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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가 세계 명주로 되는 그날
전통주가 세계 명주로 되는 그날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3.01.31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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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향만리류한열  편집국장
서향만리류한열 편집국장

지역신문마다 기획 기사를 다루는 흐름이 있다. 영남권과 호남권 지역신문에서 뚜렷한 대비를 볼 수 있다. 영남권 신문은 경제 관련 기획 기사를 주로 보도하고, 호남권 신문은 문화 관련 기획 기사를 자주 다룬다. 기획 기사의 주제가 지역 이슈나 지역 주민의 바람에서 나온다고 보면 기획 기사의 주제 영역은 자연스럽게 제한받을 수 있다. 한 전남 신문사는 2014년 첫 기획으로 `광주만의 문화를 색칠하자`를 올렸다. 이어지는 기획에서도 `문화로 지역 살린다` 등 문화를 주제로 한 내용이 많았다. 지역신문이 지역 주민의 문화에 관한 관심을 잘 읽어 기획 기사에 반영한 예일 수 있다.

전남 지역은 어디를 가든 전통주와 유명 막걸리가 있다. 나주 다도 참주가 `생ㆍ솔 막걸리`, 함평 `자희향`, 여수 `개도 생막걸리`, 해남 `진양주`, 영광 대마주조장 `톡한잔 소주`, 장성 청산녹수 `사미인주`, 장흥 안양주조장 `햇찹쌀이 하늘수` 등 어딜 가서 무얼 마셔도 취할 수 있고 흥을 돋을 수 있다. 다른 신문사의 `전통주 세계 명주로 빚자` 기획은 우리 것을 찾아 기록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무엇이든 기록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사라지고, 한 번 더 언급하면 전통의 맥은 짙어진다.

지난 2008년 막걸리 열풍에 취했다. 전통주 막걸리의 인기가 도를 넘은 이유는 우연이 아니다. 지난 2000년 이전 양조장 막걸리는 읍ㆍ면을 넘어 서울, 부산 등지로 판매가 가능해 대규모 업체들이 일제히 막걸리 맛을 높였다. 이후 해마다 막걸리 판매가 상승하면서 막걸리 열풍으로 이어졌다. 이후, 대북지원 중단으로 남아도는 쌀을 소비하기 위한 정책으로 나와 절정을 맞았다.

이 기획에서 지역 양조장을 찾아 주민의 입맛을 사로잡은 여러 전통주를 선보이는 작업이 흥을 돋을 뿐만 아니라 지역 음식을 안주 삼는 그 배합이 즐겁다. 전라도 사람들에게 홍어는 영혼이 깃든 음식이다. 막걸리와 홍어의 조합은 잘 맞다. 홍어에는 암모니아, 트리메틸아민 등의 성분이 풍부하다. 막걸리에는 홍어에 든 성분을 중화시켜주는 성분이 많다. 홍어와 막걸리의 궁합이 잘 맞는 이유다.

우리 술이 세계 명주가 못 되는 이유는 각종 감미료 등 첨가물을 넣기 때문이다. 이런 술은 호불호가 크게 갈리기 때문에 세계 명주가 되기 어렵다. 국내 4대 막걸리는 무얼까. 송명섭 막걸리(전북 태인), 금정산성 막걸리(부산), 복순도가(울산 울주), 자희향(전남 함평)을 국내 4대 막걸리로 든다. 전통주 발전의 걸림돌은 전통주를 단순히 명절 선물용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막걸리는 쌀, 찹쌀, 보리, 밀가루 등을 쪄서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켜 담그는 술이다. 색깔은 희고 탁하며 성분은 6~7도로 낮은 도수의 술이다. 술이 다 익었을 때 용수를 박아 맑은 물을 건져내면 청주가 되고, 그 청주를 떠내고 난 뒤 남은 찌꺼기에 물을 섞어 짜낸 술이 막걸리다. 명칭은 순우리말로 `마구 거른 술`이라는 뜻으로 한자로는 탁주다. 전라도에선 `목걸리`라고도 한다.

풍류를 아는 사람들이 곡물을 이용해 막걸리를 빚는 일은 생활 속엣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힘든 농사일을 하면서 막걸리를 들이켜고는 `캬아` 한번 내뱉고는 시름을 날리면 실제 허리가 펴졌을 것이다. 술맛과 삶의 맛이 어우러지는 창조의 현장이 됐다.

국내 3대 소주는 개성 소주와 안동소주, 제주소주를 친다. 소주의 고유한 한자어는 없다. 증류 후 이슬처럼 받는다고 해서 노주, 화주, 한주라고 했다. 예부터 술은 시적 감흥을 돋우는 최고의 벗이다. 술과 관련해 유명 인사를 뽑으면 대부분 시인들이다.

지역 증류주가 세계 명주로 이름을 올리는 날이 올까. 지역마다 맛이 다르고 조제 기술이 틀리고 술 빚는 솜씨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일 뿐 아니라 물맛에 따라 혀에 감도는 맛이 다르다. 전남지역 전통주가 세계인의 입맛을 매료시킬 날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완도 약산도에서 나오는 담금술 `삼지구엽주`는 그곳에서 나는 삼지구엽초로 담근다. 삼지구엽초가 삼지구엽주로 나오기까지 3~4개월이 걸린다. 30도 이상의 담근 술에 100일 이상 숙성한다. 그 뒤 술을 내리면 약간 달콤한 끝맛의 삼지구엽주가 나온다. 수백 년 이어온 가양주지만 삼지구엽주는 금주이다. 팔아서는 안 되고 팔 수도 없다. 삼지구엽주를 지역 특산 전통주로 개발하고 판로를 열 숙제가 남았다.

술은 입으로 마시지만 눈으로도 마신다. 술맛에 경치까지 어우러지면 금상첨화다. 술은 단순히 취하기 위해 먹는 음료가 아닌 보호하고 전승해야 할 음식문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전통주가 세계 명주의 반열에 들지 못할 이유는 없다. 세계 3대 명주인 영국 스카치위스키, 프랑스 코냑, 중국 마오타이처럼 만들어 세계인의 입맛을 매혹하려고 전통주가 술 익는 마을마다 숙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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