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3:26 (토)
자유의 상징 `대구` 이야기
자유의 상징 `대구` 이야기
  • 김제홍
  • 승인 2023.01.25 20:3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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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지난 1997년, '마크 쿨란스키(Mark Kurlansky)'가 ‘대구(大口), 세계를 바꾼 어느 물고기의 역사’란 책을 저술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뉴욕시립도서관 선정 ‘올해 최고의 책’이 되었다. 이 책은 대구라는 물고기를 통해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삶과 문화, 역사, 그리고 환경 문제까지 재미있게 풀어낸다. 마치 청어가 유럽의 역사를 바꾼 것처럼 흥미롭다. 
최초로 대구를 잡아 말려 저장한 사람들은 바이킹이라고 한다. 8세기~11세기 동안 이들의 모험과 항해, 영국 등 해안가 약탈이 가능했던 것도 말린 대구 때문이다. 800년에서 1100년 사이에 바이킹은 말린 대구 덕분에 대서양을 건너 콜럼버스보다 훨씬 먼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 바이킹의 배 만드는 기술은 스페인 북부 바스크족으로 이어지고 바스크족은 대구를 소금에 절이는 염장법을 개발하여 수많은 유럽인에게 대구를 판매했다. 대구를 소금에 절여 햇볕에 바짝 말리면 5년은 거뜬히 보관할 수 있었다. 이른바 ‘염장 대구’는 적도를 지나도 상하지 않는 귀중한 식량으로 신대륙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장거리 항해에 필수품이었다. 
대구교역이 활발한 영국은 세계무역의 중심지가 된다. 말린 대구와 맥주를 싣고 신항로 개척에 나섰던 유럽인들은 지금의 캐나다 뉴펀들랜드(Newfoundland))섬의 보나비스타(Bonavista)항으로 추정되는 곳에 상륙했는데 그곳에는 보석과 향신료 대신 거대한 대구 떼가 있었다. 캐나다 동부지역에서 뉴펀들랜드섬에 이르는 광대한 해역은 유럽에 중요한 대구 공급지가 되고, 그 지역에 식민지를 세울 수 있도록 뒷받침한 든든한 재원이 되었다.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청교도들의 정착을 도운 것도 대구였는데, 대구에 대한 고마움으로 아직도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 주의회 의사당에는 수백 년째 나무로 조각된 대구 조형물이 걸려 있다. 보스턴은 대구 때문에 탄생한 도시였고, 대구는 또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배에 벗어나 독립을 쟁취하는 데 도움을 주었기에 자유의 상징이 되었다. 매사추세츠주의 동쪽에 있는 곶(串) 이름도 대구를 뜻하는 케이프코드(Cape Cod)다. 
1650년, 대구 무역을 주도하던 영국상인들은 질 좋은 대구를 유럽에 수출하고 나쁜 것은 카리브해의 사탕수수 농장에 팔았는데 이 대구들은 흑인들의 식량이 됐다. 또한 대구를 판 돈으로 당밀을 수입하여 럼주를 만들어 아프리카에 팔아 그 돈으로 카리브 해 농장에서 일할 노예를 사오면서 노예무역이 번성하게 된다. 18세기 영국은 식민지인 뉴잉글랜드의 차에 세금을 매기고 대구 무역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었는데, 그 반발로 미국 독립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19세기 들어 어업 현대화가 이뤄지면서 대구 개체수는 급감했다. 1.5km의 낚싯줄에 1천여개이 낚싯바늘이 달린 주낙, 그리고 저인망어업(Trawls)은 대구의 씨를 말리게 된다. 
북미의 북동부 대구의 황금어장을 두고 1980년대 초 캐나다 정부는 잘못된 데이터와 부실한 모델에 의존한 엉터리 예측으로 대구 자원을 과대평가했고, 심지어 대구잡이 선단에 보조금까지 주는 바람에 대구어장은 붕괴되고 만다. 미국과 캐나다는 대구자원을 회복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데, 대구는 수명이 거의 25년이나 되는 긴 성장주기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금어기(매년 1월 16일~2월 15일)설정, 포획체장 제한, 그리고 계속적인 수정란 방류사업으로 대구자원을 제법 회복해 나가고 있으니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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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2023-02-03 10:39:31
대구 금어기는 1월16일 부터 2월15일 까지입니다. 원고에는 분명 제대로 보냈는데 편집자가 실수한거 같네요. 수정해주세요. 그리고 인터넷 기사만이라도 일부 잘린 내용 살려서 수정부탁드립니다.

양정연 2023-01-27 09:07:24
김제홍 국장님의 기고문을 통하여 항상 좋은 정보를 접합니다. 대구가 이렇게 대단한 역사적 의미의 생선이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김가은 2023-01-26 10:44:38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