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3:42 (화)
"이주민 여성 40명 차별 없이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세상 만들어가죠"
"이주민 여성 40명 차별 없이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세상 만들어가죠"
  • 박슬옹 기자
  • 승인 2022.12.22 2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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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서부 다문화 의용소방대 인터뷰
화재현장 소방 보조ㆍ봉사 활동 펼쳐
이주민 소방 교육 영상 배포해 감사패
명절 화재 순찰ㆍ겨울철 김장 나눔 행사
이주남성 대상 의용소방대 발대 희망
김해 서부 다문화 의용소방대원들이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 의용소방대원들이 사랑의 김장 김치를 직접 담그고 있다. 
의용소방대원들이 노인안전교육서비스 및 소화기, 경보기 점검 활동을 하고 있다. 
김해서부소방서가 다문화 의용소방대원들에게 기초 소방교육을 하고 있다.

 

의용소방대는 소방본부장이나 소방서장이 관장해 소방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시ㆍ읍ㆍ면 등에 설치된 일선의 소방 지원 조직이다. 김해 장유 율하 소방센터에는 조금 특이한 의용소방대가 있다. 일반 지역 주민이 아닌 다문화 이주민들로 구성된 김해 서부소방서 다문화 전문 의용소방대를 지도하고 있는 이소정 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문화 전문의용소방대는?
다문화 전문의용소방대는 9개 국가의 다중국적을 가진 이주민 여성 40여 명이 모여 지난 2019년 5월 처음으로 출범하게 된 단체이다. 다문화 이주민들로 구성돼 있지만 의용소방대 본연의 목적을 갖고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의 보조역할을 하거나 다양한 봉사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다문화 전문의용소방대 대원들은 불을 진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 외에도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소방관분들을 위해 물을 가져다드리기도 하고 라면을 끓여드리는 등 추가적인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심폐소생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대원들이 환자 발생 시 응급처치도 가능해 현장에서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렇게 다문화 전문의용소방대는 의용소방대로서의 주요 역할도 수행하고 있지만 이외에도 다른 역할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다문화 이주가정과 이주 노동자들 중에서는 소방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분들이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문화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소방 개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다문화 전문의용소방대는 베트남, 일본, 태국, 등 5개국 나라의 언어로 화재진압, 호스 사용법, 소화기 사용법 등을 영상으로 제작ㆍ보급해 이주민들의 소방 관련 지식을 향상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를 높게 평가받아 올해 전국 의용연합회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이 밖에도 다문화 전문 의용소방대는 `로드 데이 길 터주기 캠페인`, 명절 화재 순찰, 겨울철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김장 나눔 행사는 다문화 가정과 이주 노동자, 소방관분들에게 나눠드리며 매년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있다.

다문화 이주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다문화 전문의용소방대에 소속된 이주민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문화차이를 극복하는 것이다. 특히 문화차이로 발생하는 고부간의 갈등이 가장 큰 문제이다. 아무래도 대부분이 한국 남성들과 결혼한 이주 여성들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조금씩만 양보하면 해결되는 부분이지만 보통 양쪽 다 문화적 차이 때문에 그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다행히 다문화 전문의용소방대에 소속된 이주민들은 저를 통해 상담을 받으며 문제를 대부분 해결했다. 상담을 받고 큰 도움이 됐다고 하는 이주민들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

이소정 대장은 김해의 다문화 이주민 지원 시스템은 너무 동부 쪽에 치우쳐 있다고 말한다. 서부(장유ㆍ율하) 지역에는 다문화 센터가 없기 때문에 서부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은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특정 지역구나 계층에 몰아주는 정책보단 모든 계층의 다문화 이주민들이 받을 수 있도록 제공됐으면 한다. 김해 서부지역에도 다문화 센터가 새롭게 개설된다면 근처에 있는 많은 다문화 이주민들의 불편이 줄어들 것 같다."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
이소정 대장에게 지금까지 다문화 의용소방대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에 대해 묻자 베트남에서 온 친구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 베트남 이주민 친구는 아버지가 베트남에서 지병으로 인해 쓰러지시자 베트남에 비해 의료 시설이 발전된 한국으로 모셔 오게 됐다. 그렇게 막상 한국으로 들어오긴 했으나 가정 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김해시 가야고찰의 신행단체인 장유사 `좋은인연`을 통해 병원비를 후원받아 병원비를 지원해 줄 수 있게 됐다. 그때 도움을 받은 그 베트남 친구의 아버님이 의용소방대를 방문해 활짝 웃으시며 감사를 전했을 때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친구가 고맙다고 울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마음이 찡했지만 한편으로 뿌듯하고 기뻤다."

또 "가끔 순찰을 다니다가 저희들의 인상착의를 보고 외국인인 것을 알아보고 외국인들이 이런 일도 하냐, 우리보다 낫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고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앞으로 하고 싶으신 활동은?

"현재 다문화 전문의용소방대는 이주여성들 위주로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한국으로 이주해 들어온 외국인 남성들도 가끔 보이신다. 이분들을 모아 이주남성 의용소방대를 조직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여성들이 하기 힘든 업무를 할 수 있기도 하고 이주 남성분들은 이런 단체에 들어올 기회가 거의 없는데 이주남성 의용소방대를 만들어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싶다."

다문화 도시 김해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요즘은 이주민들과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그렇지 않으신 분들도 계신 것 같다. 어찌 보면 이주민들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과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그런 마음을 좋게 바라봐주고 대해주셨으면 좋겠다."

다문화 이주민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다문화 전문 의용소방대가 차별 없는 세상에서 계속해서 좋은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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