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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대왕 꿈은 이루어진다
광개토대왕 꿈은 이루어진다
  • 도명스님명
  • 승인 2023.01.2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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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정담도명스님   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새해정담도명스님 여여정사 주지ㆍ(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오늘은 정월 초나흘이다. 유년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설날은 추석 이상으로 의미가 있고 즐거웠다. 내가 자랐던 시골에서 추석은 당일과 전후해 사흘 정도 놀았다. 반면 설날은 정월 대보름날까지 근 보름 이상을 즐겁게 지냈다. 어른들도 이 기간에는 산에 나무하러 가는 것도 쉬고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윷놀이나 장기를 두면서 소일했다. 돌아보면 여유롭고 미소가 지어지는 행복한 시절이었다. 한편 정월은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한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개인은 개인대로 조직과 국가는 그 나름대로 한 해를 설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필자도 새해에 몇 가지 바람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우리 대한민국의 번영을 맘속으로 기원하고 있다. 이때 번영이란 경제력이 세계 10위권 내에 드는 우리가 `물질적으로 더 잘 살자`라는 차원이 아닌 정신의 번영이다. 그것은 선진국 국민이 진정 갖추어야 할 덕목인 인간을 소중히 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성숙한 국민 의식을 함양하는 국가가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한 성숙은 결국 국민의 내면이 성숙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국가도 마찬가지인데 국가의 품격은 경제력에서만 오는 게 아니며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그것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데 요즘 예사롭지 않은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글과 노래뿐 아니라 영화와 음식까지 한국의 문화를 좋아하는 세계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흐름으로 보아 머지않아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홍익인간이라는 위대한 사상이 전 세계인의 마음에 공명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역사에는 수많은 위인과 영웅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신라의 최치원 같은 천재적인 학자가 있었고 조선 시대 이순신 장군 같이 나라를 구한 무장이 있었으며, 역대 왕 중에서는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 같은 분도 있었다. 그리고 세종대왕보다 1000년 전인 서기 5세기 초 고구려 시대, `왕중의 왕`이란 뜻의 `태왕(太王)으로 불린 광개토대왕(374~412)이 있었다. 그는 당대 동북 아시아를 호령하던 최강의 군대를 거느린 패자(覇者)였고 지혜로운 경세 군주였다. 대왕은 능호(陵號)에서 보이는 것처럼 정복 활동을 통해 고구려의 영토를 엄청 넓게 확장했을 뿐 아니라, 그는 국민에게 고구려가 고조선을 이은 북부여를 계승한 천손 민족의 적통이라는 자부심을 고취했다. 또한 `도(道)로써 나라를 다스린다`는 이도여치(以道與治)의 위대한 한민족철학으로 동북아의 질서를 주도해나갔다. 그러나 고구려가 신라에 멸망한 이후 그의 업적도 역사 속에 깊이 매몰되어갔다.

그러다 그의 사후 1500여 년이 다 되어 가던 19세기 말, 그의 업적이 쓰인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능비가 중국인에 의해 만주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 비는 발견과 함께 역사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일제는 스파이 사코오 중위가 1884년 능비의 탁본을 일본육군 참모본부에 제출한 5년 후인 1889년 능비의 내용을 세상에 공개했다. 그의 능비는 왜가 백제와 신라를 정벌한다는 `신묘년조` 기사와 함께 `임나가라 종발성`이란 임나의 지명이 등장해 일제가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의 토대로 악용됐다. 비문 중, 한ㆍ중ㆍ일이 각각 해석을 달리하는 논란의 그 신묘년조 기사는 <百殘新羅 舊是屬民 由來朝貢 而倭以辛卯年來 渡海破 百殘□□新羅 以爲臣民> "백잔과 신라는 옛날부터 (고구려의) 속민이었으며 전부터 조공을 왔다. 그런데 왜가 신묘년에 바다를 건너와서 백잔□□신라를 격파하고 신민으로 삼으려 했다"이다. 이중 특히 渡海破 부분은 변조와 왜곡된 해석이라는 논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필자는 요즘 일본 우익과 우리나라 주류 사학계가 `임나는 가야다`라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광개토태왕능비 원문 하나하나를 다시 살펴보고 있다. 대왕의 능비는 기존에 많은 학자들이 빠진 글자를 재구(再構)해 다양한 해석을 시도하였지만 아직 해결을 못 하고 있어 더욱 집중하고 있다. 지면 관계상 새로운 해석에 대한 필자의 주장은 향후 고령에서 열리는 학술대회 중 발표하려고 한다.

이제 우리는 과거 중국과 일본이 던져준 변조된 역사라는 잘못된 프레임을 벗어나 스스로의 눈으로 우리 역사를 봐야 할 때가 됐다. 역사의 흐름이 지금 바뀌고 있다. 서양에서 동양으로 그리고 한국으로 옮겨오고 있다. 한민족을 꽃에 비유하면 아직 봉오리 상태이며 완전한 개화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침내 수많은 고난을 겪어온 한민족이 세계 속에서 활짝 개화할 시기가 환하게 밝아 온다. 광개토대왕께서 꾸었던 한민족 개화의 원대한 꿈도 이제, 하늘과 땅에서 모두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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