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철학
꼰대 철학
  • 이영조
  • 승인 2022.11.17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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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삶의 해답 철학에 의존
건강한 사회, 적절한 꼰대 필요
지혜 전달은 선배로서의 책무
이영조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사회복지학 박사<br>
이영조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사회복지학 박사

철학은 어떤 학문인가, 심리학, 물리학 등 다른 학문은 학문명에서 각 학문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철학은 어떤 학문인지 명확히 설명하기가 곤란하다. 사전에 의존해 철학을 설명한다면 인생, 인간의 행복한 삶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부연하면 인간사에 있어서 다양한 삶의 문제를 철학적 사유로 답을 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에서 비롯된 학문이다.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된 철학은 우주의 근원, 자연의 섭리를 알기 위한 노력이지만 결국은 인간의 삶, 자신의 앎의 문제를 사유함으로 귀결되고 있다. 철학서적 `지금 철학이 필요한 시대`에서는 삶의 어려운 질문을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의 의미와 행복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니체의 실존철학으로, 헤켈의 변증법으로 대답하고 있다.

현대인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어려운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어려운 철학에 의존한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지혜를 주는 스승이 필요하다. 그분은 삶의 경험이 풍부한 어른, 먼저 태어난 선생, 나를 낳아준 부모, 속칭 꼰대들이다.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 선생님을 젊은 친구들, 자녀, 청소년, 학생들이 비하해서 부르는 호칭이 꼰대다. 부모로서, 선생님으로서, 어른으로서, 모든 꼰대의 자격을 갖춘 필자의 입장에서도 꼰대의 호칭은 유쾌하지 않다. 

세대 차이는 어느 세대에서든 존재했다. 필자의 유년시절에도 꼰대라는 별칭은 존재했고 어른을 대상으로 사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아, 저러니 꼰대 소리 듣지` 이렇듯 무시를 담은 뜻으로 비아냥거렸고, 어른과의 대면을 피하려고 했다. 그 모습은 현시대의 젊은 층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그 시대의 꼰대들은 당당했다. 자녀들이나, 젊은 세대의 불만 섞인 항변에도 조금도 흔들림 없이 꼰대 짓을 행사했다. 

유년시절을 기억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무학, 국졸의 짧은 학력에도 어른으로서의 모습은 당당했다. 그분들의 당당함은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높은 산 그 자체였다. 그것은 만용도 객기도 아니었고 당신들의 행위, 당신의 가르침이 젊은 세대의 올곧은 성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확신이었다. 

추석날 아침, 어린 손녀를 무릎에 앉히고 명절의 유래와 제례의 의의를 알려주었다. 차례와 제사의 차이, 지방(紙榜)의 의의, 절하는 회수와 방법, 4대 조상의 의미 등, 초등학교 저학년의 손녀가 듣기에 힘들어하는 눈치다. 그럼에도 알 수 있을 때 까지 반복해서 설명해주었다. 꼰대 짓을 한 것이다. 주변의 가족들도 그만했으면 하는 눈치다. 아이들이 할아버지 싫어할 것이라는 걱정에서 한마디씩 거들었다. 

눈총을 받으며 이렇게 하는 행위가 의미가 있을까, 자문해 보았다. 나이들은 사람의 아집일까, 그렇지 않다. 지금 되돌아 생각해봐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한 집안, 건강한 사회에는 적절한 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유년시절 부모님의 가르침이 지금도 삶의 근간이 되고 있다. 추석 차례를 마치고 손녀에게 명절의 의의를 기억하는지 물어보았다.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대답했다. 나이 어린 손녀는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기특한 손녀에게 흐뭇한 마음으로 용돈을 주었다. 

부모나 어른들의 지혜는 삶의 경험에서 얻어진 고귀한 것이다. 지식에 우선하는 지혜를 젊은이들에게 전해주는 것은 세상을 먼저 산 선배로서의 책무이다. 직장생활에서 갈등하는 젊은 친구들, 결혼생활에서, 친구, 대인관계에서,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돌발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나 대책들, 그것이 철학에서 설명하는 대안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이 시대의 부모, 선생, 어른들은 이미 철학자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꼰대 소리에 움츠리지 말자. 우리의 부모님들이 그랬듯이, 직장 선배로서, 부모로서, 선생으로서,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후배들에게 당당해지자. 꼰대라는 비아냥에도 움츠리지 않는 모습, 당당한 모습으로 꼰대 짓을 하는 행위 역시 훗날 꼰대가 될 젊은세대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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