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23:44 (화)
청대말의 역학자
청대말의 역학자
  • 이 지산
  • 승인 2022.11.0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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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연구가 이 지산

청대말기는 서구 신학문의 유입으로 박학역의 퇴조기를 맞았다. 도광이후의 역학자로는 요배중, 방신, 오익인 등과 집일학(輯逸學)과 금문학(今文學)파에 속한 역학자들이 있다. 요배중(姚配中)은 <주역요씨학> 16권에서 우번역을 멀리하고 정현역을 깊이 연구하였다. 그는 <주역참상> 14권과 10편의 논문에서 정현의 상수역에 대한 깊은 연구 성과를 실었다. <주역통론월령> 2권에서는 <예기> `월령`의 내용을 부회(附會)천착하기도 했다. 그는 선유들의 역설을 보충 보완해 자기 학설에 견강부회함으로써 독창성이 없는 한역의 말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방신(方申)은 <역학오서>와 <제가역상별록>을 지어 여러 역학가의 서적을 두루 열람해 채록하였다. 그는 우번의 역설을 존숭해 <우씨역상회편> 1권을 짓고, 고주(古注)를 두루 고찰해 <주역괘상집증>1권을 저술했다. 이처럼 요배중과 방신은 선유의 역설을 부회 편집해 역서들을 저술했으나 새로운 학설의 전개가 없어 박학역의 발전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박학역의 특색인 집일(輯逸)은 박학역의 대가인 장혜언을 비롯해 손당, 마국한, 황석이 유명하다. 집일이란 선유들의 학설을 이리저리 잡다하게 선별 편집하여 자기 역학서 내용에 편집 부기하는 부회 중심적 저술형식이다. 손당(孫堂)은 <한위이십일가 역주>32권을 집일 저술했다. 이는 <자하역전>부터 유환의<주역의소>에 이르기까지 21명의 역학가를 대상으로 각 역학가의 주(注) 앞에 작은 순서를 두어 그 인물에 대해 서술하고 그 책의 주된 취지를 논술했다. 마국한(馬國翰)은 <옥함산방집일서>를 지어 송 이전의 일서(逸書) 600여 종을 편집해 56명의 한당역주를 총 79권으로 집일함으로써 가장 완전한 한당역주 집본(輯本)을 완성했다. 황석은 <적자원역의>를 지어 집일에 기여했다.

이후 청대역학계에는 금문학파가 발흥했다. 역에 대하여 전문적으로 연구한 것은 없으나 전통역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주요학자로는 요제항(姚際恒)으로 <문무주공통고>에서 문왕이 단사를 짓고, 주공이 효사를 지었다는 것을 부정했다. 이는 한 대 이후 유자들이 <사기>와 < 한서> `예문지`에 근거한 것으로 억척에 불과한 추측이며 증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최술 역시 요제항의 말에 동의해 선진문헌에 아무 근거가 없음을 지적했다. 한편 료평(廖平)은 공자가 괘효사를 짓고 <역전>은 짓지 않았다고 했다. 피석서도<경학통론>에서 료평의 관점을 지지했다. 이런 견해들은 주역에 대한 창조적인 연구학설부재 속에서 집일(輯逸)에 그친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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