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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밖을 내다보자 41
나라 밖을 내다보자 41
  • 박정기
  • 승인 2023.01.16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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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는 이 우주가 강유(强柔), 한온(寒溫), 천지(天地), 남녀(男女)와 같은 대립하는 두 형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았다.

이 상반(相反)되는 두 형상이 서로가 반대이기에 오히려 하나로 상성(相成)한다는 동양의 오랜 음양사상에 따라, `상반되는 적과 나도 결국 하나로 상상할 것이거늘 어찌하여 싸워야 하는가? 그러니 안 싸우고도 이기는 길은 있을 게 아닌가.`라고 하였다.

결국 `적을 알고 나를 알야아 한다`도 바로 음과 양, 두 사상에서 출발한다.

바로 이 시각은 일견 별것 아닌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비길 데 없는 탁월한 착안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손자병법을 모르는 사람도 이 구절은 다 안다. 그런데 이 평범한 구절이 내포하고 있는 깊은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손자 사후(死後) 2500여 년이 지난 현대에 와서 마오쩌둥은 손자의 오의(奧義)를 그의 유명한 세 가지 혁명사상, `모순론`과 `중국 혁명전쟁의 전략문제`, 그리고 `지구전론`의 논거(論據)로 삼은 것이다.

마오쩌둥의 번뜩이는 혜안(慧眼)을 보여준 사례다. 그의 수없는 실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존경을 잃지 않는 이유를 알만하다.

1937년 그가 쓴 `모순론`에서 당원들의 주의를 이렇게 환기한다. "주관성을 고집하거나 한쪽만 보는 잘못을 경계해야 한다. 공산당은 알면서 국민당을 모르거나, 프롤레타리아는 알면서 부르주아를 모른다는 것은 바로 모순의 각 측면을 다 보지 못한다는 뜻이요, 이러는 모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어 혁명 임무를 완수할 수 없게 된다." 그는 정(正)ㆍ반(反)ㆍ합(合) 변증법적 접근으로 손자를 인용, 당원들을 각성시키고 있다.

손자를 "공격명력이 내린 날, 앉은 병사의 옷깃은 눈물에 젖고, 누운 자의 눈물은 턱밑을로 흐른다"라고 하였다.

손자는 병사들의 전장 심리를 정확히 알고 있다. 병사들이 남몰래 운다고 하였다. 얼마나 떨리고 겁이 나겠는가. 그게 사람이다. 장수 된 자는 그들의 아픔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손자는 휴머니스트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사우지 않고 이기는 길을 찾으라고 한 것이다. 그 길은 반드시 있다.

그러니 백 번 싸워 백 번을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다.

강물이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흘러간다. 한 생명은 왔다가 간다. 새 생명이 다시 그 뒤를 잇는 큰 강을 이루며 흘러가는 것이 이 우주다.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는 것이 한 번 나서 한 번 죽는 것과 무엇이 다르리오.

역사의 완성을 궁국의 목표로 도도히 흐르는 이 생명의 강물은 이기는 자나 지는 자 모두 껴안고 흘러가는 것이다. 전쟁이란 본래 사람이 지은 업(業)의 소산인 것을. 지도자의 잘못된 생각과 밝지 못한 눈이 짓는 연기의 산물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무릇 지도자란 처음부터 옷깃을 적실 일을 벌이지 말아야 하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전쟁으로까지 번지면 싸우되 피를 흘리지 않고 이기는 길을 찾는 게 장수 된 자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손자야말로 위대한 인도주의자요, 심원한 철인(哲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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