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9:02 (목)
대학병원을 오가며
대학병원을 오가며
  • 김병기
  • 승인 2023.01.26 2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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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가락김해시종친회 사무국장
김병기 가락김해시종친회 사무국장

지난해 11월 28일 토요일. 자고 일어나니 별다른 통증은 없었지만 왼쪽 눈이 부어있었다. 사무실에 나왔다가 근처 부원동 안과에 들렀는데 담당하던 과장이 나오지 않아 옆 여의사에게 상태를 말하니 다래끼가 위쪽에 2개, 아래쪽에 3개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4일 치 약을 받아먹고 다시 안과를 찾으니 그대로라면서 계속 약은 그렇고 찢는 것이 좋겠다며 수술은 바로 가능하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간호사 두 분과 여의사가 1시간을 넘기며 다래끼를 제거했다. 제거는 잘했지만, 아래쪽 한 곳의 모양이 특이해 조직검사를 의뢰한다며 10일 뒤 다시 예약 하라고 한다.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다시 찾은 안과에는 아침부터 환자들로 북새통이다. 결과는 양성으로 나와 다행이지만, 계속해서 생긴다면 원인 제거를 해야 된다고해 한 달 뒤에 다시 오란다. 한 달 뒤 찾은 안과에서 눈꺼풀을 뒤집어 보더니만 다행히 다래끼는 없다고 하면서 조직검사를 한 대학병원에 물으니, 검사 결과로 보아 혹시나 간이나 폐 등 전신 검사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하며 검사의뢰서를 적어줬다.

집에 와 아내에게 말하지 못하고 의료계통 일하는 사위에게 물었다. 알아보더니만 부산백병원 안과에 예약 해놓았다며 큰딸과 안내를 자처했다. 예약시간이 15시인데도 복도가 꽉 찼다. 1시간 30분을 기다리니 호출이다. 갖고 간 조직병리진단보고서와 진료의뢰서를 보면서 혹시 암세포가 걱정되어 오신 것 같은데, 암이 아닌 양성 육아종(다래끼)이라 말하며 걱정하지 말란다. 김영진 교수가 가져간 처방전을 보더니만 피부약으로 처방받은 약에서 소로도정의 부신피질호르몬 성분이 다래끼가 생기도록 한다며 가능하면 먹지 말라고 한다.

얼마 전 배가 아파 집 근처 병원에 가니 장염으로 입원하라 해서 입원해도 낫지 않아 양산 부산대병원을 찾아가서 장이 뒤틀린 수술을 받고 퇴원한 이사님이 떠오른다. "망할 *** 사람고생만 시켰다"며 분개하시는 모습이 선하다. 장님 코끼리 더듬는 시늉은 아닐 것인데 이리 차이가 날 수 있단 말인가! 조직 병리진단 보고서에 암이 아니라는데 그간 마음고생은 내가 감수할 일이지만, 가족들에게 끼친 염려는 누구에게 물어야 된단 말인가? 태어남과 죽음이 반복되는 일상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아이가 장난삼아 던지는 돌멩이에 개구리는 생사가 달렸다. 그동안 아내에게 말하지 못하고 아내 또한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했는데 설명을 들으니 좋으면서도 허탈하다. 내과 MRI에다 혈액검사도 각오하고 갔는데 그냥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죽음에 이르러 극락 가기를 원하면 간절히 아미타부처님을 일곱 번 찾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들었기에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했다.

새해에는 남의 일이라도 말하기 전에 좀 더 신중히 생각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려야겠다. 염려하는 마음은 잘 알지만, 대학병원까지 가지 않아도 될 일을 애태우며 기다리고 기다렸다. 좋게 생각하다가도 행여나 잘못될까 싶어 마음은 영 찜찜하다. 왕릉 앞 광장에 들어서니 온기를 찾아 모여든 이들이 애처롭게 앉아 있다. 초점 맞추기를 피하는 이들에게서 대학병원 복도에 앉은 사람들 얼굴이 겹친다. 건강할 때 건강을 챙겨야지 아프면 늦다. 자고 나면 맨손체조에 크게 한번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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