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5:50 (화)
문화가 달라서 생긴 오해… 다름은 존중의 다른 이름
문화가 달라서 생긴 오해… 다름은 존중의 다른 이름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2.11.24 2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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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친구 엄마의 이름 불러
베트남, 팔짱 끼면 존경 뜻 표현
미얀마, 대학 조 과제 이해 못해
캄보디아, 시댁 관심 이해 못해
학교ㆍ결혼생활 등 오해 소지
다른 역사ㆍ배경 이해의 계기
다문화 시대에 다른 문화의 이해는 필요하다.  (사진= 픽사베이)

 

지구촌이 넓은 만큼 나라, 민족마다 문화도 다양하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행동 방식이 다른 곳에서는 낯선 것이 된다. 그 차이로 인해 때로는 이방인을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계기가 돼 다른 문화를 이해하기도 한다. 경남에서 만났던 이주 배경 주민들, 또는 외국에 오래 있었던 한국인은 어떤 오해를 겪었을까. 

고려인들의 김해 정착을 돕는 `구소련친구들` 대표 황원선 씨는 사업 목적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12년 동안 살면서 황당한 일들을 경험했다. 우선 그 나라에서는 친구 집을 방문할 때 친구 어머니에게 `어머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이름을 부르더라는 것이다. 처음 그 일이 머릿속에 박혀서 잊히지 않았다고 했다. 

또 식사를 할 때 아이들이 어른들이 자리에 앉지도 않았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숟가락을 드는 모습에서도 이질감을 느꼈다. 그리고 회사에서 면접을 볼 때 정중한 복장과 태도를 보이는 한국인과는 다르게 상당히 자유분방한 우즈벡 사람들의 행동에도 적응이 안 됐다고 한다. 그는 이런 태도를 처음에는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 사람들이 한국인들이 당연시하는 `웃어른을 공경해야 된다` 등의 유교식 도덕 개념을 처음부터 배운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제서야 이런 행동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대신 대부분 무슬림이었던 이들이 라마단 기간에 금식과 금주를 하는 등 그들 문화에서는 관습과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모습에서 문화 상대성을 느꼈다. 

언어 차이로 인한 오해도 있었다. 한 번은 황원선 씨가 작업 현장에서 우즈베키스탄 인부에게 친근함의 표현으로 `야, 인마` 등의 말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장비를 던지고 화를 내며 나가서 몹시 당황한 일도 있었다. 이 사건 이후부터는 말을 조심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당시 그 인부가 "한국말을 잘 몰라서 그런데 그런 말씀은 자제해주십시오"라고 했더라면 바로 고쳤을 것인데 한편으로는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민족마다 또 문화가 제각각 다르다"면서 "우즈벡 사람들은 과거 아무르 티무르 제국의 호전적이고 제국적인 역사에 대단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대륙적인 성격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해에서 베트남 사람들을 돕는 통역사 일을 하는 결혼이민자 정미숙(김해시ㆍ이민 17년째) 씨도 문화 차이를 경험했다. 그는 "베트남에서는 어른들 앞에서 팔짱을 끼면 존경한다는 뜻인데, 한국에서는 완전히 반대이다. 또한 한국 사람들은 인사성이 밝은 반면, 베트남에서는 인사를 잘하지 않는 문화이다. 이런 차이들 때문에 사람들에게 오해도 많이 받았다. 나중에서야 그 차이를 알게 됐고, 적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해시 미얀마공동체 대표 떼인 띠리 린 씨(김해시ㆍ이민 10년째)는 주로 대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니 문화 차이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한국의 대학교에서 `조별 과제`를 내줄 때 매우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미얀마에서는 공동 제출 과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외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음식이 안 맞고, 날씨가 춥게 느껴져 고생했다고 덧붙였다.  

경남외국인주민지원센터에 상담ㆍ통역 일을 하는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민자 엄보화(창원시ㆍ이민 18년째) 씨는 시댁에서 보이는 지나친 관심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들 양육 방법에 대해서 혹은 집안일에 대해서, 대인관계까지 관심이 많다"며 "아무래도 제가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에서는 한 가정에 자녀들이 10∼12명 정도로 많다. 그래서 한 명 한 명 크게 관여하지 않는 문화이다. 여성들은 결혼도 19∼20살 때 일찍 하고, 결혼하고 나면 알아서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편이다. 한국은 자녀 수가 적어서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팔 출신 결혼이민자 김유미(김해시ㆍ이민 14년째) 씨는 한국에서 어른들이 어린 사람들에게 훈계하는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네팔에서도 어른들이 자녀들에게 조언을 하지만 한국은 더 크게 말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시아버지가 교장 선생님이어서 더 크게 느낀 것 같다(웃음)"고 말했다. 또 네팔에서는 힌두교 영향으로 소고기를 먹지 않았는데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그는 한 달 정도 소고기를 먹지 않다가 지금은 "맛있게 잘 먹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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