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는 보수의 아고라 광장이 돼야
전당대회는 보수의 아고라 광장이 돼야
  • 김은일
  • 승인 2023.02.0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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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일   변호사
김은일 변호사

한국 사회에 수십 년간 요지부동으로 있는 고정관념이 하나 있다.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뤘고 서민과 약자를 위하는 진보 세력이고 국민의힘은 권위주의적이고 부자와 특권층만 챙기는 집단이라는 오해가 바로 그것이다. 민주당 지지층은 물론이고 소위 무당층도 이런 통념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고정관념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닌 잘못 알려진 관념이다`는 뜻을 내포한다. 지금의 민주당을 말하자면, 특권을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불법을 서슴지 않았던 사람을 옹호하는 정당이다. 원주민과 성남 시민에게 돌아가야 할 천문학적인 개발 이익을 일부 민간업자에게 몰아주는 대가로 수백억 원을 받기로 하는 뒷거래를 하고 북한을 방문하려고 백억 원에 가까운 돈을 조폭 출신 사업가로 하여금 북한에 주게 하고 대통령이 되면 독점적인 이권을 약속해주는 짓을 하면서도, 입만 열면 `기본소득`이니 `서민을 위하느니` 달콤한 말만 늘어놓는 희대의 망종을 대통령 후보도 모자라 당 대표로 세운 정당이다.

민주당이 능력이나 이미지 면에서 이토록 말도 안되게 과대평가되고 있는 데는 사실 국민의힘이 기여한 바가 매우 크다. 민주당이 소수와 약자 보호라는 진정한 진보와 리버럴의 모습을 잃고 극좌 이념 세력들의 놀이터가 되었지만, 국민의힘이라는 보수당도 부민강국을 위한 헌신과 개인의 자유와 인권보호라는 참된 보수주의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사리사욕만 찾는 정치업자들의 정당` 아니면 `권위주의적이고 구태의연한 정당`의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민주당이 철 지난 이념 놀이로 나라를 망치고 위험에 빠뜨려도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지 않는 이유이고, 보수파가 오늘날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고도 말도 안되는 과소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이다.

이러한 국민의힘의 병폐는 지금 한창 진행 중인 당 대표 선거에서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5년 좌파 광풍의 시기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에서 보수파 정당의 가치나 나아갈 바를 아무도 말하지 않길래 이게 뭐지 했었는데, 요즘 경선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을 보니 `가치`니 `정신`이니 하는 말은 한국 정치에서 아직은 닿을 수 없는 이상의 세계구나 하는 생각에 절망감을 감추기가 어렵다.

윤심(尹心)으로 전당대회를 시작해 윤심만으로는 안 먹히는 상황이 되니 대통령의 말이 직접 등장하는 윤어(尹語)까지 왔다. 최근 보기 힘들 정도의 노골적인 개입이다. 물론 당과 정부가 반드시 한 마음으로 움직여야 할 만큼 나라의 상황이 엄중하고 어렵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윤심이 안 먹히는 이상 윤어도 안 먹히는 건 당연하다.

이렇게 특정 당대표 후보를 상대로 친윤 의원들뿐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공격하다시피 하는 장면을, 그것도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여부를 두고 파열음을 낸 지 불과 보름도 안 된 시점에 마치 재방송처럼 같은 일이 재연하는 게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칠까. 경선이 대통령으로 얼룩지면 무엇보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총선에도 부정적 효과를 미치지 않겠나. 이런 상황에서 특정 후보가 당 대표가 된들 무엇하나.

이번 당 대표 경선은 당을 혁신하여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적임자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적임자를 더 잘 선택하기 위함이라면서 당원들의 의사만으로 대표를 뽑기로 경선의 룰까지 변경하지 않았나. 그 정도로 했으면 나머지 선택은 당원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모든 후보들이 제약 없이 각자의 생각과 비전을 펼쳐 당원들의 선택을 구하는 "생각의 잔치", "보수파 시민의 아고라 광장"이 되도록 전당대회를 만들어 가야 하지 않겠나.

대통령실이 전당대회에 개입한다면 바로 이 "생각의 잔치"가 되도록 이끄는 개입이 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국민의힘 스스로는 생각의 향연을 펼칠 역량이 안되니 말이다. 아직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으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당원들을 믿는다면, 흥행과 감동의 전당대회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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