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0:52 (금)
나라 밖을 내다보자 34
나라 밖을 내다보자 34
  • 박정기
  • 승인 2022.12.05 2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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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br>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바로 이때, 미국국무장관 마셜(George C. Marshall)이 나선다. 장제스와 담판이다. `공격을 즉시 중단할 것. 대신 어려운 경제를 타결하도록 5억 달러를 제공하겠다.` 장제스는 성큼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이 기회인데, 마지막 뿌리를 뽑을 절호의 기회인데,억울하다. 분하다. 그러나 마셜은 어떤 경우에도 거역할 수 없는 존재였다. 장제스는 수락한다. 안 할 수가 없다. 그러나 5억 달러가 있지 않은가! 눈물을 머금고 억울함을 삭인다. 이 극적인 상황은 역사의 흐름을 바꾼 중대한 사건이 됐다.

왜? 이 시점을 계기로 홍군은 기사회생하여 끝내 천하를 통일한다. 마셜은 왜 그런 엉뚱한 실책을 범했냐? 실책이 아니라 다 계획된 일이었다. 다만 계획에 허점이 있었을 뿐이다. 아시아 경영에서 미국의 중요 관심 대상은 항상 러시아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 후 미국은 아시아에 대한 전후의 경영까지를 포함하여 전략을 재구상한다. 이때부터(1941) 미국은 직업 외교관, 군사 전문가들을 중국에 파견한다. 

장제스한테만 보낸 게 아니라 옌안까지 사람을 보내 마오쩌둥과도 만나게 한다. 미대사관의 2등 서기관 서비스(john S. service)는 옌안으로 마오쩌둥을 찾아가 여러 날을 같이 보내며 중국의 장래 문제를 토의했다. 마오쩌둥이 누구인가. 피비린내 나는 혁명의 소용돌이와 권력투쟁에서 살아남은 노희한 인물, 수억의 중국 인민들이 우러러보는 거물, 중국 역사를 통틀어도 몇 안 되는 인물이다. 한편 Mr. john Service, 직업 외교관, 곱게 살아온 미국 신사가 마오쩌둥을 어떻게 당하겠는가.

"우리는 미국인의 민주주의 이상을 존중한다.", "나는 링컨식 민주주의를 본받고 싶다." 마오쩌둥이 선수를 쳤다. 링컨까지 들먹이며 미국을 찬양하자 서비스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동굴 속의 산적 정도로 생각했던 누더기 인물들이 딴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하였다.

국무성으로 보낸 서비스의 보고서 내용은 물을 것도 없다. 미국의 조야는 마오쩌둥과 공산당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정신 나간 서비스는 미국의 전쟁물자 지원을 국민당뿐만 아니라 공산당에게도 적정하게 나누겠다고 약속했다.

마오쩌둥을 믿게 된 미국은 `만주를 마오에게 맡겨서 러시아를 견제하고, 중국 대륙은 장제스가 맡아서 러시아를 막는` 게 미국의 전략이 되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분할 통제(Divide and Rule)도 되는 계책치곤 양책이다.

마오쩌둥이 서방세계에 좋게 알려진 이유가 또 있다. `중국의 붉은 별`이란 책이 있다. 스노우(Edgar snow, 1905~72)가 썼다.

세계 3대 르포문학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세계적 명작이다. 얼마나 잘 썼으면 마오쩌둥이 "내 전기는 이 책으로 대신한다"라고 까지 했을까.

서른한 살의 스노우는 중국으로 건너가 7년 동안 머물면서 산시성 북쪽의 소비에트 지구를 방문, 마오쩌둥과 공산당 중요 인물들과 인터뷰하였다. 그들이 살아온 길, 중국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전망하였다. 세계는 이제 중국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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