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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의 지구 대멸종 사건과 인류
5번의 지구 대멸종 사건과 인류
  • 김제홍
  • 승인 2022.11.23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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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지구에서 생물의 종(species)이 사라지는 것을 `멸종`이라고 한다. 모든 생물종 중 99% 이상은 멸종되었다. 그 중 대부분의 종은 수 십 억년 간의 지질시대에 일어난 소규모의 멸종 현상인 `배경멸종(background extinction)` 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5번의 `대멸종(mass extinction)` 사건으로 많은 종이 갑자기 사라지기도 했다. 배경멸종은 기후 변화, 서식지 상실 및 다른 종과 경쟁 등 생태적 환경의 지속적인 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이 부족해서 발생하지만 이것도 진화의 과정이다. 조류의 경우 400년 정도에 한 종이 배경멸종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반면, 대멸종은 광범위한 환경 변화와 치명적인 사건으로 생물군의 다양성과 개체 수가 급감하는 현상이다. 화석기록을 보면 지난 6억 년 동안 총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그 원인을 두고 소행성 충돌, 대규모 화산폭발 등 다양하게 제기되지만 공통적인 것은 급격한 기후변화였다. 

1차 대멸종은 대략 4억 4000만 년 전 생물종 중 85% 정도가 사라진 사건이다. 현재 남반구 땅 전체를 포함하고 있던 과거 곤드와나(Gondwana)대륙이 지각변화로 이동하던 중 남극에 닿아, 대륙과 바다가 얼음으로 뒤덮이고 해수면이 낮아져 바다에 살던 많은 생물종들이 멸종했다. 대기와 해양 내 이산화탄소 농도도 급격히 떨어지면서 식물의 수가 급감했다. 2차 대멸종은 약 3억 6500년 전에 전체 생물종의 70%가 사라진 사건이다. 육지식물이 번성하면서 유기물이 전 세계 바다로 흘러들어 갔고, 조류(藻類)가 발생하여 바다의 산소가 부족해져 해양생물이 대멸종에 이르렀다는 가설이 유력하지만, 비교적 긴 시간 동안  멸종이 이루어져 여러 가지 가설이 많은 편이기도 하다. 3차 대멸종은 2억 5300만 년 전 일어났다. 가장 큰 규모의 멸종이며 해양생물 96%, 육지생물 70%가 멸종했다고 한다. 이 당시 시베리아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화산 폭발이 100만년 동안 지속되며, 거대한 산불과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초래한 지구 온난화는 약 1천만년 동안 지속되었다. 해양은 산성화되고 생명체들은 산소 부족과 고온으로 사라져갔다. 

4차 대멸종은 3차 대멸종과 유사한데, 대규모 화산폭발이 일어났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급증하여 지구온난화가 800만 년 동안 지속되는 동시에,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육지생물 80%, 해양생물 20% 정도가 멸종했다 

5차 대멸종 원인은 소행성 충돌설이 유력하다. 이 가설에 따르면 직경이 약 10㎞에 달하는 소행성이 20㎞/s의 속도로 현재의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충돌했다. 충격으로 인해 폭 180㎞, 깊이 19㎞의 충돌구(crater)가 생겼다. 소행성 충돌 이후 대기는 토양 파편과 먼지로 가득 찼고, 식물은 햇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식물이 죽자 먹이사슬이 무너졌고, 지구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빙하기가 찾아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공룡이 사라졌으며, 모든 생물종 중 75%가 멸종했다. 

미국 하와이대 연구팀은 달팽이 같은 연체동물을 통해 대멸종 연구를 진행한 결과, 서기 1500년 이후부터 약 200만 종의 지구 생물 중 15만~26만 종이 사라져 최대 13%가 이미 멸종되었으며, 근 6500만 년 동안 지구상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대멸종이 현재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1만 년 전에는 척추동물의 99.9%가 야생동물, 0.1%가 인간과 가축이었지만, 지금은 3%가 야생동물, 인간이 32%, 가축이 65%를 차지한다. 생물의 진화나 다양성과 거리가 먼 실로 기괴한 생태계가 인간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35억 년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6차 대멸종은 기후변화와 함께 이미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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