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3:55 (토)
지역신문의 기획기사는 살아있다
지역신문의 기획기사는 살아있다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22.12.29 2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한열 편집국장<br>
류한열 편집국장

기획기사를 한마디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어렵다. 먼저 기획기사를 `기자가 글 쓰는 목적을 명확히 제시하고 그 목적의 뼈대에 이런저런 살을 붙여 의도를 가지고 사실을 드러내는 기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신문기사의 종류를 보도기사, 해설기사, 논설기사, 기획기사, 탐방기사, 대담기사로 나눌 때 기획기사도 한 축이 된다. 스트레이트 기사나 해설기사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거기에 따라 기사 작성이 이뤄진다. 이에 반해 기획기사는 사회의 논쟁거리나 정책분석, 사회적 현상ㆍ문제점을 의도를 따라 몇 차례 걸쳐 게재하는 경우가 많다. 

기획기사가 기자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하지만, 지역 신문사든 전국 신문사든 기자 혼자 기획하고 취재해 지면에 내놓지는 않는다. 국장이나 담당부장 등과 충분히 논의를 거친 후, 취재기자가 신문사의 얼굴처럼 지면을 장식하는 게 기획기사다. 더러 이게 무슨 기획기사냐고 할 수 있는 `몰골`도 있지만 여하튼 꽤 고심해서 내놓는 게 기획기사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그냥 써서 내놓으면 그뿐이다. 혹, 속보가 뒤따르지만 스트레이트 기사는 금방 훅 사라지는 신기루 같다. 이에 비하면 기획기사는 분명한 존재감을 보이면서 독자들의 시선을 오랫동안 잡는다. 

지역신문이 보통 새해를 맞으면 기획기사를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서 필요한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지역 일자리 해부`, `지역 조합아파트 문제없나`, `지방자치 어떻게 변했나`, `지방대학 졸업자의 슬픈 현실` 등 제목만 봐도 무슨 대안을 내놓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역신문이 옥동자 같은 기획기사를 내놓는 데는 한계가 있다. 소수 인원으로 움직이는 지방신문사가 많은 시간을 들여 기획기사를 쓰도록 특정 기자를 오랫동안 풀어놓을 수 없다. 가슴 아프지만 기자 자질이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열악한 취재 환경이 더 지역적인 것을 쓰기 위해 감수할 목록이라 볼 수 있지만 기자의 열정이 없다면 곤란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기획기사를 생산하는 지역신문사는 박수받을 자격이 있다. 시리즈이든 단발이든 기획기사를 게재하는 힘이, 지방신문사가 그 지역에서 감당하는 역할의 무게라 해도 틀리지 않다. 

`아이와 노인이 행복한 도시 김해`를 10회에 걸쳐 기획기사를 싣는다고 하자. 제1부 `아이가 안전하면 도시도 건강`, 제2부 `노인이 편안해야 도시가 훌륭`으로 나눠 연재한다. 제1부에서 잘게 나눠 `험해지는 어린이 교통사고`, `사교육에 몸살 앓는 유아들`, `건강한 먹거리가 사라진 아이 영양식`, `무의미한 어린이 정책` 등을 다룬다. 제2부에서는 `자살하는 노인과 몸이 아픈 노인들`, `나 홀로 사는 노인들`, `노인 일자리 문제ㆍ디지털 시대 좇는 시니어` 등을 연속해 게재할 수 있다. 마지막에는 `우리 모두의 과거와 우리 모두의 미래`라는 결론과 함께 전문가의 의견을 덧붙일 수 있다. 이 정도의 기획기사를 보고 그 신문사의 역량이 돋보인다고 말해도 다른 사람이 욕을 하지 않는다. 

지역신문사가 기획기사를 쓰려면, 그 지역의 문제에 현미경을 갖다 대기 때문에 취재 대상을 손바닥 실금처럼 볼 수 있다. 지역 전문가들의 목소리와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부릅뜬 눈이 기획기사를 쓸 수 있는 힘이 된다. 기사에 사례와 통계치, 취재원을 많이 동원할 수 있어 어려운 지역 언론 환경에서도 기획기사는 살아있다.

지역신문의 기획기사는 지역 정치와 사회 등을 바꾸는 힘이 있다. 더 나아가 지역민들에게 지역사회 이슈를 일깨우는 기능을 한다. 침묵하는 다수의 지역민들에게 지역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내놓고 여론을 형성할 수도 있다. 

지역 언론의 기획기사가 살아나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못하다. 취재 여건이 어렵고 인력과 예산이 여의치 않아 마음뿐인 경우가 많다. 지역신문의 기획기사를 유형에 따라 분류해 보면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기사, 지역민 살림살이ㆍ지역기업 등 경제 관심사를 펼치는 기사, 지방정부 정책 소개와 부실 비판 기사, 지역문화 등 경향을 소개하는 기사를 포함한다.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는 지방선거 등 정가 소식을 전하는 기획기사가 많이 등장한다.

지역신문의 기획기사는 지면의 얼굴이다. 얼굴이 볼 만해야 그 사람을 쳐다보듯, 신문에 기획기사가 잘 단장되어야 지역 주민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없는 살림에 머슴이 자꾸 일을 만들면 주인이 화를 낼 수 있다. 그렇지만 올바른 주인은 머슴을 칭찬하고 더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지역신문은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기획기사를 알차게 폭넓게 다뤄, 지역 주민들에게 맑은 소리를 울려 줘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