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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이② 재승덕박의 천재 발명가 다이달로스
아테나이② 재승덕박의 천재 발명가 다이달로스
  • 허성원
  • 승인 2023.01.10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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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원의 여시아해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아테나 여신은 아레테(Arete) 즉 탁월함의 수호신이다. 탁월함은 영웅들의 것이며, 뛰어난 재능을 가진 발명가와 기술자도 그 영웅에 해당한다. 그래서 그들의 창작물을 보호하는 특허제도도 아테나의 수호 하에 있다. 이 특허의 수호신 아테나가 직접 가르치고 기른 발명가가 있다. 바로 다이달로스이다.

다이달로스는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의 혈통을 이은 에릭토니우스의 후손으로서 천부적인 창의력을 타고났다. 아테나로부터 조각, 건축, 기계 등 많은 기술을 전수 받고 여러 뛰어난 발명을 창조하였지만, 다이달로스는 아테나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다이달로스의 누이에게 탈로스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그 역시 재능이 비범하여 다이달로스가 거두었다. 어린 나이에도 토기 제조용 물레, 컴퍼스, 톱 등을 발명하여, 다이달로스의 명성을 능가하게 되었다. 다이달로스는 그의 재능을 시기하고 그의 발명에 욕심을 내어, 탈로스를 아크로폴리스 언덕 아래로 밀어 죽게 만든다. 그로 인해 다이달로스는 아테나가 수호하는 도시 아테네로부터 추방된다. 다이달로스의 탁월한 재능이 그릇된 인격의 그릇에 담겨 있었기에, 아테나는 그에 대한 가호를 거부한 것이다.

아테네에서 추방된 다이달로스는 크레타로 가서, 각종 무기, 장신구 등을 만들어 바쳐 미노스왕의 총애를 받는다. 특히 큰 업적으로서 미궁이 있는 크노소스 궁전을 건설하였다. 미궁은 인간의 몸에 소의 머리를 한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만든 미로다. 미노타우로스는 왕비 파시파에가 낳은 괴물이었는데, 미노스왕은 이를 부끄럽게 여겨 미궁 속에 가두어두었다. 미노타우로스에게는 해마다 아테네에서 보내온 소년 소녀들을 제물로 받쳐졌으나, 훗날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가 그 괴물을 해치우게 된다.

사실 미노타우로스의 탄생에는 다이달로스의 책임이 크다. 미노스가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크레타의 왕이 되었을 때 포세이돈의 황소를 제물로 바치기로 약속하였지만, 욕심 때문에 그 약속을 어겼다. 이에 분노한 포세이돈은 왕비 파시파에가 그 황소에게 연정을 품게 만들었다. 그 파시파에를 위해 다이달로스는 암소 형상의 목우를 만들어주었고, 목우 속에 들어간 파시파에가 황소와 사랑을 나눈 결과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나게 된 것이다.

다이달로스는 또 다른 죄를 지었다. 미노스왕의 딸 아리아드네는 아테네의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기 위해 왔을 때 그의 용맹스러운 모습에 반해버렸다. 다이달로스는 아리아드네의 간곡한 부탁을 듣고,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에 따라 아리아드네는 실뭉치와 칼 한 자루를 테세우스에게 주어,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후 실을 따라 무사히 나올 수 있게 해주었다. 다이달로스의 배신행위들을 알게 된 미노스왕은 그의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높은 탑에 가두어버린다.

탑에 갇힌 다이달로스는 몸은 갇혔어도 그의 창의적인 능력은 갇히지 않았다. 창문으로 날아든 새의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붙여 큰 날개를 만들고, 그것을 아들과 아버지의 몸에 붙이고는 날아서 탈출한 것이다. 그런데 이카로스는 하늘을 나는 자유와 그 기쁨에 젖어 아버지의 경고를 깜박 잊고 태양 가까이까지 날아오르다 밀랍이 녹아버려 추락하여 죽고 말았다. 다이달로스는 아들을 잃은 방황하다 시칠리아에서 생을 마감한다.

다이달로스의 불운은 조카 탈로스의 재능에 대한 시기와 탐욕으로부터 시작하여, 그 뛰어난 창의력을 여러 부정한 목적에 사용한 결과이다. 기술자의 도덕적 해이는 자신과 관련자를 해칠 뿐만 아니라 사회의 건강한 기술적 진보를 저해하고 많은 사람에게 해악을 끼치게 된다. 그래서 아테나는 탁월한 창의력을 아끼기는 하지만, 그것이 부정한 행위의 이유가 될 때에는 가차 없이 가호의 손길을 거두었다.

근래의 여러 특허분쟁을 보면 적잖은 부분이 경쟁사에 대한 시기나 업무 방해의 목적으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특허제도가 악용되어 기업들의 정당한 기술혁신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는 이 작금의 부작용 상황을 특허제도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은 적잖이 개탄하고 있을 것이다.

다이달로스 이야기는 아테나 여신의 중요한 가르침 한 가지를 명확히 알려준다. 그것은 `재능이 덕(德)을 이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재능은 뛰어나되 덕이 빈약한 자(재승덕박才勝德薄)는 아테나가 수호하는 세계 즉 아테나이에 들 수 없다. 자신의 재능을 자신의 덕으로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자(德勝才)만이 아테나의 가호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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