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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본질 ⑩ 영원한 생명의 의미
존재의 본질 ⑩ 영원한 생명의 의미
  • 도명스님
  • 승인 2023.01.30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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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정담도명스님   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신사정담도명스님 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한 영국의 아이작 뉴턴은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이전 세계 최고의 과학자였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그의 조국에서는 그 자리의 영예가 진화론을 제창한 찰스 다윈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뉴턴의 천재성은 물리학뿐 아니라 수학ㆍ 철학까지 미쳤고 인류 문명의 발전에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다윈이 발견한 진화론이 오히려 인류에게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처럼 진화론이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미친 영향과 충격은 실로 대단했다.

여러 종교들과 고대의 신화들은 절대자에 의해 생명과 인간이 창조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 군도의 동물과 식물들의 특이점을 발견함으로써 진화론의 과학적 근거가 확립되었다. 진화론은 이후 생물학뿐 아니라 과학과 의학 그리고 철학과 종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주었고, 인류 역사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윽고 진화론은 후학들의 연구에 의해 한층 발전하여 `진화 생물학`이란 분야로 발전한다. 이 분야에서 유명한 이가 `이기적인 유전자`(The selfish gene)의 저자인 영국 과학자 리처드 도킨슨이다. 그가 쓴 책은 생명의 존재 전반에 미치고 있는 유전자의 역할에 대해 언급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생명은 때론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 가장 소중한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희생을 통해 생명의 핵심인 유전자를 후대에 계승시키기 위해서라고 하였다. 그는 뭇 존재들과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에는 유전자를 전승시켜 자신의 존재를 영속시키려는 `이기적인 유전자`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다만 개인적인 욕망을 초월하고 인류를 위해 헌신한 위대한 성자들은 이 범주에 들지 않고 이는 범부에만 한정될 것이다. 인간의 영생에 대한 추구는 생물학적인 분야만이 아니라 물질을 통한 소유에도 나타난다. 많은 돈과 넓은 땅을 가지고자 하는 것도 알고 보면 안전한 삶을 통해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무의식의 발로이다. 흔히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이 역시 명예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영속시키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다분히 깔려있어 보인다. 결국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의식뿐 아니라 무의식에서도, 궁극에는 자기라는 개체의 안정과 생존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부분의 종교에서 이러한 한계가 있는 삶을 극복하는 하나의 길을 제시하는데 그것이 바로 영생이다. 사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한계적 삶을 바탕에 깔고 사는 인간의 삶에서 보면 이것보다 매력적인 말은 없을 것이다. 또한 영생을 구하는 사람에게 누군가 그것을 보장해준다고 하면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떠나 믿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유사 이래로부터 지금껏 수많은 이가 영생을 말했지만, 검증에는 실패했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불멸의 삶을 살면서 영생을 증명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에서 실재하지 않는 개념조차도 상대방의 달콤한 말에 이끌려 사실인 것으로 오인하게 하기도 한다.

최근 명상계 일부에서 `불멸의 의식`, `영원한 생명`을 말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그러나 몸이든 의식이든 조건에 의해 형성된 것은 시간적 차이야 있겠지만 결국 변화하고 소멸해 영원할 수 없다. 영원성이란 개인화될 수 있는 게 아니며 이는 계속 순환하는 우주의 질서와 보편적 법칙성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생, 노, 병, 사 그리고 생(生)처럼 인연과 조건에 의한 순환을 말한다. 그것은 인간의 인식 속에 넣을 수 없는 우주라는 공간과,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한 시간을 포함한다. 그러나 혹자는 몸은 유한하나 의식은 무한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식조차 생명현상 가운데 하나이며 영속적이지 않다. 의식은 생명현상에 의해 생겨나며 시간의 경과에 따라 끊임없이 점멸한다, 물질과 물질 사이는 공간으로 비어있다. 마찬가지로 생각과 생각 사이 그리고 의식과 의식 사이에도 틈이 존재한다. 다만 뇌가 즉각 인지하지 못하니 계속 이어져 있는 것처럼 인식될 뿐이다. 마치 정월 대보름날 쥐불을 빠르게 돌리면 둥근 원이 만들어져 보이는 것과 같다. 존재의 본질을 안다는 것은 몸과 마음처럼 영원하지 않는 것은 영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지만, 그것을 존재하게 하는 법칙은 변함이 없음을 뚜렷하게 아는 것이다. 생명의 영원함이란 드러난 형상이 아니라 그것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법칙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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