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0:59 (토)
선율 타고 온 `김해판 로미오ㆍ줄리엣` 듣다
선율 타고 온 `김해판 로미오ㆍ줄리엣` 듣다
  • 박경아 기자
  • 승인 2023.02.06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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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
황세와 여의낭자 콘서트
클래식 입힌 설화 `대중화`
변정원 스토리텔러 참여
헤르모소 앙상블 연주도
"지역 문화로 정체성 찾아"
관람객 "독특ㆍ우수 작품"
`황세와 여의낭자` 설화 창작콘서트 공연 모습.
`황세와 여의낭자` 설화 창작콘서트 공연 모습.

"황세장군을 그리워하던 여의낭자는 꽃다운 24세의 나이로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황세장군도 옛 연인의 죽음에 마음의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다가 운명했습니다." 스토리텔러의 비장한 목소리에 관객은 숨조차 쉬지 않는 듯 조용했다. 그리고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 `비탈리 샤콘느 G단조`가 흘러나왔다.

지난 4일 김해문화의 전당 누리홀에서는 클래식과 함께하는 `황세와 여의낭자` 설화 창작콘서트를 열었다. 스토리텔링에 변정원, 바이올린 정영원과 김보경, 플루트 조영서, 클라리넷 임효정, 콘트라베이스 이재원, 피아노 신소영이 연주에 참여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헤르모소 앙상블과 변정원 스토리텔러가 함께 호흡을 맞춰,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쉬운 클래식으로 기획됐다.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불리는 가야의 슬픈 설화 `황세장군과 여의낭자` 이야기의 기획자는 가야 여성문학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변정원 작가다. 아동문학가이자 김해 문인협회 회원인 변 작가는 "김해에는 아름다운 설화가 8편이나 있다. 이 풍부한 문학적 자원을 형상화해 무대 위로 끌어내는 작업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가야의 땅을 이어받아 살아가고 있는 우리 김해시민의 정체성을 찾는 길"이라고 기획 의도를 말했다. 또 초등, 중등학교 학생에게 김해의 문화를 알리는 것이 `다음 세대의 정체성 찾기`에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황세와 여의낭자` 콘서트의 스토리텔링을 한 가야여성문학회 변정원 작가.
`황세와 여의낭자` 콘서트의 스토리텔링을 한 가야여성문학회 변정원 작가.

"김해지역의 설화중 `허황후`와 해선이와 섬섬이`도 흥미롭다. 작품 기획 의도에 따라 대본을 직접 쓴다. 이런 창작을 통해 다음 세대가 정체성을 발견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연주에 참여한 헤르모소 앙상블은 바이올리니스트 정영원이 창단한 클래식 예술전문단체다. 지난 2020년 창단이래 `영화를 보고 듣다`, `북 톡 콘서트`, `헤르모소 앙상블 1회 정기공연`, `도민의 집과 가로수길 버스킹` 공연 등을 열었다. 헤르모소 앙상블 연주의 특징은 `지역주민이 즐길 수 있는 쉬운 클래식`이라는 점이다. 헤르모소는 김해지역 청년 예술가로 이뤄졌다. 김해는 젊은 예술인에게 연주의 자리를, 지역민에게는 문화공연을 제공하고자 많은 문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공연도 `청년문화활동가 지원 사업`의 일환인 `설화 창작콘서트`(경남문화예술진흥원)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헤르모소 앙상블 리더인 정영원 바이올리니스트는 지난 2021년 김해문화원에서 경남문화예술회 지원 독주회를 열어 좋은 평가를 얻은 바 있다. "클래식이 외국의 것만을 추구하는 것이 안타깝다. 더 좋은 우리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선율로 알린다면, 그것이 김해지역을 뛰어넘는 경쟁력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공연을 본 한 시민은 "재미없는 연주가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클래식 공연이라 좋았다. 이런 독특하고 우수한 작품은 김해를 넘어 서울이나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서 공연해도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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