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5:46 (목)
나라 밖을 내다보자 42
나라 밖을 내다보자 42
  • 박정기
  • 승인 2023.01.30 2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일본이라는 나라

일본이란 어떤 나라인가. 왜놈의 나라? 재수 없다. `일본`이란 말에 여러분이 보이는 첫 반응이다. 왜 싫은가? 뭐가 그리 못마땅한가? 그냥 싫다. 세상을 기분대로 살 수만 있다면 좋지. 그게 가능한가? 안 되지. 일본이 싫으면 미워하지 말고 이겨야지. 미워하면 나만 손해다. 몸에 해롭다. 이기려면 알아야 한다. 먼저 지피지기(知彼知己)다. 지피지기하려면 감정을 앞세우면 안 된다. 객관적으로, 이성적으로 접근하자. 우선 일본의 실태부터 보자. 인구 1억 3000만 세계 10위. GDP 4조 9800달러(2020년)로 세계 3위, R&D 투자 1300억 달러로 세계 3위, 기초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 15명, 삶의 질 순위 세계 12위, 군사비 지출은 491억 달러로 세계 9위, 1000년 전부터 자기 고유문자(히라가나) 사용,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소설 `겐지모노가타리`(11세기), 18세기 세계 세계 최대도시 에도(도쿄의 옛 이름), 인구 100만여 명. 일본은 만만찮은 나라다. 그래서 세계는 일본을 겁낸다. 그런데 유독 한 나라만이 일본을 우습게 본다. 대한민국! 그것도 우습게 보는 정도가 좀 심하다. 발가락의 때만도 안 친다. 대한민국, 겁나는 나라다. 그 배짱 한 번 좋다. 지금의 일본은 그렇다 치고 옛날엔 어땠을까. 모든 걸 우리한테 배웠다.

우리 조상이 건너가서 왕이 되고, 지배계급이 되었다. 불교, 문자, 건축 등 문화와 문명은 우리한테서 배워 갔다. 신라, 백제 시대 얘기만 하면 우리가 너무 속 좁은 인간이 되겠지. 16세기엔 어땠을까? 1592년 임진왜란이 났다. 임진왜란 때 일본은 총 22만 병력을 동원했다. 16만 명을 조선 공격군으로 보내고, 6~7만은 본토에 남겼다. 동원한 선박만 수백 척, 대단한 국력이다. 일본 수군의 주력함은 안택산(아타케부네)이다. 수용 능력 90명, 배 밑이 좁고 속도가 빠르다. 신속한 방향전환에는 불리, 그러나 대한해협 도양(渡洋)에는 유리하다.

선박의 재질이 삼나무라 소나무로 만든 우리 판옥선에 비교해 약하다. 판옥선은 배 밑이 편편하여 속도는 느리나, 연안에서 운용이 편하고 방향전환에 유리하였다. 여기에 천지현황, 대장군전 등 대포를 장착하여 원거리에서 일본 배를 견제, 그들의 장기인 근접전을 못 하게 했다. 일본 배는 가벼워서 대포를 사용하는 데 큰 제한을 받았다. 현대전에서도 20만 명 원정군을 바다 건너 보낸다는 것은 대규모 작전이다. 이런 대규모 작전을 임진년과 정유년, 두 번에 걸쳐 단행했다. 20여만 명을 관리하고, 보급 지원하고, 용병까지 하는 것은 대단한 국력이다.

1543년 9월, 포르투갈 선원 100여 명이 다네가시마 섬에 도착했다. 가고시마에서 페리선으로 3시간 거리다. 당시 15세의 도주 도키타카는 포르투갈인으로부터 조총 두 자루를 샀다. 조총의 가치를 금방 알아본 것이다. 조선에 조총이 처음 들어온 것은 1554년, 비변사가 명종(明宗, 1534~67)에게 총통 주조를 건의했으나 허락되지 않았다. 조선에서 왜 조총(鳥銃, 새총)인가? 날아가는 새도 맞힌다? 참새나 잡으면 딱 좋겠다! 그래서 새총(鳥銃)이 되었다. 새총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신무기 조총 때문에 얼마나 곤욕을 치렀나. 전쟁? 말이 전쟁이지 임란 초기에 조선은 제대로 싸움 한 번도 못 했다. 창피하다. 충무공이나 의병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되었겠나.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하다. 임진란을 돌이켜 보면, 가슴 아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