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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고정제목과 헤드라인 유형
기획기사 고정제목과 헤드라인 유형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22.12.0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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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br>
류한열 편집국장

신문 1면의 헤드라인은 강력하다. 독자들의 가슴에 꽂히는 몇 단어로 된 헤드라인의힘은 기사를 함축하면서도 그 이상의 의미를 던져 준다.

시대의 큰 사건마다 기억에 오랫동안 머문 헤드라인이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후 다음 날 대부분 신문은 전국신문과 지역신문을 불문하고 1면에 기사를 싣고 헤드라인을 올린다. 모든 신문이 전(全) 단에 걸쳐 헤드라인을 뽑는다. 대참사이기 때문에 모든 신문사가 헤드라인을 최대한 크게 지면 위에 배치했다.

`실종자 287명…우리는 기적을 믿습니다`, ``수학여행길` 여객선 침몰…288명 사망ㆍ실종`, `"엄마, 말 못할까봐…사랑해요" 끊어진 메시지`, `"선실 대기" 방송에 꼼짝없이 갇혔다`, `아이들을 돌려주세요…절규의 바다` 편집기자마다 대참사를 전하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 모든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대참사에 대해 사망자ㆍ실종자 수를 헤드라인에 올려 사고를 직시하도록 하거나 간접적으로 사고의 비참함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워낙 많은 꽃다운 생명을 잃었기 때문에 헤드라인에 단순히 실종자 수만 알려도 충격적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아이들을 돌려주세요", "어디 있니 애들아"와 같은 헤드라인은 참사를 보고 누구나 안타까워 하는 속마음을 전해 심금을 울렸다. 헤드라인의 힘이다.

세계사의 큰 물줄기를 바꾼 사건에는 항상 신문의 헤드라인이 따랐다. 세상을 발칵 뒤집은 사건들을 단 한 줄로 표현한 헤드라인은 역사와 함께 항상 살아있다.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다.

인간이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딛은 역사적인 날이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1면에 `MEN WALK ON MOON`이라는 헤드라인을 올렸다. `인간 달을 걷다`라는 이 헤드라인은 너무나 유명해 편집기자들은 이런 제목을 한 번 뽑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그 당시 미국의 다른 신문들도 `MEN ON MOON`(인간 달에 서다), `GIANT LEAP FOR MANKIND`(인류 위한 거대한 도약) 등 헤드라인을 올려 닐 암스트롱, 에드윈 앨드린, 마이클 콜린즈 세 명 우주인의 달 착륙을 전했다.

이처럼 주요 신문의 헤드라인은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한 줄로 역사를 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안전 불감증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고가 1년 반이 지나도 여전히 사건의 아픔은 아물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다음 날 신문 1면에 `한국호 침몰`, `한국호 가라앉다`라고 올렸으면 큰 반향을 일으킬 헤드라인이 될 뻔 했다. 세월호는 세월이 흘러도 그 아픔이 좀체 사그라지지 않는다. 아마 이 아픔은 세월이 흐를수록 세월이 더께로 얹혀 짓누를 것이다.

지역신문에서 다루는 기획기사의 고정제목은 기획기사의 얼굴이다. 기획기사를 이렇게 쓰겠다며 내세우는 화두와 같은 역할을 한다. 고정제목 유형은 서술형, 권유형, 단정형, 의문형, 여운형 등 5개로 나눌 수 있다.

서술형 고정제목은 사실을 그대로 진술하는 문장 형태를 띤다. 예사로운 종결 어미 `~다`를 붙여 단정적인 힘을 준다. 권유형은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는 권유하는 형태를 보인다. `경남을 리뉴얼하자`와 같이 독자에게 손내미는 형태다.

단정형은 딱 잘라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형태로 고정제목이 단순하면서 힘이 있다. 의문형은 `없나`, `~한가`, `~인가`, 등을 붙여 질문을 하고 그 질문을 푸는 방법으로 기획기사를 작성한다. 여운형은 의문형과 비슷하면서 말을 생략한 형태를 띤다. `우리 농협은`이라는 고정제목은 우리 농협은 `이렇고 이렇다`라는 생략된 말을 기사에서 찾기를 바라는 형태다.

신문 헤드라인에서 역사의 큰 물줄기를 탐하던 그날이 다시 올지는 모르겠다. `신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라는 헤드라인이 뜰지 누가 알겠는가. 더 멋진 제목은 `신문의 역사, 역사가 되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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