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8:32 (수)
집단의 광기가 진실을 덮을 때
집단의 광기가 진실을 덮을 때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3.02.02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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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의 서향만리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의 서향만리류한열 편집국장

역사의 물줄기는 어느 한 굽이에서 소용돌이쳐 샛강으로 흐르기도 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진실에 의문을 달 때가 많다. 그렇다고 정의로운 역사의 외침을 다 가려낼 수도 없다. 시대를 달구는 잡다한 소리도 결국은 진실의 소용돌이에 사그라진다고 믿을 뿐이다. 주류의 역사가 진실이라는 강요를 당하면서 순응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바른 역사가 뿌리내리기 전에 겪는 엄청난 혼란 속에 있다. `사회 정의가 무언가`라고 묻기도 민망할 뿐 아니라 `사회정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재판 거래 의혹은 개발 비리보다도 더 나쁘다. 사법부의 정의를 쉽게 의심하는 시대를 맞아 국가 정의가 흔들리고 있다. 재판거래의 사례가 의혹을 넘어 팩트로 믿어야 할 개연성이 넘친다. 많은 사람이 사법부를 불신하고 있어 법의 정의가 위기의 끝에 서 있다. 재판 거래 의혹에 50억 클럽까지 넣어서 사법부의 속살을 올해 안에 볼지도 모른다.

라인홀드 니버가 쓴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들춰보면 개인은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면서 민족적ㆍ계층적 충동이나 집단적 이기심을 생생히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니버의 예리한 통찰력이 지금 우리 사회에 그대로 먹히고 있다. 개인이 집단이라는 괴물에 속해 자기 목소리를 죽이고 단체에 조종당하는 모양새다. 옳고 그름은 없고 진영 논리만 힘을 떨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정의로운 얼굴을 한 역사의 죄인들이 큰판을 만들어 한탕을 하겠다고 벼르는 기운이 가득하다. 이런 기운은 느낌일 수 있다. 하지만 느낌이라고 대충 넘기기에는 실재하는 힘이 너무 강하다. 우리는 촛불이 만든 일렁거리는 허망한 그림자를 보았다. 온 산을 태울 기세로 거대한 권력을 무너뜨리고 드러낸 실체는 그림자뿐이었다.역사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권력을 잡기 전에 가면을 찢어 민낯을 봐야 했다. 또 다시 촛불 그림자로 진실을 덮으려는 권력을 경계해야 한다.

현재 당당한 사람들, 역사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진실 앞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봐야 한다. 개인을 희생해 집단의 광기를 몰아 목소리를 더하는 현장에서 진실의 목소리가 솟아올라야 한다. 정의로운 얼굴을 한 역사의 죄인들이 큰판을 만들어 한탕을 하겠다고 벼른다. 거대한 권력을 무너뜨린 촛불의 그림자는 처연할 뿐이었다.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촛불을 다시 들어 진실에 태우려는 사람의 질주를 빨리 끊어야 한다.

여야가 난방비 폭등을 두고 문 정부 탓과 윤 정부 대책 부족이 붙었다. 조금만 따져보면 서로 탓할 일도 아니다. 이재명 리스크의 진실은 진실이 정해질 때까지(사법부의 판단까지) 긴 여정이 남았다. 현재는 진실은 없다. 여든 야든 목소리만 키우면 진실이 그쪽으로 스르르 기우는 형세다. 단군 이래 최고의 치적과 사기가 만나서 진실의 뿌리가 깊어서 그럴 수 있다. 여하튼 진실이 난잡하고 추한 땅에서 어떻게 생명력이 죽지 않고 솟아날지 바라보고 있다. 진실은 강하다고 억지로 믿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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