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0 00:51 (토)
교통사고 발생 운전자의 구호조치 의무
교통사고 발생 운전자의 구호조치 의무
  • 김주복
  • 승인 2022.11.30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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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의 법률산책
김주복 변호사<br>
김주복 변호사

도로교통법 제54조(사고 발생 시의 조치) 제1항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이하 교통사고라 한다)할 때에는 그 차의 운전자, 그 밖의 승무원(이하 운전자 등이라 한다)은 곧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법에 따르면,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 등에게 요구되는 의무는, 크게 ① 즉시정차의무 ② 사상자 구호의무 ③ 그 밖의 필요한 조치의무(안전확보의무 및 신원확인의무) 등 세 가지인데, 이 중 가장 중요한 의무는 단연코 `사상자 구호의무` 일 것이다.

또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4 제1항은, 교통사고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이 정하는 구호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 피해자의 상해정도에 따라 가중처벌하고 있다. 실무에서는 어떤 경우에 사상자구호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례가 많은데, 몇 가지 사례로 살펴보자.

사례①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낸 상황에서 운전자가 대신 동승자에게 사고처리를 부탁하고 현장을 떠났다면, 구호조치 의무위반으로 볼 수 있을까? 

1심 법원은 구호의무를 대신 맡은 동승자가 구호의무를 하였다면, 사고운전자가 구호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항소심 법원과 대법원은, 부상 정도가 경미하더라도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면, 사고 처리와 구호조치 의무를 사고 운전자가 직접 성실히 이행해야 하고,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면 일단 신원을 밝히고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은 뒤 현장을 떠났어야 했으므로, 구호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례②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부상 입은 동승자를 택시에 태워 병원에 보냈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 현장을 떠난 경우, `구호조치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가?  

1심 법원은, 피해자가 택시에 승차했으며, 당시 경찰도 이미 현장에 도착했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아도 피해자의 생명ㆍ신체의 안전에 위험이 가중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고운전자가 구호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사고 현장을 이탈하기 직전에 경찰관이 사고 현장에 도착함으로써 경찰관에 의한 구호조치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고운전자에게 법률상 부여된 구호조치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구호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례③ 상대방의 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교통사고에 과실 없는 운전자가 사고 현장을 수습하지 않고 달아났다면, 구호조치 의무위반으로 볼 수 있을까? 

대법원(2009도8785)은 "교통사고 발생 시의 구호조치 의무 및 신고의무는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차량의 운전자에게 사고발생에 있어서 고의ㆍ과실 혹은 유책ㆍ위법의 유무에 관계없이 부과된 의무이므로 사고에서 귀책 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이러한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는 다른 판단을 한 경우도 있다. 사례④ 시동을 끈 채 도로변에 안전하게 차량을 정차하고 있던 중, 상대방 차량이 달려와 추돌하는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였으나, 구호 조치 없이 그냥 현장을 떠난 경우 `구호조치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가?  
이 사례의 쟁점은, 차량의 시동을 끈 채 포켓도로에 정차해 있는 상황에서, 진행 중이던 상대방 차량이 정차한 차량을 추돌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시동을 끄고 정차한 운전자가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한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구호조치 의무가 없다고 판단)를 선고했다. 

① 구호조치 의무의 대상자인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자라고 함은, 적어도 차량을 그 본래의 용도인 사람 또는 물건의 이동이나 운송을 위해 운전해 이동시키는 행위의 과정에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 국한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②사고발생 5~6분 전에 도로 안전지대 오른편에 위치한 포켓도로에 차량을 정차해 시동과 라이트를 모두 꺼 놓은 상태였으며, 더욱이 정차된 위치 및 사고 당시 도로 상황, 기상조건 및 시야 등에 비추어 보아 정차한 차량이 다른 차량의 도로교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상황이었다. ③ 따라서 차량을 도로변에 정차된 상태에 두었다는 것만으로는, 차량을 이용해 사람 또는 물건의 이동이나 운송을 위한 행위로 나아갔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차의 교통으로 인해 사고를 야기했다고 볼 수 없어, 결국 도로교통법상의 구호조치 의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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