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6:06 (금)
잃어버린 야생성 ①
잃어버린 야생성 ①
  • 이영조
  • 승인 2022.11.08 1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전거 도로 위 까치 두 쌍
피하는 둥 마는 둥 모이 찾아
"귀한 선물 줄까" 하루를 기대
"무탈하면 됐지" 늦은 밤 실소
이영조 동그라미심리상담센터장 사회복지학 박사<br>
이영조 동그라미심리상담센터장 사회복지학 박사

까치설날이라고 설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지지난 주 이른 새벽 제법 쌀쌀한 공기를 가르며 자연 속으로 달려가는 길, 자전거 도로 위에 까치 두 쌍이 바닥의 뭔가를 쪼아댄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까치울음을 들은 어머니는 내심 뭔지 모를 반가운 소식을 기다리는 눈치셨다. 그것은 내게 고스란히 전이된 듯하다. 지금 내 눈에 비치는 까치의 모습도 그랬다. 쌩 달리는 자전거 바퀴를 곡예하듯 종종걸음으로 폴짝 뛰어 피하곤 자기가 하던 모이 쪼아대는 일에 열중이다. 

`까치가 나를 멀리하지 않는다?` 이건 오늘 대단히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믿음에 확신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괴물처럼 보일 커다란 바퀴 두 개가 자기 몸을 향해 달려드는 데도 날지 않는다. 이놈은 천하태평이거나, 귀한 선물을 전해주려는 것이 분명하다. 흥분에 쌓여 하루를 보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저물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흥부가 제비에게 얻은 박 씨도, 반가운 손님, 반가운 소식도 없었다. 실망이 일어날 즈음, 무탈하게 보낸 하루가 귀한 선물이었을까, 번쩍 떠오른 생각에 실소(失笑)로 까치 헤프닝을 마무리했다. 

비둘기가 그랬다. 어느때부터인가, 사람이 다가가도 놀라지도, 날아 달아나지도 않는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비둘기는 간이 커진 걸 까, 아님 나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일까, 먹이를 주는 사람들에게 사육되어진 비둘기는 행복해진 건가, 독사하고 사투를 벌이는 까치를 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맹금류인 까치도 날아다녀야 하는 번거로움과 귀찮음을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동물의 본능인 야생성을 잃어버리고 편리함의 비결을 터득한 까치를 보며 애잔함이 느껴졌다. 

인간도 그렇다. 편리함을 추구하려는 본능을 충실히 실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니 자고 싶다." "걸으면 말타고 싶고, 말을 타니 종부리고 싶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이다. 그러면서 인간은 편한 것만 누리려는 습성이 있다고 하시며 귀찮은 것, 하기 싫은 것, 그 마음을 이기고 몸을 계속 귀찮게 해야 한다고 덧붙이셨다. 비로소 50년 뒤에야 깨달았다. 생각은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습관을, 습관은 인격을, 인격은 운명을 만든다고 한 심리학자 윌리엄의 말과 상통한다. 생각이 운명을 바꾼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는 데 50년이 걸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