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시대와 인류세
지질시대와 인류세
  • 김제홍
  • 승인 2022.11.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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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지구가 탄생된 때부터 현재까지를 `지질시대`라 하며 지구에 있었던 대멸종 사건을 기준으로 시기를 3개로 나눈다. 삼엽충같은 무척추 동물의 흔적이 등장한 약 5억 4000만 년 전부터를 고생대(Paleozoic Era), 파충류가 번성했던 약 2억 5200만 년 전부터를 중생대(Mesozoic Era), 포유류가 번성한 약 6600만 년 전부터는 신생대(Cenozoic Era)로 구분한다. `대(代ㆍera)`라는 지질시대는 `기(紀ㆍperiod)`로 다시 세분되는데, 고생대의 시작은 캄브리아기(Cambrian Period)부터이니, 고생대 이전, 지구 역사의 대부분(40억 년)을 `선캄브리아 시대(Precambrian)`라고 한다. 

한반도는 20억~30억 년 전인 선캄브리아 시대의 지층에서부터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에 이르는 다양한 지질을 갖고 있다. 한반도는 선캄브리아 시대 후기부터 고생대 초기까지 적도 주변의 따뜻하고 얕은 바다였고, 고생대 후기부터 중생대까지는 울창한 숲과 호수가 있던 육지였다. 신생대에는 한반도 오른쪽에 붙어 있던 일본이 남동쪽으로 이동해서 3개의 큰 분지로 갈라지면서 바닷물이 들어와 동해가 형성되었다. 지질학에서 말하는 `홀로세(Holocene)`는 신생대 제4기의 2번째 시기로서 빙하기가 끝나고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시대를 말한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는 담론의 등장으로 명명된 지 10여 년만에 `홀로세`가 끝나게 될 것 같다. 인류세는 홀로세 중에서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시점부터를 별개의 세(世)로 설정한 개념이다. 인류를 뜻하는 `anthropos`와 시대를 뜻하는 `cene`의 합성어로, 인류로 인해 생겨난 지질시대라는 의미다. 

`인류세`는 노벨 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Paul J. Crutzen)이 지난 2000년 2월 멕시코에서 열린 지구환경 관련 국제회의에서 말한 후 대중화되었다. "우리는 이제 홀로세가 아니라 인류세에 살고 있습니다." 새로운 지질시대로 인정받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그 시대의 환경이 바위나 빙하, 심해 침전물 등에 뚜렷이 남게 될 것인가 여부이다. 이 같은 지질학적 흔적을 남기기 위해선 전 지구적이면서도 장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인류세를 대표하는 물질을 짐작할 수 있다. 먼저 질소부터 살펴보면, 77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먹을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엄청난 양의 질소비료는 지층에 2배 이상의 질산염을 남기게 된다. 

두 번째, 우리가 버리는 연간 2억t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이미 심해에서부터 극지방에서까지 발견된다. 플라스틱이 부서져 생긴 미세 플라스틱이 쌓여 관찰 가능한 지층을 만든다. 

세 번째, 탄소는 자연에서 세 종류의 동위원소(12C, 13C, 14C)를 가지는데, 지층을 검사해서 이 동위원소의 비율 변화를 보면 인류가 화석연료를 태워 탄소를 얼마나 썼는지 가늠할 수 있다. 화석연료를 태워서는 14C가 포함된 CO2가 발생되지 않는다. 

네 번째는 닭 뼈다. `인류세` 이전에는 야생동물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가축이 육상 척추 생물량의 65%를 차지한다. 특히 한 해 600억 마리가 소비되는 닭은 지구의 모든 조류를 합친 것보다 많다. 그 밖에 핵무기로 인한 방사성 낙진, 희토류 등 `인류세`를 대표하는 후보로 꼽힌다고 하니 `인류세`라는 용어가 지질학 용어라기보다는 약간의 희화적인 레토릭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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