했기 때문이다. 낙방의 부끄러움에 큰 누님이 대학을 다니던 대전으로 낙향해서 일 년을 보냈다. 이후 치열하게 살았다. 삼당사락(三當四落)이라는 믿음으로 잠을 희생해 공부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숙제`였다. 나는 숙제를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매일 혼나도 숙제를 거의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사업을 할 때도 중요한 일을 미루는 습관으로 자주 좌절했다. 학문과 사업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뤘지만, 그것은 운이 좋아서였다. 게으름은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난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기 마련이다.

나의 `의지력과 자기 절제력`은 밑바닥이었고, 게으른 자신에게 환멸감이 들 정도였다. 거의 매일 술을 마셨고, 폭식으로 몸이 망가져 갔다. 마침내 몸무게가 120kg이 넘은 초고도비만이 됐다. 당뇨 전 단계,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 등의 온갖 성인병과 알코올중독,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앓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13년 잘나가던 프랜차이즈 회사가 폭삭 망했다. 순식간에 알거지가 됐다. 이 모든 것은 내 잘못이었고 게으름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듬해 6개월 만에 45kg을 감량했고, 모든 병을 고쳤다. 새로운 사업의 재기에도 성공했다. 생활도 180도 바뀌었다. 과거와는 달리 완벽에 가까운 절제된 삶을 살았다. 1000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건강과 행복에 관한 작은 통찰도 얻었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있었다. 평생을 괴롭힌 `숙제 안 하기` 악습이다. 아무리 완벽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도 중요한 일을 안 하거나 미루는 습관은 고칠 수가 없었다. 고입 재수 40년이 지난 2022년, 우연히 `숙제 안 하기`의 근본 원인을 깨달았다. 그것은 천성이나 기질이 아니라 잘못된 작은 습관에서 비롯됐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에서 6살 터울의 형과 살게 되었다. 형은 공부를 잘했지만 ,올빼미 생활을 했다. 새벽까지 잠을 안 잤고, 어린 나도 어쩔 수 없이 늘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당시 형은 나에게 신과 같은 존재였기에 뭐든지 닮으려고 노력했다. 삼당사락도 형에게서 배운 것이다. 잘못된 롤모델은 나를 평생 수면 부족으로 이끌었다.

전전두엽 피질은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인간의 뇌이다. 수면 부족은 전전두엽 피질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이곳이 마비되면 인간의 `의지력과 자기 절제력`이 상실된다. 그러면 포유류의 뇌 변연계의 지배를 받게 된다. 즉 성욕, 식욕과 같은 본능에 좌지우지되는 짐승과 다름없다. 담배, 술, 도박, 마약, 게임 등에 쉽게 중독되어 무절제한 삶을 살게 된다. 이것을 깨닫고 8시간 숙면에 최선을 다했다. 매시간 규칙적인 휴식으로 `졸음과 피로`를 완벽하게 없앴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내 인생에서 `못다 핀 꽃 세 송이`가 있었다. 그것은 영어와 식탐 그리고 미루기였다. 영어는 카투사 시험에 합격할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독해에 한정된 영어였다. 다이어트에 성공했지만, 식탐을 완벽히 제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성실하지만 중요한 일을 미루는 습관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8시간 숙면과 휴식으로 이 세 가지가 완벽하게 해결됐다. 영어 리스닝이 일 년 만에 늘었다. 앞으로 2년 정도면 원어민 수준의 리스닝이 가능해진다. 식탐의 진짜 원인을 깨달았고, 평생 날씬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됐다. 업무나 생활에서 중요한 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습관이 드디어 생겼다. 초인(超人)과 같은 삶이 시작됐다. 내 인생에서 지금 가장 건강하고 행복하다. 하루가 다르게 몸, 마음, 뇌가 발달한다. 10대의 나보다 지금이 훨씬 활력이 넘치고 머리가 좋다. 지난 50년보다 앞으로의 50년이 훨씬 더 건강하고 의미 있고 생산적일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몸과 뇌가 퇴보하고 아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노화는 필연적인 숙명이 아니라 선택이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8시간 숙면을 하고, 운동을 하면 아플 이유가 없다. 믿기지 않겠지만 나에게 거의 모든 질병과 치유에 대한 혜안이 생겼다. 실제로 척추협착증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아야 했던 아내를 마사지만으로 6개월 만에 고쳤다.

인간의 신체는 위대한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감기부터 암까지 모든 병은 스스로 치유될 수 있다. 한국은 수면 결핍 국가이다. 수면 시간만 늘려도 행복한 인생이 펼쳐진다. `의지력과 자기 절제력`이 생겨 삶에 기적을 가져온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일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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