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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밖을 내다보자 40
나라 밖을 내다보자 40
  • 박정기
  • 승인 2023.01.09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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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오늘날 우리가 선뜻 중국을 이해 못 하는 영역이 있다면 바로 이런 역사적 체험 때문이 아닐까. 내가 중국의 병학 사상을 얘기하는 이유도 난세의 주역을 맡았던 병법가들을 이해하기 위해서이며, 이를 통해 중국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 보기 위해서다.

(3)손자 "병자 국지대사 사생지지 존망지도 불가불찰야."(兵者는 國之大事 死生之地요 存亡之道니 不可不察也) `손자` 1장 시계(始計) 편 첫 문장이다. "전쟁은 나라의 중대사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나라가 망하기도 하는 길이다. 어찌 깊이 살피지 않을쏘냐." 전쟁을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대사로 인식하고 있다. 그냥 전쟁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이어서 시계 편 두 번째 문장이 오사칠계(五事七計)다. 오사(五事)란 전력(戰力)의 5가지 요소로 첫째, 나라의 도덕(道德) 둘째, 천시(天時) 셋째, 지리(地利) 넷째, 장수(將帥), 다섯째, 법도(法度)다. 7계(七計)는 1) 바르게 정치를 잘하고 있는가 2) 장수는 더 유능한가 3) 자연현상과 지세는 더 유리한가 4) 조직ㆍ규율은 더 잘 정비되어 있는가 5) 군대는 더 강한가 6) 장병은 잘 훈련이 되어있는가 7) 상벌은 더 분명한가를 판단하고 임기웅변술, 궤도(詭道)를 헤아려 전쟁에 임해야 한다는 말이다.

손자는 이렇듯 전쟁을 말하기 전 정치를 먼저 설파한다. 다시 말해 병가라고 전쟁만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의 현재를 이해하는 데도 쑨원으로부터 장제스, 그리고 오늘날 중국을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만든 마오쩌둥까지, 모두 병학가라는 사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쑨원은 `손중산치병어록`, 장제스는 `장중정치병어록` 마오쩌둥은 `손자`를 인용하여 `모순록`, `중국의 혁명전쟁과 전략문제`, `지구전론` 등을 썼다. 다시 말해 `손자`를 읽는 것이 마오쩌둥을 이해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예컨대 마오 전술의 유명한 `적이 한 발 나오면 우리는 한 발 물러서고, 적이 멈추면 나도 멈추고, 적이 피곤할 때 이를 치고, 적이 도망가면 이를 쫓는다.` 이 대목도 바로 `손자`의 시계(始計) 편에 있는 "강한 적은 피하고, 적을 화나게 만들어 냉정함을 잃게 하고, 짐짓 서툴게 보여 적을 방심케 하며, 일을 꾸며 피로케 한다를 원용한 것이다.

마오쩌둥만 한 인물이 신화시대에 가까운 손자에 그토록 심취하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 뭇 사람들이 심지어 트럼프까지도 매료되는 손자의 오의(奧義), 깊은 뜻)는 어디 있는가? 나는 손자를 한 병법가로만 보지 않는다. 단견인지는 모르나 손자는 노자나 장자에 비견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도가의 최고 인물의 하나라고 보고 싶다. 시비가 많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다. 왜 하필이면 도가냐고 또 다른 시비가 따르겠지만 그의 병법은 노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게 사실이다. 그의 우주관, 인간관을 보면 매우 노자적이다. 그는 무위자연을 중시하고 있음을 그의 병법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그가 주창하는 `테제(These)`의 핵심도 `내가 적극적으로 적을 공격하기보다 적이 스스로 무너지도록 하는 것`을 상책으로 치고 있는 점이다. 무엇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라`는 그의 철학은 통렬한 반전주의 선언이요, 고매한 인도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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