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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없었다"는 총리, 책임도 없는가?
"국가는 없었다"는 총리, 책임도 없는가?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2.11.09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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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br>
김중걸 편집위원

서울 이태원 참사를 두고 정치권이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이번 사태를 책임져야 할 공직자들은 묵묵부답이다. 156명의 아까운 목숨이 숨지고 196명이 다친 이 엄청난 참사에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 이 형국이 국민은 참담하다 못해 심한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 참사 이후 공직자들은 `주체자가 없는 행사`, `4개월짜리 구청장` 등의 언행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더니 정작 책임론이 불거지자 꼬리를 내리거나 꼬리 자르기가 연출되고 있다. 8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현 시점에서 보면 집회가 일어나면 용산 쪽의 치안을 담당하는 분들이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분명히 국가는 없었던 것"이라고 사실상 정부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책임을 지려는 사람은 없다.

이태원 사태 현안 파악에 나서고 있는 국회는 지난 7일 국회 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관련자들을 불러 놓고 보여주기식 질의를 하는 등 과거 의회 구태가 재연됐다. 야당의 공격에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 등 정부 방어로 일관했다. 8일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생중계되고 있는 방송을 의식해서였는지 이미 언론보도 등을 통해 잘 알려진 내용을 거론하며 자신의 돋보이게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정작 추궁해야 할 대목에서는 시간 부족으로 흐지부지하는 모습을 보여줘 실망하게 했다. 여야 의원의 질의는 편들기가 엿보이고 특정인을 콕 짚어 마치 속죄양으로 삼으려는 뜻한 발언이 이어지는 등 속이 뻔히 보이는 행태에 국민을 비참하게 한다.

지금까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이태원 참사의 실체는 일단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귀결되고 있다. 주말 각종 시위와 집회가 잇따르고 있는 수도 서울의 치안을 책임져야 할 경찰청장 등 책임있는 경찰 수뇌부와 선출직 공직자의 부재와 함께 특히 치안책임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으로서는 무능한 업무태도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에 할 말이 없게 됐다. 용산경찰서는 핼러윈 행사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한 보고 파일을 삭제.은폐하다 관련자 6명이 특수본에 입건됐다. 용산경찰서장은 걸어서 10분이면 현장에 도착할 거리를 관용차 이동을 고집하다 1시간가량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그는 참사 현장 주변에서 뒷짐을 지고 걷는 모습이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돼 국민적 비난에 기름을 끼얹었다. 경찰청 상황관리관 역시 장시간 112신고센터에서 벗어나 "살려달라"는 빗발치는 112 신고에 책임자로서 업무태만,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찰청장은 서장으로 재직했던 고향에 모임을 갔다가 잠을 자느라 전화를 받지 못했고 용산구청장도 고향 방문 후 서울로 돌아와서는 이태원 참사 주변을 지나가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주민 안전을 책임지는 지자체장으로서의 행정 업무수행 능력과 공직관마저 의심이 들게 한다. 이번 참사를 통해 이들 공직자에게 `나의 안전을 맡겨도 되냐?`는 강한 불안감과 의심을 들게 한다.

참사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사람에 의한 인재(人災)임이 그대로 드러났다. 공직자들이 공무원으로서 책임 의식을 가지고 행정 업무에 임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든다. 결국 사람의 문제로 결국 인사(人事) 문제로 귀결된다. 그래서 이번 이태원 사태의 책임은 사람에게 있고 또 업무능력이 없거나 부적절한 사람을 임명한 인사권자의 책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에는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장을 향해 어떻게 4시간 동안 지켜만 봤냐?며 크게 화를 냈다.

이태원 참사가 정쟁으로 치닫고 있다. 국가애도기간이 끝나자말자 여야는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에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서로를 향한 정치 공방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 야당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교체와 이상민 행안부 장관 파면, 윤희근 경찰청장을 정조준하며 책임론을 제기하며 사퇴,경질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경찰대 출신의 용산경찰서장,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등의 `보고체계 문제` 등을 상대적으로 더 부각하고 있다.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은 당연히 이번 사태의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한다. 이 장관은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 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버틸 것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ㆍ여당의 부담 해소,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경찰 역시 `셀프 수사`라는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 국정조사 역시 여야가 하루빨리 협의해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멀티시대에 신고와 출동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듯 사태수습과 수사.조사 역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정치와 행정이 언제까지 디지털(멀티)이 아닌 아날로그에 머물려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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