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2:34 (금)
책임감 없는 책임자들
책임감 없는 책임자들
  • 공윤권
  • 승인 2022.11.03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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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윤권 공정경남 상임대표<br>
공윤권 공정경남 상임대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특히, 무수한 청춘들이 희생을 당해 더더욱 천국의 소망으로 더해 복스러운 공덕을 구한다. 

지난달 29일 늦은 시각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이로인해 대한민국은 지금 슬픔과 비통속에 잠겨있다. 이태원 참사의 아픔이 마치 온몸을 파고드는 듯 아려온다. 그냥 티비를 통해서 지켜봤을 뿐이고 나와는 멀리 떨어진 사람들인데도 그 아픔이 몸서리치게 구석구석 파고든다. 이삼십대 청춘들이 겹겹이 쓰러져간 좁은 골목의 모습이 표현하기 힘들만큼 스산하게 느껴진다.

청춘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청춘이 세상을 즐기려는 모습은 본능적이라 어여쁜 세월을 몸에 휘감고 마냥 웃음을 띨 수 있다. 그날 친구와 연인과 손을 잡고 걸어간 골목길에서 청춘은 바닥에 넘어져 질식당했다. 마냥 아름다운 청춘의 꽃은 꺾여버렸다. 숱한 청춘의 생명력이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생명력 자체가 아름다운 청춘은 생명력을 빼앗겨버렸다. 생명의 거친 호흡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그대로 손을 놓아버린 애끊는 탄식은 곳곳에서 일어났다. 꺼져가는 생명력을 아무런 힘도 보태지 못하고 천국으로 보내버렸다. 이 참사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절망이라는 거대한 구멍을 팠다. 밑으로 꺼져내려도 바닥이 없는 심연으로 이끌었다.  

  
멀리서 지켜봐도 이럴진대 그 곳에서 아들, 딸과 형제를 잃은 유가족들의 아픔은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지옥 같은 참척의 고통 속에 있을 유족들에게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뭐라고 입을 떼기가 힘들 정도다.

`압사`라는 죽음의 이름이 우리 사회에는 참 낯설게만 느껴졌다. 사람이 겹겹이 쌓여서 죽어가는 압사는 외국 축구경기장에서나 우연히 발생하는 사고였고 먼 나라에서 해외토픽감으로만 듣는 명칭인 줄만 알았는데….  그런 사고가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 이태원에서 그것도 멀쩡한 길거리에서 발생했다니 확률로 따지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천지가 곡할 노릇이다.

대한민국이 이제 선진국이라는데 어떻게 이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전 세계 6위권의 경제력과 국방력을 겸비하고 있고 또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이런 나라에서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압사라는 사고로 156명의 젊은 청춘들이 죽어가는 사고가 발생하다니…. 참으로 비통함을 감출 수가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번 사태를 대하는 책임자들의 자세다. 전 국민이 참사 과정에 놀라움과 슬픔으로 몸서리치고 있을 때 그들은 태연하게 본인들의 책임이 없으며 주체가 없는 행사의 문제라는 식으로 무표정하게 얘기하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한두 사람이 아니라 책임자라 불리는 대부분의 사람의 답변이 그러했다.

참으로 환장할 노릇이다. 공적인 업무와 관련 없는 일반 국민들도 일말의 가책을 느끼고 이번 참사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며 같이 눈물 흘리고 있는데 국가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직접적인 책임의 범위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태연해 보이고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다.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한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태도였다. 

물론 책임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업무상 과실인지 아닌지는 차후에 따져야 할 것이고 책임의 소재도 조사하면 드러날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책임의 유무를 떠나서 공직자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감도 보이지 않았고 최소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가조직의 구성원이며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안전의 책임자임에도 그들은 너무나 태연하게 대응했다. 젊은 친구들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나와서 어쩔 수 없었고 그래서 본인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그들의 태도에서 과연 국민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나로선 상상이 가질 않는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는 정확한 사태 파악과 책임 추궁에서 출발해야 한다. 과연 누가 젊은 청춘들의 목숨을 지켜주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 지경이 되도록 방치했는지 정확하게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하고 무겁게 책임을 지워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윤석열 정부에서 어떻게 처리해나가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다시 한번 이태원에서 목숨 잃은 젊은 영혼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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