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9:50 (수)
세계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서 K-의료기 고래의 꿈을 품다
세계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서 K-의료기 고래의 꿈을 품다
  • 경남매일
  • 승인 2022.11.2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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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원 로아메드 대표 독일 MEDICA에 가다 ①

14∼17일 뒤셀도르프서 열려
세계 73개국 7천개 기업 참가

무통 채혈침 `란셋` 개발 스타트업
통증 최소화 해 아픔 거의 못 느껴
2차 감염ㆍ재사용 위험 원천 방지
전 세계에 평가 받고자 전시 참가
아랍ㆍ인도 이어 독일ㆍ유럽서 찾아
두바이 인구 절반 `당뇨` 노출 심각
독일서는 `소아 당뇨` 문제 많아
마케팅 전략 포인트로 활용 기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의료기기 전시회 MEDICA 행사장 입구 모습.
허성원 공동 대표
(주)로아메드 최임철(오른쪽) 대표와 함께 전시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허성원 공동 대표.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의료기기 전시회 MEDICA에 다녀왔다.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개최된 이 전시회는 총 3만 9000평의 엄청난 전시 면적에, 세계 73개국에서 약 7000개 기업이 참가했고, 그 중 우리나라 기업도 310개에 이른다. 나는 (주)로아메드의 공동 대표로서 최임철 대표와 함께 참석했다. 로아메드는 무통 채혈침을 개발한 스타트업으로서, 경남도와 김해의생명센터의 후원을 받아 참가하게 됐다.

로아메드가 개발한 제품은 `란셋` 즉 채혈기이다. 당뇨 환자가 매일 공복 시 혈당 체크를 위해 혹은 병원 등에서 혈액 검사를 위해 채혈을 해야 한다. 채혈은 침으로 손끝이나 귓볼을 찔러서 적은 양의 피를 얻는 과정이다. 이때 침이 피부를 찌르는 따끔한 통증을 피할 수 없다. 환자에 따라서는 이 통증을 매우 불편해하거나 두려워하기도 한다. 로아메드의 채혈기는 그 통증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줄였고, 사람에 따라서는 아픔을 거의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조작을 원터치로 쉽고도 간편하게 했고, 한번 사용된 바늘로 인한 2차 감염의 위험이나 재사용의 위험을 원천적으로 방지했다.

이 제품으로 로아메드는 올해 9월 2일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오상헬스케어와 독점 거래 계약 조인식을 거행하고, 상당한 선수금을 양산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10일에는 상공회의소ㆍBNK 주관 스타트업 페스티벌에서 우수 스타트업으로 BNK은행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제품에 대한 호평은 많이 받았지만, 세계 시장에서의 위상은 우리 눈으로 확인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로아메드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감당해야 할 경쟁 환경을 파악하는 한편 우리 제품을 널리 퍼뜨려 줄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기 위해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

이하에서 4일간 전시회에서 느낀 단상들을 두서없이 적어본다. 의료산업을 전체적으로 통찰해 논할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므로, 전시회에서 개인적으로 겪고 느낀 단상들을 나름 정리했다.

"여행의 진정한 목적은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는 눈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나흘간 전시장을 다부지게 휘젓고 다녔다. 거의 절반 이상의 시간을 다른 전시 부스를 둘러보는 데 썼다. 워낙 넓은 곳이라 하루에 걷는 걸음 수가 2∼3만 보에 이르러 무릎에 적잖이 무리가 올 정도였지만 봐야 할 것이 많아 멈출 수 없었다. 

역시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 남못지 않다 생각했는데도, 여기에 와서 사회 초년생처럼 온갖 것을 새로이 보고 배우며 내 견문의 일천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 다양한 기술, 다양한 비즈니스로 꽉 차있다. 내 경험과 상상으로 족히 가늠하지 못하는 경지와 영역이 있었다.

의료 산업은 가히 기술의 종합 예술이라 할만하다. 의료 분야의 온갖 주변 소모품이나 스포츠, 재활 등의 영역에서부터 진단과 치료의 영역에까지 확장된다. 거기다 뇌과학, 4차 산업, 심리학, 심지어는 인문학의 학문 영역에까지 미친다. 기본적으로는 의학과 생명공학을 기초로 해 기계, 전자, IT, 재료, 화학, 미래학 등 모든 기술과 학문이 섞이고 어우러져 인간생명의 존엄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 비즈니스 노력이 바로 의료산업인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의료산업의 전시회는 온갖 다름과 그 다름들의 어우러짐이 충만한 황홀한 곳이다. 

대형 부스들은 로봇, IT, AI 등의 최신 고급 기술들이 적용된 의료기기 분야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고급 기술이 서로 융합되면 큰 가치를 창출한다. 고급 요리사가 고급 재료를 써서 만든 음식은 응당 비싸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술의 다양성과 그 다양성의 융합이야말로 새로운 해결책이고 창의력이며, 기존에 없던 부가 가치를 창출하고 가치의 도약을 가져온다.

