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0:37 (토)
나라 밖을 내다보자 39
나라 밖을 내다보자 39
  • 박정기
  • 승인 2023.0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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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열정얘기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배우고 때맞추어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니 정녕 군자가 아니겠는가?" `논어`의 첫 문장 학이편이다. 우선 몸에 쉽게 와닿지 않는가. 그런데 노자는 처음부터 기를 죽인다. 도(道)란 말부터가 너무 관념적이다. 그러나 너무 좋다고들 해서 두어 번은 읽었다. 정말 어렵다. 무위(無爲)가 어렵고 또 쾌히 받아들여지지 않아서다. 나는 현실참여를 중시하니까. 그런데 `장자(莊子)`는 우선 재밌다. 우화와 비유가 통쾌하다. 허풍도 쎄고, 스케일도 크다.

장자의 아내가 죽었다. 아내가 죽자 장자는 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친구 혜시(惠施)란 사람이 하도 괴이하여 물었다. "본래 삶과 죽음은 없었던 것, 형체와 기(氣)도 없었던 것일세. 혼돈 속에서 무언가 변하여 기가 생겼고, 기가 변하여 형체가 생겼던 것. 오늘 내 아내도 변해서 죽음에 이른 것. 이것은 춘하추동 사계절이 반복되는 것과 마찬가지. 강물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네" 세상에 기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인도 있고, 잘난 사람도 있고, 못난 놈도 있고, 광인도 있으므로 세상이 재밌고 살맛이 나는 것이 아니겠나. 세상은 자기 인생을 사는 것. 남의 인생을 두고 평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는 나니까.

초나라 위왕(危枉)이 사신을 보냈다. 위왕이 그를 재상으로 모시기 위해서다. "당신은 제사 때 제물로 쓰는 소를 아니가. 소는 몇 년간 좋은 사료로 사육되다가 제삿날 화려한 비단을 걸치고 끌려 나와 제단의 희생물이 되는 거요. 당신이 보기엔 내가 누추한 곳에서 놀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게 내 즐거운 삶이요. 이렇게 즐거운데 무엇 하러 권력을 탐해 목숨을 걸겠소. 이렇게 사는 게 내 간절한 소원이요." 천지간에 훨훨 나는 새보다 더 자유로운 삶이 장자다. 철저한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죽음까지도 초월한다. 장자의 무위자연은 노자를 잇는 것이지만, 두 사람 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어지러운 세상을 만든 것이요. 그래서 유가(儒家)의 인위적인 도덕, 윤리도 혼란만 가중할 뿐이라고 비판했던 것이다. 자연은 바로 자유자재하고, 스스로 그러하고,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억지로 무엇을 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한 대로 사는 것. 세상을 구하는 길은 바로 무위자연이다. 그런데, 노자는 "무위를 하면 다스려지지 않음이 없다"라고까지 하였다. 그럴까? 다음 말은 나를 더욱 혼란케 한다. "학문을 하면 날로 보태는 것이고, 도(道)를 함은 날로 덜어내는 것이다. 덜고 덜어서 함이 없음에 이르면 함이 없으면서도 하지 못 하는 것이 없다. 대저 사람의 일이란 무위(無爲)가 아니라 유의(有意)로 이루어진다고 보는데, `무위로 다스려지지 않음이 없다` 함은 도(道)가 역사하여 일을 이룬다 함인가? 더구나 장자는 중요한 벼슬자리도 사양하였다. 나는 벼슬을 준다면 성큼 받겠다. 자리가 높을수록 좋다. 권한도 클수록 좋다. 큰 만큼 일도 더한 게 아닌가. 벼슬이 욕심나는 게 아니다. 일하기 위해서다. 일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권모가 있어야 하고, 힘도 있어야 하고, 사람을 동원해야 하는데, 벼슬도 안 하고, 천지간에 안빈낙도(安貧樂道)에 유유자적(悠悠自適)만 한다면 일은 누가 할 것인가. 그만두자. 군인이 너무 나갔나? 나는 솔직히 제자(諸子)를 다루면서 두려웠다. 고전(古典)을 얘기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위편삼절(韋編三絶)은 해야지, 얘기할 자격이 있는 게 아닌가. 제군, 좀 지루했을 것이다. 이제 `손자`로 넘어가자. 중국을 얘기하면서 병학(兵學)을 빼면 얘기가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인가. 춘추전국이라는 혹독한 역사적 체험을 한 국가나 국민은 그 치열한 생존 과정을 통해 우리가 모르는 역사적 앙금을 가슴속에 묻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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