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1:29 (금)
송금 착오에 따른 법률문제
송금 착오에 따른 법률문제
  • 김주복
  • 승인 2023.01.04 2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박씨는 어느 날 이씨가 자신의 계좌에 금 1억 원을 송금한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다음 날 은행 직원이 박씨에게 연락을 해와 `이씨가 착오로 잘못 송금한 돈이므로 이씨에게 돌려주라` 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박씨는 그 돈을 돌려주지 않고 보관하다가 그중 2000만 원으로 개인 채무를 갚고, 500만 원으로 밀린 월세를 냈다. 이와 같이 착오로 잘못 송금된 돈을 사용하게 되면 어떤 법적책임을 질까? 법원은 착오로 송금된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민사적으로는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고, 형사적으로 횡령죄로 처벌받게 된다.

먼저, 민사책임에 관하여 보면,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착오로 돈을 송금한 경우는 법률 규정이나 계약 등 원인 없이 예금주가 돈을 이득하고 송금인은 손해를 입은 것이므로, 민법 제741조에 의한 부당이득반환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과연 누가 반환청구의 상대방(소송에서는 피고)이 될 것인가, 누가 이득을 취한 자인가, 은행인가 예금주인가의 문제가 있다. 법원은 예금주(수취인)가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상대방이라고 일관하여 판시한다. 즉, 송금의뢰인이 수취인의 예금계좌에 계좌이체를 한 때에는,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하여 위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이때,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좌이체에 의하여 수취인이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하여 위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되지만, 수취은행은 이익을 얻은 것이 없으므로 수취은행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취득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7다51239 판결).

그렇다면, 일반 예금통장이 아니라 마이너스통장인 경우라면 어떨까? 약정계좌의 잔고가 마이너스로 유지되는 상태, 즉 대출채무가 있는 상태에서 약정계좌로 자금이 이체되면, 그 금원에 대해 수취인의 예금채권이 성립됨과 동시에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의 대출약정에 따라 수취은행의 대출채권과 상계가 이루어지게 되는 결과로, 수취인은 대출채무가 감소되는 이익을 얻게 되므로,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하여 이체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된다(대법원 2016다237974 판결).

한편, 형사책임에 관하여 보면, 형법 제355조(횡령)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할 경우에 성립한다. 즉, 행위자와 타인 사이에 재물을 보관하는 위탁관계가 성립할 것이 구성요건이다. 그렇다면, 돈을 착오로 송금한 사람이 송금받은 사람에게 보관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는데, 왜 위탁관계가 성립할까? 법원은 타인의 계좌에 착오로 송금한 경우에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송금받은 자는 송금한 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으므로, 송금한 자와 송금받은 자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발생한다고 본다.

만약, 위 사례에서 박씨가 이씨로부터 2500만 원의 공사대금 채권이 있었는데, 이씨는 공사대금 지급을 미뤄오다가, 박씨가 대금지급을 계속 요청하자, 이씨는 일단 1000만 원만 지급할 생각이었는데, 실수로 그만 1000만 원이 아니라 1억 원을 송금해버렸고, 이에 박씨가 그 돈 중 공사대금 2500만 원을 제외하고 이씨에게 7500만 원을 반환한 경우라면 어떨까? 유사한 사례에서 1심 법원(대구서부지원 2020고단2294 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송금받은 자에게 신의칙상 보관자의 지위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는 행위는 준법률행위이고 준법률행위의 법률효과는 행위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법률의 규정 자체에 의해 발생한다. 변제로 인해 채권이 소멸하는 것은 변제의사의 효과에 의해서가 아니라 급부가 실현됐기 때문이다. 채권자는 이행된 급부를 보유할 수 있는 급부보유력을 가지므로 지급받은 돈을 채무자를 위해 보관하거나 이를 반환할 의무가 없으므로, 횡령죄에서의 보관자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에 관해 검사가 항소했으나,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는 기각되었고,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