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4:47 (목)
"이자 싼 대출이면 농민들이 논밭을 팔지 않을 텐데…"
"이자 싼 대출이면 농민들이 논밭을 팔지 않을 텐데…"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3.01.04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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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사람!
농업인 김학찬씨
40년 농사… 영원한 농업인 자처
농민 어려움에 공감 개선 의지
친환경 농사 `이달의 새농민상`
농협 이사ㆍ동 청년회 회장 역임
지역아동센터ㆍ노인에 꽃 기부
장애인ㆍ다문화가정 아이 후원
후배 농업인에게 모종 나눠 줘
투명하고 탄력적 경제 운영으로
농협 주차 공간ㆍ마트 확장 계획
"농민 힘들 땐 어디든 달려가야"
김해시 강동에 위치한 1800평 규모 해원농장 사진. 그는 고품질 화훼, 채소 생산과 소비자 안전 먹거리 생산에 헌신한 공로로 2019년 농협중앙회 `이달의 새농민상`을 수상했다.
김해시 강동에 위치한 1800평 규모 해원농장 사진. 그는 고품질 화훼, 채소 생산과 소비자 안전 먹거리 생산에 헌신한 공로로 2019년 농협중앙회 `이달의 새농민상`을 수상했다.

김학찬(김해 해원농장 운영) 씨는 천생 농사꾼이다. 여느 농부처럼 새벽 5시에 집에서 나와 저녁 7시까지, 매일같이 농장에서 그가 자식처럼 여기는 농작물을 돌본다. 이런 세월이 벌써 40년이다. 김해를 떠나본 적 없이, 김해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후부터 부모님의 대를 이어 줄곧 농사만 짓고 살았다.

"옛날에는 농사가 돈이 안 됐기에 머슴처럼 일만 하고 살았어요. 그저 열심히 농사짓고, 열심히 모으고, 아끼고, 성실하게 사는 것밖에는 없었습니다."

김학찬 씨는 오랜 시간 지역에서 농사짓다 보니 누구보다 김해 농민들의 어려움을 잘 이해한다고 했다. 특히 김해농협 이사를 3차례 역임하고, 김해시 동 청년회 5대 회장,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김해지역회 감사 등을 지내면서 농민들의 이야기에 더욱 귀기울일 수 있었다고 했다.

"IMF 때부터 시작해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농민들이 많이 지치고 힘든 실정입니다. 김해가 개발이 되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때에도 남들은 논을 사서 돈을 벌었지만, 밑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논을 팔아먹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때로는 슬픈 사연도 많습니다."

올해 조합장 선거에 나가라는 주위의 추천이 있었을 때에도 농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수확 나눌 줄 아는 마음 따뜻한 농업인

말은 겸손하게 했지만 단순히 열심히만 농사를 지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지역에서 신소득원 확보에 앞장서고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하기도 했다. 화훼, 벼농사, 친환경 미나리 농장을 재배하는 선도 농업인이었다. 특히 그가 키우는 미나리와 꽃은 전국 각지에서 수요가 있을 정도로 인기다. 이런 공로로 지난 2019년 농협중앙회가 선정하는 이달의 새농민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런 수확을 지역 사람들과 나눌 줄 아는 사람이었다. 꽃이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행복을 전한다는 마법을 이해한 걸까.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 그는 카네이션 6000개를 어버이날을 맞이해 지역아동센터에 선물하고 효를 실천하게 했다.

지난해에는 국화화분 1000여 개를 천원의 행복밥집 이용 시민과 소외 계층에 나눔 했다. 지난 6월에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나라를 위해 헌신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어르신들께 꽃 화분(비벤스) 1000개를 선물해 기쁨을 드리기도 했다. 또 장애인과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해 농장 내 체험학습장을 운영한다. 아이들은 농장에서 꽃을 심고, 가꾸면서 꿈을 키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여파로 후원의 손길이 줄어든 `천원의 행복밥집`에 자신의 옥토 800평을 직영농장으로 가꿔 필요한 채소들을 직접 재배,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의 트랙터로 밭도 갈아 주고 필요한 퇴비도 뿌려 주고 살수기로 양질의 물까지 밭에 뿌렸다. 덕분에 행복밥집을 찾는 시민들에게 시금치, 단배추, 무, 배추 등 맛있는 채소를 제공해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

김해시 강동에 위치한 1800평 규모 해원농장 사진. 그는 고품질 화훼, 채소 생산과 소비자 안전 먹거리 생산에 헌신한 공로로 2019년 농협중앙회 `이달의 새농민상`을 수상했다.
김해시 강동에 위치한 1800평 규모 해원농장 사진. 그는 고품질 화훼, 채소 생산과 소비자 안전 먹거리 생산에 헌신한 공로로 2019년 농협중앙회 `이달의 새농민상`을 수상했다.

