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6:27 (화)
가<假>계약금 반환에 관한 판례법리
가<假>계약금 반환에 관한 판례법리
  • 김주복
  • 승인 2022.11.02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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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br>
김주복 변호사

계약금이란 계약을 체결할 때에 당사자 일방으로부터 상대방에게 교부되는 금전 기타 유가물을 말하고, 일반적으로 계약에서 계약금만을 교부한 단계에서는, 계약금을 교부한 자는 그 계약금을 포기하고서, 수령자는 계약금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65조 제1항 및 제567조).

한편, 가계약이란 일반적으로 정식 계약 체결 전에 우선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즉, 계약자 지위를 선점하기 위해) 체결하는 경우를 뜻하는데, 가계약을 통해 교부되는 금원을 가계약금이라고 부른다(참고로, 가계약은 정식 법률용어는 아님).

가계약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즉, ①단순히 가계약금만 지급한 경우, ②가계약금을 지급하고 당사자 사이에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한다는 내용의 구두 합의(명시적)를 한 경우, ③가계약금을 지급하고 당사자 사이에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한다는 내용의 서면 합의를 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 가계약금은 민법 제565조에서 말하는 계약금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당사자가 가계약금을 교부한 상황에서 계약 체결을 원하지 않는 경우, 교부한 가계약금을 받환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가계약금을 포기해야 하는지가 문제 된다.

최근,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2022다247187판결)가 있어 소개한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원고(임차인)가 아파트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한 교섭단계에서 피고(임대인)에게 가계약금 300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개인 사정으로 임대차계약 체결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원고(임차인)가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중단한 후 피고(임대인)에게 이미 지급한 가계약금 300만 원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으나, 피고(임대인)는 `가계약금이 해약금에 해당하므로 몰취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법적 다툼이 발생하였다.

1심과 2심 법원은 원고(임차인)가 피고(임대인)에게 지급한 금원의 성격을 가계약금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가계약금은 교부자인 원고가 스스로 계약 체결을 포기한 경우 당사자 사이에 달리 정함이 있지 않는 한 수령자인 피고에게 몰취 된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즉, `부동산임대차계약의 체결에 앞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교부하는 가계약금은 당사자의 통상적인 의사나 약정의 취지에 비추어 기본적으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차목적물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면서 장차 계속될 계약 교섭의 기초로 지급한 일종의 증거금으로서, 본 계약이 체결될 경우에는 그 임대차보증금 중 계약금 일부의 지급에 갈음하고, 본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따라 반환되거나 몰취 되는 성격의 금원이라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처리하는 약정이 있었음이 명백히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원고가 스스로 계약 체결을 포기하더라도 가계약금이 피고에게 몰취 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이유를 들어 원심판결을 파기ㆍ환송하였다. 즉, 대법원은 가계약금이 해약금 약정으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에 관하여, "약정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에 비추어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음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21다248312 판결 참조)"라는 법리를 판시하면서, "당사자 사이에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는 약정이 있었음이 명백히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원고가 스스로 계약 체결을 포기하더라도 가계약금이 피고에게 몰취 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비추어 본다면, 앞서 분류한 가계약금 지급방식 3가지 유형 중, ①단순히 가계약금을 지급하기만 하였고, 당사자 사이에 위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계약 체결을 포기하고 가계약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②가계약금을 지급하면서 당사자 사이에 위 내용에 관한 구두 합의가 명백히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나, ③가계약금을 지급하면서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한다는 내용의 서면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계약 체결을 포기하더라도 교부한 가계약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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