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2:55 (금)
이웃 11명ㆍ단체 2곳 후원…"저소득층 2명 더 돕고 싶어요"
이웃 11명ㆍ단체 2곳 후원…"저소득층 2명 더 돕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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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1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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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유수마을 박위수 할아버지
농사 지어 장학회에 300만원 기탁
"왜 기부하냐… 혼자 잘 살면 뭐해"
의령군 화정면 유수마을 박위수(오른쪽) 할아버지가 장학금 300만 원을 기탁한 후 의령군수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의령군 화정면 유수마을 박위수(오른쪽) 할아버지가 장학금 300만 원을 기탁한 후 의령군수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의령군 화정면 유수마을에 사는 박위수(77) 씨는 고령임에도 봉사 이야기에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지갑 속 꾸깃꾸깃한 종이에는 매월 정기후원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힘든 농사일에도 정기후원으로 매달 빠져나가는 통장 내역을 보면 힘이 난다고 했다. 박씨가 후원하는 사람은 11명, 단체는 2곳이다. 한 달에 나가는 돈만 50만 원이 넘는다.

박씨는 지난 9일 의령군청을 방문해 올해 대봉감 농사를 짓고, 감말랭이를 만들어 250박스를 팔았다며 의령군장학회에 300만 원을 기탁했다.

사실 박씨는 군수와 사진까지 찍으며 공개적으로 기부하기를 꺼렸다. 하지만 박씨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최근 본인이 의령군에 받은 혜택에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는 최근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는데 군으로부터 200만 원 수술비 혜택을 받았다. 또 어르신 이미용ㆍ목욕비 지원 정책도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며 의령군의 세심한 노인 복지정책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씨의 봉사 인생은 3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에서 조그만 과일가게를 했는데 어느 날 배달 나간 절의 스님이 "배고픈 사람 밥 주고, 목마른 사람 물 주는 게 절 열두 번 하는 것보다 더 공덕을 쌓는 길"이라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때부터 박씨의 목욕 봉사와 급식 봉사가 시작됐다.

박씨는 남몰래 조손가정 등 불우이웃 11명에게 매달 5만 원씩을 기부하고 있다.

박씨는 국가가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 등 50만 원의 정기적인 수입을 모두 다 기부한다. 그리고 감 농사로 얻은 일부 수입도 보탠다. 아무리 나갈 돈이 많아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통장의 돈부터 채운다.

장학금을 기부하며 오태완 군수를 만난 박씨는 부탁이 있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군수에게 "저소득층도 2명 정도 더 후원하고 싶은데 계좌번호 좀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저소득층 노인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경로식당에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날 박 씨를 만난 의령군 홍보미디어담당 장명욱 주무관은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는 "80세에 무슨 계획이 있겠냐. 이웃과 같이 돕고 살다 가는 거지"라고 말했다. 주무관은 "할아버지, 이렇게까지 정말 기부하는 이유가 무엇이에요?"라는 우문을 던졌다.

이에 죽비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유가 있냐고? 여보게 청년. 혼자만 잘 살 믄 무슨 재민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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