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9:26 (토)
타인 간의 대화 녹음과 형사처벌
타인 간의 대화 녹음과 형사처벌
  • 김주복
  • 승인 2022.12.1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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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 법률산책
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3조 1항),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14조 1항), 이를 위반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거나 이를 위반하여 알게 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16조 1항)`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의 취지에 관해, 대법원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그 대화를 하는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 또는 청취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라고 판시한다.(2013도15616판결)  법리를 정리하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이른바 `비밀녹음`)는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공개된 대화이거나 타인이 녹음에 동의하거나 자신이 대화 당사자인 경우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것이다. 

최근,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청거리` 내에서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결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사안의 요지는 이렇다.
박씨는 2017년 9월 부산의 한 교회 사무실에서 이씨 등 3명이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나눈 대화내용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몰래 녹음한 뒤 제3자인 교회장로에게 전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녹음 당시 박씨는 이씨 등이 나누는 대화에 참여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대화내용을 들을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1심 법원은 `박씨가 가청거리 내에 있었으므로, 이씨 등 3명이 박씨가 가청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대화한 것이므로, 그 대화내용을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무죄를 선고했다. 그동안 하급심 법원은 유사한 사건들에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들리는 경우, 즉 대화자들로부터 가청 거리에 있는 사람이 청취하거나 녹음한 대화는 위 대화자들이 가청 거리에 타인이 있음을 알지 못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대화자들의 감수 내지 용인하는 의사가 있다고 봐야 하지 타인에게 대화를 공개하지 않겠다거나 비밀로 하겠다는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여 무죄를 선고해왔다.

그러나, 2심 법원은 `박씨가 가청거리 내에 있어 타인 간의 대화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대화의 내용이나 성질, 당사자들의 의도 등에 비추어 일반 공중에게 공개되지 않을 내용이라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 해당한다` 는 취지로 판시하여 유죄(징역 6개월과 자격정지 1년의 선고유예)로 판단했다.

대법원(2020도1007)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2심 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①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대화를 하는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②`공개되지 않았다`는 말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 여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③ 이 사안에서 이씨 등이 나눈 대화가 일반 공중이 알도록 공개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박씨가 그 대화의 가청거리 내에 있었더라고 하더라도 이를 녹음하여 누설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즉, ① 금지되는 청취의 `방법`과 관련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는 녹음하거나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는바, 가청거리 내에서 `우연히` 타인 간의 대화를 청취하게 된 경우까지 금지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했는데, 이번 판결로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와의 체계적 해석에 따라 제3조 제1항에 의해 금지되는 청취행위도 제14조와 같이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한 경우로 한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점. ② 비공개성의 의미와 판단기준과 관련하여, 그동안 가청거리 내에서의 타인 간의 대화에 비공개성이 있는지가 문제 됐는데, `비공개성`의 의미와 구체적 판단기준도 제시한 점 등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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