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3:28 (목)
`비상구`는 안전으로 가는 열린 문.
`비상구`는 안전으로 가는 열린 문.
  • 김성진
  • 승인 2023.01.30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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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고성소방서 예방안전과장 소방령
김성진 고성소방서 예방안전과장 소방령

이번 설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3년 만에 맞는 첫 설 명절이었다. 아이들은 가족 친척들로부터 두둑이 받은 세뱃돈으로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기 위해 부모님 손을 이끌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찾았고, 어른들은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구와 함께 삼삼오오 모여 명절 특수 신작 영화가 줄지어 기다리는 극장가도 많이 찾았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안내방송을 통해 수시로 화재예방을 안내하고 있고, 영화관은 영화가 시작되기 전, 신작의 기대감으로 앉은 관객들에게 비상구와 대피방법을 안내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다중이용시설의 방화셔터나 비상구 앞은 어떠한가. 성인 키를 훌쩍 넘는 큰 박스더미들로 비상구 유도등의 빛은 사라졌고, `상품 적재 금지`라는 큰 문구가 문 앞에 버젓이 붙어져 있다는 사실조차 무색해진다. 아마 그곳에 오랜 기간 근무했던 직원도 비상구는 어딘지, 방화문은 닫혀있어야 하는지 열려있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영화관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폐쇄적 공간으로 빛이 들어오는 창문이 없고 닫힌 공간 속 큰 음향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간과 감각의 제약을 크게 받으며, 화재로 연기가 발생하면 원활하지 못한 배연 때문에 화재 초기에도 인명사고로 이어지게 한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이 한순간에 삶을 위협하는 흉기가 될 지도 모른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나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벌써 잊었단 말인가. 이런 두려움에 대한 대비가 바로 `비상구`인데, 만약 이 비상구가 많은 적재물로 막혀있거나 잠겨있다고 생각하면 이것은 생명을 향한 비상구가 아니라 그야말로 끔찍한 `지옥문`이 아닌가.

각 시도 모든 소방서는 피난로 확보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 화재 발생 시 피난에 방해가 되는 비상구 폐쇄ㆍ물건 적치 등을 발견해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신고포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비상구 신고포상제는 누구나 자발적인 신고를 유도하고 소방시설 유지관리와 피난시설 확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여 건물 관계자의 안전무시 관행을 근절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행되었다.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 신고 대상은 다중이용업소, 판매시설, 복합건축물, 운수시설, 숙박시설, 근린생활시설, 노약자ㆍ아동시설, 문화집회시설, 의료시설, 위락시설 등으로 비상구 폐쇄ㆍ훼손 또는 장애물 설치상황을 보고 소방서에 신고할 수 있다. 간단한 신고서를 작성하고 촬영사진, 영상 등을 방문 제출하거나 우편 접수하면 현장확인과 신고포상 심사위원회를 거쳐 5만 원 상당의 포상금도 지급한다.

추은 날씨로 실내 여가 활동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 다중이용업소를 운영하거나 복합건축물 관계인과 이용객들의 안전의식도 같이 늘어나면 어떨까. 우리 주변에서 안전무시 관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분위기가 정착되어 아이들이 부모님 손을 이끈 대형마트나 신작의 기대감이 부푼 영화관 등의 다중이용시설이 더 이상은 불안한 곳이 되지 않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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