무엇보다 선배 농사꾼으로서 후배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었다. 그는 `청년농이 농업의 미래다`라는 신념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애로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해결해주고, 그의 오랜 농사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필요하면 그의 모종을 직접 나눠주기까지 했다.

"지금 농사를 시작하는 후배들이 제 조카뻘입니다. 선배로서, 아재로서 그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 친구들을 모른 척하면 정붙일 데가 없습니다. (비유적으로 설명하며) 우리는 비포장길을 많이 다녔지만 후배들에게는 아스팔트 길로 안내하고 싶습니다."

농민 일이라면 궂은일 마다않는 행동가

"사람들이 가끔 저에게 너무 강한 것 아니냐고 나무라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보처럼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잘못된 것은 이야기하고, 바로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가 선행할 때는 온화한 표정을 짓다가도, 농민들이 불이익을 당할 때에는 매서운 눈빛으로 변했다. 실제 그가 농민들을 대변해 행동력을 보여준 사례도 많았다.

또 지난해 김해 해반천 물고기집단 폐사 원인이 됐던 독성 물질이 함유한 폐수가 외부로 배출됐을 때, 근처에서 농사를 짓던 농가들이 피해를 입을 때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김해시의 관리 소홀을 질타하고, 피해 복구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 이후 지난 해 12월 해반천 상류 감분교 위 교통사고로 기름이 유출됐을 때에도 언론에 제보하고 기름제거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현 조합장 장기집권ㆍ약속 불이행에는 질타

이런 그였기에 김해농협에 대해서도 분명히 잘못된 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 조합장이 김해농협을 경남에서 가장 큰 규모로 키웠다는 점에서는 칭찬을 하면서도 장기집권과 약속불이행에 대해서는 규탄했다.

그는 현 조합장이 18년이나 집권하고도 재도전하는 것에 대해 "물이 고이면 썩듯이, 시대 변화에 맞게 농협도 새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특히 약속을 어겨가면서까지 조합장에 출마하는 것은 농민들에 대한 신뢰를 져버리는 행동이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만약 당선된다면 조합장 연임을 제한하는 법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후배들도 어려움 없이 조합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해지역에서 40년째 농사짓고 있는 김학찬 씨. 오는 3월 김해농협 조합장에 도전하는 그는 "투명하고 탄력적인 경제사업으로 농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지역에서 40년째 농사짓고 있는 김학찬 씨. 오는 3월 김해농협 조합장에 도전하는 그는 "투명하고 탄력적인 경제사업으로 농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 조합장이 지난 선거에서 내건 공약을 불이행한 사실을 언급했다. 김 씨는 당시 영농자재센터 건립을 대표적 공약으로 내세웠음에도 지키지 못했다며 이외에도 경제사업에서 실패한 부분들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김해농협에서 운영하는 알뜰주유소가 이름만 알뜰주유소지 사실은 일반주유소보다 비쌉니다. 면세유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일반주유소보다 비싸다는 것만 봐도 경제사업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유동 자산 활용… 경제 사업 청사진 그려

그의 화훼 시설하우스 한편에는 집무를 보는 책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위에는 놓여있는 각종 농민신문에는 이리저리 메모한 흔적이 보였다. 농사짓는 시간 외에는 현재 농민들의 상황을 언론을 통해 확인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앞으로 김해농협이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우선 눈앞에 보이는 조합원들의 불편함을 줄이는 것부터 말했다. 특히 김해농협 본사 주차장이 협소해 조합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주차공간을 더 늘리든지, 여의치 않으면 다른 곳으로 본사를 이전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본사를 이전한다면 `복합상가`를 지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농협건물을 단층으로 지어서 땅만 확보하고 있으면 보기에도 좋지 않고, 김해지역을 더 침화시키는 것이다"며 "복합상가에 병원이나 식당 등 시설이 들어와 드나드는 사람들이 농협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해농협 마트가 부끄러울 정도로 구멍가게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확장에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야 농협 기프트카드로 살 것들도 많아질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아울러 미곡종합처리장(RPC)이 탄력적으로 운영을 못해 농민들이 오랜 시간 기다리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이 안 되고 있다며 이 또한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장 중점을 두는 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농민들에 대한 간절함을 담아 대답했다. 그는 "투명한 경영을 통해 대출 시 조합원들의 금리 인하를 가장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농민들은 지금도 자녀가 결혼할 때나 목돈이 필요할 때, 논을 팔고 농사를 축소시켜서 해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저리자금으로 농협에서 대출해 줄 수 있다면 농민들이 논을 보유하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시대 흐름에 맞게 `고정자산` 투자보다 `유동자산`을 확보해 유연하게 활용하겠다는 그의 경제 정책이 김해농협에 반영될 수 있을지 올해 3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판가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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