기술뿐만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삶의 다원성과 상대성을 인식하는 능력을 지혜라 부른다. 그 지혜는 세상을 보는 눈이 새로워졌을 때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니 편협을 버리고 겸허한 포용의 새로운 눈을 가져야만 미래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전시회는 웅변으로 가르침으로 준다. 이 전시회 참가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참가자들도 새로운 눈을 갖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복숭아 씨가 몇 개인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그 씨 속에 복숭아가 몇 개인지는 누가 알겠느냐.` 영화 `나랏말싸미` 중의 대사다. 한 사람의 잠재력을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섣불리 재단할 수 없듯이, 전시회의 크고 작은 부스를 겉보기로 가벼이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눈에 보이는 부스가 너무 많다. 어쩔 수 없이 눈에 띄거나 일부러 관심을 갖는 일부 부스를 제외하고 대부분을 건성으로 대충 훑어보고 지나치게 된다.

그럴 때 드는 생각이 있다. 저 하나하나의 부스마다 얼마나 많은 아픔과 눈물, 열정과 성취가 있었을까. 다들 소설 같은 스토리를 품고 있을 것이고, 나름의 비전으로 많든 적든 여러 사람의 삶을 떠받치고 있을 것이다. 저들의 구구절절한 속사정을 일일이 다 들어보고 우리의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함이 아쉬웠다.

마찬가지로, 우리 같은 초라한 부스의 신생 기업이 어떤 복숭아를 가지고 있고, 그 복숭아가 얼마나 많은 복숭아를 수확할 지 누가 알아주겠는가. 그런데 첫날의 우려와 달리 날이 갈수록 방문객이 늘어나고 그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초반에는 아랍, 인도, 나이지리아 등의 바이어들의 방문이 있었으나, 사흘째부터는 독일과 유럽의 방문객이 늘었다. 심지어는 동료들을 데리고 재차 방문한 사람도 있다.

중동 지역의 비즈니스맨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들에게서 두바이 인구의 거의 절반 정도가 당뇨 환자라는 말을 들었다. 두바이가 그렇다면 중동 전체로 확장해서 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식습관 때문이다. 그런 중동은 우리가 우선적으로 공략해야 할 마케팅 타겟이 될 수 있겠다. 오일머니가 넘치는 곳이니, 하이엔드 시장에 적합한 우리 제품에 매우 적절한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특히, 통증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 독일 바이어들은 소아 당뇨를 이구동성으로 언급했다. 독일에는 소아 당뇨 환자의 문제가 무거운 모양이다. 당뇨 환자는 매일 아침 공복에 혈당을 체크해야 하는데 어린 아이에게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특히 그것을 지켜보는 부모의 심적 고통은 어련할까. 한 방문객은 강한 호기심으로 직접 체험을 해보더니 자기 아이가 12살인데 당뇨를 겪고 있다며, 이 제품을 소아당뇨협회에 적극 추천해주겠다고 한다. 소아 당뇨를 대상으로 한 마켓팅 타겟 영역 하나가 구체화되는 셈이다. 적어도 마케팅 전략 포인트로서도 잘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제품 속에는 복숭아 씨가 얼마나 들었을까? 여행이란 멀리 가서 가까운 진실을 깨닫는 것이다. 방문 바이어들 중에는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매우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채혈침이 아프지 않다는 포스터를 보고, 이런 저런 질문을 쏘아대며 정말 그런지 직접 확인해보겠다며 달려든다. 우리 제품을 체험하려면 손가락에 침을 찔러 자신의 피를 봐야함에도,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과감히 손을 내밀고 제품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파악하려 든다. 그렇게 확인하고 나면 제품의 가치를 진심으로 존중하며 뜨거운 호감을 표현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이 제품의 딜러가 꼭 되고 싶으니, 당장이라도 NDA(비밀유지협약) 혹은 MOU(양해각서)를 맺자고 한다.

한 중국 비즈니스맨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무통 채혈침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왔다. 나도 중국에서 동종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한 수 가르침을 받고 싶다. 그 침을 맞아보게 해달라.` 그런 다부진 태도를 보고 속좁게 거부할 수는 없었다. 체험 도구를 꺼내놓으니, 그도 능숙하게 사전 준비를 하고 기다린다. 침을 맞고 나서 놀라움과 함께 진심어린 존중의 뜻을 표하면서, 중국에 딜러를 정해놓지 않았다면 자기에게 우선적으로 연락을 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무림 고수의 깔끔한 뒷모습이 연상됐다. 저 정도의 비즈니스맨이라면 언젠가는 좋은 협업자로서 혹은 껄끄러운 경쟁자로서 세계 시장에서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것 같다.

사실 우리가 이 먼 곳에 온 것은 우리 제품을 알아주는 그런 잠재적 파트너들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제품이 아직 양산 단계에 들어가지 못했고 가격이나 마케팅 전략이 정립되지 않았으니, 추후 반드시 우선적으로 연락을 주겠다고 달래서 돌려보내야 했다. 그런 적극적인 바이어라면 우리는 결코 그들을 잊을 수 없다. 그들은 이미 절반 이상은 우리 파트너가 된 셈이다. 우리 제품을 퍼트릴 준비가 되면 우리는 누구보다도 우선적으로 그들을 배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가 내게 어떤 비즈니스맨이 성공할 것인가를 물으면, 나는 이런 사람들을 예로 들 것이다. 그런 뜨거운 열정과 저돌적인 행동력, 빠른 결정력이 있다면 무슨 사업을 하더라도 결국은 성공하고 말 것이다. 그 개인의 열정과 결정력 등이 비즈니스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너무도 당연하고도 가까운 진실을 독일의 전시장에까지 가서 명백히 확인했다. 그 가까운 진실을 먼 곳에 가서 새삼 확인하며, 어느새 게을러지고 오만해진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옷깃을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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